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거래일인 2일 국내 증시는 하루 안에 방향을 두 번 뒤집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2% 내린 5,637.77에 장을 열어 오전 한때 5,616.50까지 밀렸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관의 매수세와 반도체주의 반등이 맞물리면서 128.34포인트(2.24%) 오른 5,859.0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9.98포인트(1.38%) 상승한 734.36으로 마감했다.
주말 사이 뉴욕 증시에서 번진 '인텔 쇼크'가 개장과 동시에 국내 시장을 덮쳤지만,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흡수된 모양새다. 시장 안팎에서는 '검은 월요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지수 하단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빠르게 만회했다.
하루 만에 뒤집힌 방향
이날 코스피의 하루 범위는 240포인트가 넘었다. 개장 직후 하락 폭이 2%를 웃돌았던 지수가 오후에는 상승 폭을 2%대까지 넓혔다는 뜻이다. 장중 저점과 종가의 차이만 240포인트를 웃돈 셈이어서, 오전에 투매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체감 손실이 더 크게 남을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지난달 말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 하락했던 당시 시장 분위기. 국내 증시는 11월 첫 거래일 오전 급락을 딛고 오후 반등에 성공했다. / 출처: Connect the Dots / 라이선스: FREE수급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날 상승을 이끈 주체는 기관이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날까지 지수를 끌어내렸던 외국인이 이날도 '팔자'를 이어갔다는 점은,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보다는 기술적 되돌림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외환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43.8원을 기록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급격히 확대될 때 나타나는 환율 급등 조짐은 이날 확인되지 않았다.
'인텔 쇼크'의 진원지
충격의 출발점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었다. 인텔 주가는 현지시간 29일 약 92달러에서 이튿날 65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하루 낙폭이 29%에 달했는데, 이는 52년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으로 기록됐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1,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7조 원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반도체 칩 근접 사진. 이번 충격은 개별 기업의 실적 문제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 전반의 수익성 논쟁으로 번졌다. / 출처: PICRYL / 라이선스: FREE(퍼블릭 도메인)실적 자체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인텔은 3분기 매출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문제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나온 현금흐름 전망이었다.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느라 올해 안에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돌리기 어렵다는 설명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꺼번에 식었다.
여파는 반도체 업종 전체로 확산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 나스닥100지수는 3.46% 각각 하락 마감했다. 앞서 알파벳의 주가 급락으로 한 차례 'AI발 악재'를 겪었던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금 많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 대상 AI가 실제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 미국 방송 기술 담당 에디터의 분석
자금 조달 시장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 목표액을 100억 달러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업의 몸값과 실제 수익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되는지를 두고 논쟁이 다시 뜨거워진 배경이다.
국내 증시가 버틴 이유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낙폭을 만회한 데에는 반도체 업종의 저가 매수세가 결정적이었다. 연초부터 지수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물량도 함께 쌓여 있었지만, 오전 급락 구간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해소되자 매수세가 유입됐다.
증권 중개를 상징하는 이미지. 이날 오전 투매에 나섰던 개인은 오후 반등 구간에서도 순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퍼블릭 도메인)다만 반등의 질을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는 점, 상승을 기관 한쪽에 의존했다는 점은 지수 회복이 곧 추세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신중론의 근거로 꼽힌다. 기관의 매수도 연말 배당과 지수 방어를 겨냥한 단기 성격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 변수 세 가지
첫째는 외국인 수급의 방향이다. 9~10월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매도 우위를 이어온 외국인이 언제 순매수로 돌아서는지가 지수 회복의 지속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둘째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다. AI 투자 확대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 엄격해졌다.
하락장을 상징하는 그래픽.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보다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도 공존한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퍼블릭 도메인)셋째는 미국의 정치·정책 일정이다. 현지시간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기술주 규제와 재정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국내 반도체 수출 기업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준다. 여기에 연말 고용·물가 지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쪽으로 단정하기보다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을 권한다. 지수 하나의 움직임보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 여부와 반도체 업종의 실적 발표 일정을 함께 지켜보라는 조언이 많다. 하루의 반등이 추세로 이어지려면 결국 실적과 수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반등으로 코스피는 5,800선을 다시 회복했지만, 연초 이후 이어진 급등과 조정을 오가던 흐름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당분간 지수는 실적 시즌의 개별 재료에 따라 종목별로 다른 방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