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선택지는 크게 네 갈래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개인회생, 개인파산·면책,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새출발기금이다. 모두 빚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갚을 수 있는 구조로 다시 짜는' 장치다. 문제는 대상과 절차, 면책 뒤에 남는 불이익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개인회생과 파산은 법원에 신청서와 재산·채권자 목록을 직접 내야 하는 절차다. 서류의 정확도가 진행 속도를 좌우한다. / 출처: StockSnap.io / 라이선스: FREE규모도 작지 않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7월 개인회생을 신청한 20·30세대는 2만9,393명, 상반기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 확정된 20·30세대는 3만1,590명이다.
한눈에 보는 네 갈래 — 대상과 방식
선택의 첫 기준은 소득 유무와 연체 기간이다. 개인회생은 장래에 계속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를, 개인파산은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하며 채무액 상한이 없다. 신용회복위원회 조정은 법원 없이 채권자와 조건을 다시 정하는 방식이고,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시기에 부실이 생긴 소상공인·자영업자만 신청할 수 있다.
| 구분 | 주요 대상 | 채무·소득 요건 | 방식 |
|---|---|---|---|
| 신복위 채무조정 | 연체 초기~장기 채무자 | 연체 기간별로 제도 구분 | 이자 감면·분할상환 |
| 개인회생 | 소득이 있는 개인 | 무담보 10억·담보 15억 이하 | 3~5년 변제 후 잔여 면책 |
| 개인파산·면책 | 변제 능력이 없는 개인 | 채무 상한 없음 | 재산 청산 후 면책 |
| 새출발기금 |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 2020년 4월~2024년 6월 사업 | 원금 감면·기간 연장 |
1단계, 신용회복위원회 — 연체가 길어지기 전에
가장 문턱이 낮은 창구는 신용회복위원회(1375)다. 연체 30일 이하면 신속채무조정, 31~89일이면 프리워크아웃, 90일 이상이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을 늘리고 이자를 깎는 방식이며, 법원 절차와 달리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다.
소액 채무자에게는 취약채무자 특별면책이 있다. 90일 이상 연체에 원금 5,000만원 이하인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최저생계비 150%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 등이 대상이다. 미상각채권은 최대 50%, 상각채권은 20~90%를 감면하고 최장 8년간 나눠 갚는다. 다만 조정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갚아야 잔여 채무가 면책된다.
개인회생 — 소득이 있다면 3~5년 분할
개인회생 요건은 두 가지다. 무담보 10억원, 담보부 15억원 이하의 채무와 앞으로 계속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다. 실무에서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를 넘는 소득을 본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의 60%로 계산하면 월 153만8,000원 안팎이다. 이보다 낮으면 파산 쪽을 검토한다.
비용은 크지 않다. 인지대 3만원(전자소송 2만7,000원), 금지명령 신청 2,000원에 송달료(10회분+채권자 수×8회분)와 회생위원 보수가 붙는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소송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변제금은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신청 전 월 가용소득 계산이 첫 단계다. / 출처: Freerange Stock / 라이선스: FREE신청서 접수, 개시결정과 금지명령(이때부터 추심이 멈춘다), 변제계획 인가, 3~5년 변제, 면책 순서다. 인가까지 통상 4~10개월 걸린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말 실무준칙을 개정해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 대상을 '미성년 자녀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넓혔다.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30세 미만 청년, 한부모가족, 전세사기 피해자도 단축 대상이다. 만 21세 미만이면서 최근 1년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성년 자녀는 부양가족으로 인정되고, 주거비에는 전세자금대출 이자와 전기·수도·가스 요금이 추가됐다.
개인파산 — 소득이 없을 때의 마지막 문
"파산 및 면책은 자신의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재정상태에 빠진 사람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포털
개인파산에는 채무 상한도, 소득 커트라인도 없다. 대신 법원이 재산·소득·지출을 심리해 갚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 파산 선고와 함께 처분할 재산이 없으면 동시폐지 결정이 내려지고, 이어 면책 심리를 거쳐 변제 책임이 면제된다. 전체 절차는 통상 6~7개월이다.
파산과 면책은 별개 절차다.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은 국가공무원 임용 제한 등 공·사법상 자격 제한을 받지만, 면책이 확정되면 복권되어 원칙적으로 풀린다. 보험설계사처럼 별도 등록 요건이 있는 직종은 개별 법령을 확인해야 한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 남는 제한
면책을 받아도 기록이 즉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인회생은 인가 시 연체정보가 공공정보로 전환되고, 파산·면책 사실도 신용정보원 공공정보로 등록돼 5년간 관리된다. 이 기간에는 은행 대출과 카드 발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신용점수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지만 금융회사 자체 심사 기준은 별개로 작동한다.
절차 중 제약도 있다. 재산 처분과 신규 대출이 사실상 막히고, 소득·직업이 바뀌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변제금을 3회 이상 밀리면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 재산을 숨기거나 허위 서류를 내면 면책이 허가되지 않고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사기·횡령처럼 고의로 만든 채무는 애초에 면책 대상에서 빠진다.
제도 선택 전에는 채무 총액, 월 소득, 부양가족 수를 정리한 뒤 무료 상담을 받는 것이 순서다. / 출처: Freerange Stock / 라이선스: FREE순서와 주의점 — 광고보다 계산이 먼저
소상공인·자영업자라면 새출발기금을 먼저 따져볼 만하다. 신청 기한은 2026년 말까지, 대상은 2020년 4월~2024년 6월에 사업한 차주다. 재기교육을 이수하면 감면율을 최대 10%포인트 더해 최대 90%까지 적용한다. 올해 3월 25일부터는 1년 이상 성실상환 후 조기상환하면 잔여 부담액의 5~10%를 추가 감면하고, 조정금리를 10%씩 낮추는 인센티브(하한 연 3.25%)도 시행 중이다.
최근 6개월 안에 새로 만든 채무가 전체의 30%를 넘으면 조정이 제한될 수 있다. 추가 대출로 돌려막는 선택은 이후 선택지를 스스로 좁힌다. '원금 탕감'을 내세우며 수수료를 먼저 요구하는 사설 업체도 경계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1375),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법원 소송구조는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같은 절차를 안내한다.
결국 기준은 '얼마를 탕감받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3~5년을 감당할 수 있는가'다. 월 변제금이 버거우면 인가 이후에도 절차가 흔들린다. 채무 총액과 소득, 부양가족 수를 종이에 적는 일이 모든 상담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