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물집이 연달아 올라오고, 옷깃만 스쳐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온다. 대상포진은 흔히 '발진이 나으면 끝나는 피부병'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신경 질환이다. 매년 70만 명 안팎이 병원을 찾을 만큼 흔한 만큼, 50세를 넘긴 사람이라면 원인과 예방법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어릴 적 수두 바이러스,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깨어난다

원인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고 나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척수와 뇌의 감각신경절에 잠복한다. 나이가 들거나 질병·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면서 신경을 따라 피부로 퍼져 나온다. 발진이 몸 한쪽에만, 그것도 신경이 지나가는 띠 모양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국내 발생 규모는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진료 자료를 분석했을 때 대상포진 환자는 72만 명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50대 이상이 64.8%를 차지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6배 많았으며 60대 여성의 비중이 가장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월별 진료 인원을 집계한 자료에서도 7~8월이 각각 8만8천 명, 8만9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1~2월은 6만8천~7만3천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름과 초가을에 환자가 몰리는 경향이 뚜렷한 셈이다.

발진보다 통증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의 까다로운 점은 초기 증상이 피부가 아닌 신경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물집이 올라오기 전부터 해당 부위에 따끔거림, 화끈거림, 감각 저하가 나타나고 미열이나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담석증이나 허리디스크, 근육통으로 오인하기 쉽다. 통증이 시작되고 이틀에서 사흘 뒤에야 발진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위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얼굴의 삼차신경을 침범하면 눈꺼풀과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안구 대상포진으로 이어져 시력 저하를 남길 수 있고, 귀 주변 신경을 침범하면 안면마비와 청력 이상을 동반하는 이성대상포진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진이 의심되면 늦어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는 "합병증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흔하게 발생하며 연령이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음"이라고 안내한다.

'발진이 나았다'는 착각이 남기는 것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발진이 아문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상태로, 서울대병원 의학정보는 60대에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의 약 60%, 70대에서는 75% 정도가 신경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바람이 스치거나 옷이 닿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오는 이질통,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상감각이 대표적이다. 통증이 길어지면 수면과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피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에서는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이 각각 1.35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바이러스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기전이 거론된다. 대상포진을 겪은 뒤에는 혈압과 혈당, 혈관 건강을 함께 살피는 이유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신경병증성 통증에 쓰이는 약물, 신경 차단 시술 등으로 이뤄진다. 다만 신경이 이미 손상된 뒤에는 치료가 길어지고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의료계는 무엇보다 예방을 앞세운다.

50세 이상이라면 백신 두 차례, 2~6개월 간격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실시 기준을 보면 대상포진 백신은 두 종류다. 약독화 생바이러스 백신인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1회 접종한다.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2회, 2~6개월 간격으로 삼각근에 맞는다. 질환이나 치료로 면역이 떨어진 18세 이상 성인도 재조합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예방 효과에는 차이가 있다. 재조합 백신은 50세 이상 성인 1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97.2% 줄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 96.6%, 60대 97.4%, 70세 이상 91.3%였다. 생백신은 접종 대상과 연령에 따라 50~70%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생백신은 면역이 억제된 사람이나 임신부에게는 사용하지 않으며, 이 경우 재조합 백신이 권고된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발병하는 경우는 있다. 다만 접종을 마친 사람은 발진의 범위가 좁고 통증이 오래가는 신경통으로 진행할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대상포진을 앓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국가 지원은 아직…지자체 83%가 일부 비용 지원

대상포진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된 19종 백신에 들지 않아 접종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사업으로 고령층의 접종비를 일부 지원한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의 약 83%가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부분은 1회 접종인 생백신을 지원하고, 2회 접종이 필요한 재조합 백신까지 지원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적다. 지원 연령과 대상, 본인 부담금은 지역마다 다르므로 거주지 보건소나 지자체 누리집에서 확인해야 한다.

일상에서 지키는 예방 수칙

바이러스는 면역이 흔들릴 때 활동을 시작한다.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수면과 식사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며,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50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해 접종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물집이 생긴 사람과의 접촉도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환자의 수포에 직접 닿으면 수두를 앓지 않은 사람, 특히 임신부나 면역이 약한 사람, 어린아이에게 수두가 옮을 수 있다. 발진이 올라오기 전부터 전염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포가 마를 때까지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몸 한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이어지거나 띠 모양의 발진이 보인다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50세 이상이라면 접종 가능 여부와 지자체 지원 대상인지를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발진을 빨리 치료하는 것만큼, 애초에 앓지 않도록 준비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