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6% 넘게 무너지며 5,000선 턱걸이로 마감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로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했고, 장중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 중반으로 뛰었다.

개장 3분 만에 거래 중단…장중 8.78%까지 밀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54포인트(2.24%) 내린 5,263.26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웠다. 오전 9시 3분께 지수는 4,911.28까지 밀렸고, 전일 대비 하락률이 8.78%에 달하자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주식 매매는 20분간 전면 중단됐다.

코스피가 장중 5,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월 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것은 이번이 11번째로, 지난달 15일 이후 16거래일 만이었다.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매도세는 이어졌다. 오전 9시 34분 코스피에서, 9시 6분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6일 코스피는 장중 8%대 급락 끝에 5,000선 턱걸이로 마감했다. 하락장을 상징하는 그래픽 이미지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4.11포인트(6.02%) 내린 5,059.6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5.03% 내린 644.27로 마감했다. 장중 저점에서 낙폭을 일부 되돌렸지만 하루 만에 324포인트가 사라졌다.

외국인 2조7,690억 '팔자'…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

하락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7,6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009억원, 1조7,041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지만 규모를 맞추지 못했다.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6.35% 내린 18만8,700원, SK하이닉스는 10.44% 내린 113만2,000원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에는 삼성전자가 11.07% 내린 17만9,200원, SK하이닉스가 13.84% 내린 108만9,000원까지 밀렸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한 종목에서만 1조9,240억원을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1,286억원이었다.

6일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이 무너진 뒤 5,059.69로 마감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낙폭을 키웠다 / 출처: 더큐뉴스

전날 급락분까지 더하면 이틀간 낙폭은 삼성전자 13.44%, SK하이닉스 18.91%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 넘게 빠졌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13% 하락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3개월간 2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상태로, 회사의 장내 매수가 낙폭을 일부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아쇠는 '블루웨이브'…데이터센터 인허가가 흔들었다

직접적인 방아쇠는 미국 정치 일정이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과반을 확보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가능성이 부각됐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추적기관 DC맵 집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미국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인 데이터센터는 1,599개, 전력 용량은 345.9GW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주지사직을 탈환한 5개 주에만 505개, 142.6GW가 몰려 있다. 전체의 41.2%다.

규제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은 텍사스다. 미국 전체 계획 용량의 약 27%(93.1GW)를 차지하는 이 주에서 민주당 소속 신임 주지사 당선인이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즉각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AI 연산 인프라 확장 속도가 정치 변수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 이유다.

자금 조달 구조에 따라 기업별 주가 반응도 갈렸다. 올해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 4사의 설비투자 계획은 약 7,500억 달러로 전년(4,000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반면 대규모 차입으로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주가는 각각 9.9%, 6.7% 하락했다.

환율 1,356.6원…위험 회피가 키운 '동반 급등'

외환시장도 함께 흔들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5원 오른 1,356.6원에 마감했다. 주식 매도와 환율 상승이 겹친 것은 위험 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국내 시장에서 동시에 나타났다는 뜻으로 읽힌다.

원·달러 환율은 6일 1,356.6원으로 마감하며 1,350원대 중반에 올라섰다 / 출처: Pickpik 

환율은 외국인 수급과 맞물려 다음 주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달러 기준 수익률이 나빠져 외국인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전망…'고용·규제·수급' 세 갈래

9일 다시 문을 여는 시장의 첫 변수는 매크로다. 미국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9월 수정치 6만 명보다 10만 명 넘게 늘어난 수치다. 고용이 견조하다는 신호는 연준의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 성장주와 반도체주의 할인율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데이터센터 인허가 관련 정치 일정이다. 신임 주지사들의 실제 조치가 나오는 시점에 따라 AI 인프라 투자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규제 강화가 곧 사업 중단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 번째는 수급이다. 외국인이 2조7,000억원대 매도를 하루 만에 끝내고 복귀하는지, 환율이 1,350원대에 안착하는지가 지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구조적 붕괴 아니다"…시각차는 변동성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이 AI 산업 축소나 데이터센터 건설 전면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요금 부담과 수자원 사용, 지역사회 영향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서 연구원은 규제 논란이 지난해 말부터 반복 제기된 사안이라고 짚었다. 지난 8월 조사에서 미국인의 75%가 거주지 인근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 현직 주지사도 지난 8월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9월 신규 인허가를 중단한 바 있다. 규제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각각 2027년 예상 PBR 1.13배, 1.00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2024년 말과 지난해 초 PBR 1배에서 저점을 형성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김 연구원은 이번 급락을 AI 경쟁의 본질보다 정치적 언어에 과장 반응한 측면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투자 지연이 실제 수주와 설비 발주 축소로 확인될 경우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나온다.

다음 주 시장의 초점은 '투자 지연의 크기'

결국 다음 주 시장의 초점은 얼마나 더 빠지느냐가 아니라 규제가 실제 투자를 얼마나 늦추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지수는 정치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기업의 전력 확보와 인허가 진행 상황처럼 확인 가능한 지표가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본 기사는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