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AI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됐다. 메타는 지난 9월 8일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공개했고, 오픈AI는 9월 29일 연례 개발자대회 데브데이(DevDay)에서 상시 대기형 에이전트 '닷츠(dots)'를 출시했다. 구글 역시 제미나이 앱에 탑재된 24시간 개인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를 국내에 정식 출시하며 한국어 지원에 나섰다. 질문에 답하던 챗봇의 시대를 넘어, 일정 관리부터 이메일 발송, 결제까지 대신 수행하는 '행동하는 AI'가 일상에 들어온 것이다.
메타 '뮤즈', 메시지 보내듯 요청하고 결제까지 맡긴다
메타의 뮤즈는 별도의 기술 지식 없이도 처음부터 쓸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뮤즈 전용 앱이나 왓츠앱에서 메시지를 남기듯 요청을 전달하면 되고, 뮤즈는 브라우저를 직접 열고 양식을 작성하며 필요하면 판매 조건을 흥정하는 수준의 작업까지 수행한다. 앱을 닫아도 작업은 이어지며, 이메일을 보내거나 결제를 앞둔 시점에는 이용자의 승인을 다시 요청한다.
결제 기능도 이목을 끈다. 뮤즈는 스트라이프(Stripe)의 결제 서비스 '링크(Link)'와 연동해 실제 카드 번호 대신 일회용 가상 카드를 발급받아 온라인 결제를 진행한다. 메타는 뮤즈가 파손·분실이나 가격 인하에 대한 구매 보호를 제공하는 결제 체계를 갖춘 첫 AI 에이전트라고 소개했다. 샵페이(Shop Pay)와 1패스워드 연동도 이어질 예정이다.
메타는 뮤즈를 두고 "개인 슈퍼인텔리전스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혁 기술이 될 것"이라며 "뮤즈는 그 첫걸음"이라고 공식 소개했다.
스마트폰으로 AI 챗봇에게 일을 맡기는 장면 — 출처: Wikimedia Commons 저작자 LMSYS Org (UI), PrincessPandaWiki (promp (Public domain) / 라이선스: FREE오픈AI '닷츠', 자체 클라우드로 4,000개 앱 잇는다
오픈AI의 닷츠는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를 갖춘 상시 에이전트다. GPT-6 아스트라(Astra) 모델로 구동되며, 플러그인 생태계를 통해 4,000개가 넘는 앱과 연결된다. 챗GPT뿐 아니라 슬랙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에서도 닷츠를 호출할 수 있어 업무 도구 사이를 오가며 맥락을 이어받는다. 이용자가 목표를 맡기면 닷츠가 24시간 내내 작업을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메시지로 알려오거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지점에서만 이용자를 찾는다.
배포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챗GPT 프로와 비즈니스 프리미엄, 엔터프라이즈 요금제 이용자를 먼저 대상으로 하며, 첫 닷츠는 요금제에 추가 비용 없이 포함된다. 오픈AI는 기업의 조달·계약·고객 지원 같은 정형 업무를 맡는 '전문 닷츠' 미리보기도 함께 내놓았다.
다만 출시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오픈AI는 앞서 최신 모델 GPT-6.1 아스트라의 공개를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보류한 바 있고, 닷츠 역시 통제를 벗어난 에이전트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던 시기에 공개되며 안전 설계에 관심이 쏠렸다.
상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의 연결성을 상징하는 이미지 — 출처: Wikimedia Commons 저작자 OliwierJaszczyszyn (CC BY-SA 4.0) / 라이선스: FREE구글 '제미나이 스파크', 국내 정식 출시로 한국어 지원
구글의 제미나이 스파크는 지난 5월 개발자 행사 구글 입출력(I/O 2026)에서 공개된 24시간 개인 에이전트다. 지메일, 독스, 슬라이드 등 워크스페이스 도구와 깊게 연동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돼 노트북을 닫거나 화면을 잠가도 작업이 이어진다. 매월 신용카드 명세서를 자동으로 분석해 숨은 구독료를 짚어내거나, 흩어진 회의 메모를 모아 문서로 완성하는 반복 업무를 맡길 수 있다.
한국 이용자에게 가장 큰 소식은 국내 정식 출시다. 구글 코리아는 제미나이 스파크가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고 알리며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고, 구글 AI 프로와 울트라 구독자를 우선 공급 대상으로 내세웠다. 메타 뮤즈가 아직 미국에 머물러 있고 오픈AI 닷츠가 이용 가능 국가를 넓히는 중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정식으로 쓸 수 있는 첫 대형 개인 에이전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제미나이 앱의 월간 이용자가 230여 개국에서 9억 명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스파크가 이 규모의 트래픽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다른 경쟁 제품과 비교할 때 의미 있는 기반이 된다.
AI 모델과 데이터 연결을 나타내는 신경망 회로 이미지 — 출처: Wikimedia Commons 저작자 mikemacmarketing / photo on flickr (CC BY 2.0) / 라이선스: FREE승인제·감사 기록…'안전'이 새 경쟁 축으로
세 회사는 안전과 프라이버시 확보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설계를 내놓았다. 메타는 뮤즈와 별개로 작동하는 감시 에이전트 '센티넬(Sentinel)'을 두어 뮤즈의 모든 외부 행동이 센티넬의 승인을 통과해야 진행되도록 했다. 뮤즈는 이용자의 비밀번호와 결제 수단을 모델이 볼 수 없는 별도 저장 공간에 보관하며,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의 감사 기록을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오픈AI 닷츠는 이용자가 허용하지 않는 한 자체 클라우드와 이용자의 기기를 분리해 둔다. 대기 상태에서는 읽기 전용 도구만 사용하는 '프로액티브 리서치'로 활동을 제한하고, 계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자동 검토를 거쳐 승인 대상인지 판별한다. 비밀번호 변경 같은 민감한 작업은 이용자가 직접 수행하도록 남겨둔다. 구글 스파크도 결제나 메일 발송 같은 고위험 행동은 사전 확인을 요청하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 지금 쓸 수 있는 것은 '스파크'
국내 이용자가 당장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은 구글 제미나이 스파크다. 메타 뮤즈는 현재 미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국내 출시 일정은 공개된 바 없다. 오픈AI 닷츠는 배포 대상 국가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중이라 한국 지원 여부는 향후 공개에 달려 있다.
뮤즈는 기본 기능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추가 기능에 구독 요금제를 적용한다. 닷츠도 첫 에이전트를 요금제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에이전트 구독 경쟁이 요금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개인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메신저처럼 일상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대형 기업이 같은 시기에 정식 출시 경쟁에 뛰어든 것은 시장 규모와 속도 모두 크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승부처는 성능 경쟁을 넘어, 얼마나 안전하게 '나의 일'을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안전성 설계로 옮겨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