현대차그룹이 실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로봇이 차량을 대신 주차하고 꺼내 주는 서비스의 실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입증했다. 그룹은 지난 29일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시연회를 열고 30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실제 거주 중인 공동주택의 50면 이상 규모 주차공간에서 주차로봇 운용 가능성을 검증한 사례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주차로봇이 차량을 이동시키는 모습 /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관계기관이 함께 본 국내 첫 실증 현장
이번 시연회는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추진 중인 실증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과 신서비스가 기존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아 실제 현장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하는 제도다. 사업은 현대자동차·현대위아·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아 진행해 왔으며, 그룹은 지난 8월 이 단지에서의 실증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행사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수원시·시흥시 등 관계기관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연구시설이나 전시장 같은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기술을 검증했다는 점이 이번 실증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행사에서는 실제 주거환경에서의 로봇 활용 가능성과 함께 주차로봇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도 논의됐다.
월패드 한 번이면 끝…세 가지 시나리오 검증
현대차그룹은 일상 주거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담은 세 가지 운영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먼저 거주자가 세대 내 월패드로 출차를 요청하자 주차로봇이 주차면에서 차량을 집어 들고 출차구역까지 이동시켰으며, 이 과정에 약 3분이 걸렸다. 다만 실제 소요 시간은 주차 위치와 이동 거리, 운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룹의 설명이다. 출차 요청이 세대 월패드와 연동된 점도 눈에 띈다. 거주자가 주차장에 내려가 기다리지 않고 세대 안에서 차량 이동을 요청할 수 있어, 로봇 서비스가 아파트 생활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평가다.
입차와 출차 요청이 동시에 겹치는 교차 상황에서도 로봇이 차량의 배치와 이동을 원활히 제어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빈번한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이중주차 해소 시나리오에서는 주차로봇이 차량을 직접 옮겨 재배치하는 과정을 공개했고, 이를 통해 제한된 주차면의 활용도가 높아짐을 보여줬다. 물품 수령처럼 짧게 차를 꺼냈다가 다시 주차하는 임시출차 기능도 함께 시연됐다.
주차로봇의 공간 활용 개념을 담은 인포그래픽 /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주차장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관제 2.0
이번 실증에서 주목된 부분은 로봇 하나의 성능이 아니라 주차장 전체를 묶는 통합 운영체계다. 그룹은 단지 출입 차단기와 세대 월패드, 인공지능(AI) 기반 차량점검 시스템을 주차로봇과 연동해 차량 입고부터 보관·점검·출고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서비스로 구현했다. 차량이 단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시 출고되는 순간까지 운전자의 개입 없이 흐름이 이어지는 구조다.
로봇의 이동 경로와 차량 배치를 관리하는 자체 개발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 2.0'도 현장에 적용됐다. 관제 시스템은 로봇의 최적 이동 경로를 설정하고 주차면 배치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시스템은 최대 200대의 주차로봇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수의 차량 이동 요청이 몰리는 대규모 주차시설에서도 로봇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인한 셈이다.
공항·상업시설로 확대…제도 정착이 남은 과제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할 기술과 운영 기준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적용 대상도 공동주택을 넘어 공항 등 교통거점과 상업시설·업무시설로 넓혀갈 방침이다. 다만 주차로봇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운영 기준과 함께 법·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그룹은 관계기관과의 개선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호근 현대차 미래전략본부 부사장은 "이번 실증은 로보틱스 기술을 실제 도시공간에 적용하는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주차공간이 사람과 모빌리티, 도시 인프라가 연결되는 스마트도시 거점으로 발전하도록 관련 기술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용 출처: 현대차그룹 발표)
현대 로보틱스가 소개하는 주차로봇 서비스 이미지 / 출처: 현대 로보틱스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