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안쪽 벽에 눌어붙은 기름때 앞에서 수세미를 들었다면 잠깐 손을 멈추는 게 좋다. 힘으로 밀어내는 대신 물과 레몬으로 수증기를 만들어 때를 불리는 방법이 있다. 준비물은 물 한 컵과 레몬 반 개, 전자레인지용 그릇 하나뿐이다. 시간은 가열 3분, 대기 5분, 닦는 시간을 합쳐 10분 남짓이다.
물과 레몬을 넣은 그릇을 3분 가열하면 내부가 수증기로 가득 찬다. 이 수증기가 마른 기름때를 불려준다. / 출처: theQnews 물 300~400ml에 레몬 반 개, 3분 돌리고 5분 기다린다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물을 넉넉히 붓는다. 물이 적으면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다 끓어 없어져 수증기가 모자란다. 최소 200ml, 여유 있게는 300~400ml가 적당하다. 레몬은 반 개를 얇게 저며 넣거나 즙을 짜서 넣는다. 냄새를 잡는 효과를 노린다면 즙만 짜지 말고 껍질을 함께 넣는 편이 낫다. 향 성분은 껍질 쪽에 더 많다.
그릇을 넣고 가장 센 출력으로 3분 돌린다. 물이 끓어 안쪽이 수증기로 차면 전원을 끄고, 문을 열지 않은 채 5분 더 둔다. 이 대기 시간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갓 만들어진 수증기가 서서히 식으면서 벽과 천장에 달라붙은 기름때, 마른 음식물 부스러기에 스며들어 불려주기 때문이다. 해외 청소 가이드 여러 곳이 3분 가열 뒤 5분 방치를 기본 순서로 제시한다. 여유가 있으면 10분까지 두어도 나쁘지 않다.
5분이 지나면 문을 열어 그릇을 꺼낸다. 그릇과 물이 매우 뜨거우므로 행주나 오븐 장갑을 끼는 게 안전하다. 이때 문 안쪽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므로 바닥에 수건을 깔아두면 뒷정리가 줄어든다.
일하는 것은 수증기, 레몬은 거든다
원리는 단순하다. 전자레인지는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만든다.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면 벽면의 오염물 표면에 달라붙어 얇은 물막을 형성한다. 마른 때가 물을 머금으면 부풀어 올라 헝겊에 쉽게 묻어난다. 열도 한몫한다. 눌어붙은 기름은 차가울 때 단단하지만 따뜻해지면 무르게 풀린다.
다만 레몬이 강력한 용해제는 아니다. 레몬의 구연산은 약한 산으로, 기름때를 녹이는 힘은 세제에 크게 못 미친다. 세정제 업체들은 식초나 레몬즙, 베이킹소다만으로는 오염을 밀어내는 계면활성제가 없어 때를 옮기기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리하면 주된 일꾼은 수증기와 열이고, 레몬은 산과 향으로 거드는 역할이다. 기름기가 심한 날에는 마지막에 주방세제를 한 방울 묻혀 닦으면 훨씬 수월하다.
그래도 레몬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학 세정제 냄새가 부담스러운 주방에서 마무리 냄새가 상쾌하다는 점이다. 생선이나 카레처럼 냄새가 강한 음식을 데운 뒤에는 특히 차이가 난다. 레몬이 없으면 식초물로 대신할 수 있다. 물과 식초를 2대 1 정도로 섞어 같은 방식으로 돌리면 되고, 이 경우 냄새는 레몬보다 강하게 남는다.
수증기가 내부 표면에 물방울로 맺히면 마른 기름때가 불어 헝겊에 쉽게 묻어난다. / 출처: theQnews 닦는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문을 열면 위에서 아래로 닦는다. 천장, 옆면, 바닥 순서다. 반대로 하면 바닥에서 올라온 오염이 이미 닦아둔 벽에 다시 묻는다. 천장은 팔이 닿기 어려워 대개 가장 더러운 곳이므로 첫 순서로 두는 게 좋다.
회전 접시와 받침대는 빼서 싱크대에서 따로 씻는다. 접시 아래 틈과 회전축 주변은 음식물이 가장 잘 고이는 자리다. 문 안쪽 유리와 문 고무 패킹도 헝겊으로 한 번 훑는다. 패킹에 낀 때는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헝겊은 극세사가 낫다. 섬유가 미세하게 갈라져 있어 물기만 묻혀도 눌어붙은 때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그래도 남는 부분은 레몬물에 헝겊 끝을 적셔 그 부분만 문지른다. 이때도 수세미의 거친 면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내부 코팅에 흠이 나면 그 틈에 때가 더 잘 낀다.
마무리는 문을 열어두고 자연 건조다. 내부에 습기가 남으면 냄새와 곰팡이의 원인이 된다. 기기 바깥은 물을 직접 뿌리지 말고 마른 헝겊이나 살짝 적신 천으로 닦는다. 뒤쪽 통풍구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 뜨거운 그릇… 세 가지 주의
첫째, 그릇은 반드시 전자레인지용 표기가 있는 것을 쓴다. 금속 용기나 알루미늄 포일은 마이크로파를 반사해 불꽃이 튀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유리나 도자기라도 금테 장식이 있으면 피해야 한다.
둘째, 과열된 물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서 막 끓인 물은 겉보기에 끓는 기포가 보이지 않다가 그릇을 흔드는 순간 갑자기 솟구치는 경우가 있다. 꺼내기 전에 그릇 옆면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젓가락을 담가 기포를 터뜨려 두면 안전하다.
셋째, 문을 열 때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몰아치는 수증기에 데일 수 있다. 아이가 옆에 있다면 문에서 한 걸음 떨어뜨려 두는 게 좋다.
수증기로 불린 뒤에는 극세사 천으로 천장부터 아래로 훑기만 하면 된다. 박박 문지를 필요가 없다. / 출처: theQnews 결론은 문 닫고 기다리는 5분
정리하면 이렇다. 물 300~400ml에 레몬 반 개를 넣고 3분 돌린 뒤, 문을 닫은 채 5분 둔다. 뜨거운 그릇을 조심히 꺼내고 극세사 천으로 천장부터 닦는다. 이 순서만 지키면 수세미로 팔을 흔들 일이 거의 없다.
때를 없애는 것은 팔의 힘이 아니라, 문을 닫고 기다리는 그 5분이다.
평소에는 음식을 데운 뒤 마른 헝겊으로 한 번 훑어두고, 2~4주에 한 번 이 방법으로 안쪽을 정리하면 좋다. 기름때가 두껍게 굳은 뒤에는 수증기만으로 부족하므로 주방세제나 베이킹소다를 소량 곁들이는 편이 현실적이다. 다음에 레몬 껍질이 남았을 때, 버리지 말고 전자레인지에 한 번 넣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