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증시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터진 반도체주 투매를 고스란히 안고 장을 열게 됐다. 전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밀린 상황에서 미국 기술주가 다시 급락하면서, 이날 시장의 첫 관심은 지수가 5,300선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모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00포인트(5.28%) 내린 5,383.8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36.54포인트(5.11%) 하락한 678.41로 장을 접었다. 하루 낙폭만 5%대에 이르는 급락이었지만,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 시장이 문을 닫은 뒤 열린 미국 정규장에서 기술주가 더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뒤집힌 뉴욕…다우 2.9%·나스닥 5.1% 급락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30.72포인트(2.87%) 내린 51,825.40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365.65까지 후퇴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301.56포인트(5.06%) 급락한 24,434.95를 기록했다. 나스닥100지수도 26,816.03으로 밀렸다. 반도체 업종 지표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9,200선 아래인 9,196.4까지 주저앉았다.
불과 하루 전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4일 뉴욕증시는 중간선거 결과를 소화하며 다우지수가 3.03% 급등한 53,356.12에 마감, 약 1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1.58% 올라 7,688.62를 나타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8.72% 급락한 16.93이었다. 선거 불확실성이 걷혔다며 안도 랠리가 펼쳐진 것이다.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5일 뉴욕증시는 반도체주 급락으로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 출처: PhotoEverywhere 되살아난 'AI 데이터센터 규제' 공포
반전의 방아쇠는 선거 결과 자체였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이른바 '블루 웨이브'가 성립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규제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텍사스·조지아 등 핵심 주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보인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시선은 정치 이벤트를 넘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규제 강도가 바뀌면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고,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의 상당 부분이 증설에 걸려 있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에도 곧바로 영향이 미친다.
이날 뉴욕에서는 현금이 두터운 대형 플랫폼 기업과 데이터센터·반도체 관련주의 주가가 엇갈렸다. 투자자들이 'AI에 돈을 쓰는 기업'과 'AI 덕에 돈을 버는 기업'을 다시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가 흐름이 표시된 트레이딩 모니터. 5일 뉴욕증시는 하루 만에 급락으로 돌아서며 아시아 증시에 부담을 넘겼다. / 출처: PICRYL 전일 코스피, 외국인 2.4조 순매도에 5,380선
국내 증시는 이미 한 차례 충격을 소화했다. 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2조4,52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대로 기관은 1조1,334억원, 개인은 9,629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99억원, 1,010억원을 팔았고 개인은 1,516억원을 샀다.
변동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스피는 지난달 28일 6.63% 급등해 6,012.44를 찍었지만 이틀 만에 5,937.66으로 밀렸고, 30일에는 3.48% 더 빠져 5,730.74로 주저앉았다. 10월 한 달 낙폭은 16%에 달했다.
수급의 무게중심도 흔들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웃도는 구조에서 외국인이 반도체 대형주를 팔면 지수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올해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진정되는지가 반등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6일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
첫째는 5,300선의 방어 여부다. 5일 종가 5,383.80에서 1% 안팎만 밀려도 5,300선이 무너지는 만큼, 개장 직후 프로그램 매도와 신용·반대매매 물량이 겹칠 수 있다. 최근 두 달 새 지수가 6,000선과 5,500선을 잇달아 내준 만큼, 저점을 확인하려는 대기 자금과 손절 물량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외국인의 선물·현물 동반 매매다. 전일 현물에서 2조원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이 이날도 매도 우위를 이어갈 경우 지수 반등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야간 선물이 낙폭을 만회하고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 기술적 반등이 나올 여지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4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셋째는 밤사이 예정된 미국 지표다. 6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미국 10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국내 정규장이 끝난 뒤 나오는 지표인 만큼, 장중에는 결과를 확인하려는 관망 심리가 우세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금리 부담이, 약하면 경기 둔화 우려가 각각 부각될 수 있어 어느 쪽이든 단기 변동성을 키울 소재다.
캔들 차트로 표시된 주가 흐름. 최근 국내 증시는 하루 5% 안팎의 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 출처: PxHere 증권가 "이익보다 수급"…반등 조건은
증권가의 진단은 엇갈리지만 공통된 지적은 수급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반면, 주가를 누르는 힘은 실적이 아니라 외국인 매도와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반도체 실적이 아닌 외국인 수급" —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일부에서는 저점 통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저점을 지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11~12월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두 차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데다, 메모리 가격과 수요 사이클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다만 반등이 이어지려면 미국 기술주 진정과 외국인 매도 축소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코스닥과 중소형주까지 상승 종목이 확산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대형주만 오르는 반등은 지수 착시에 그칠 수 있다.
여러 종목의 차트를 띄운 노트북 화면. 시장에서는 지수 방어 여부와 함께 상승 종목 확산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출처: Pickpik 결론은 '변동성 관리'…5,300선과 외국인 손길 주시
6일 시장의 무게중심은 반등 기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간밤 미국발 악재가 워낙 컸던 만큼, 개장 초반 갭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낙폭이 어디서 멈추느냐다. 5,300선이 지켜지고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면 단기 저점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지만, 이탈이 확인되면 5,000선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AI 규제 논의가 어느 수준에서 매듭지어지는지, 외국인이 반도체 대형주에서 손을 떼는 흐름이 이어지는지가 향후 몇 주간 국내 증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