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공개한 게임은 7,818개다. 전체 라이브러리 약 11만 4,000개 가운데 7%에 해당한다. 1년 전 약 1,000개(1.1%)에서 여덟 배로 늘어난 규모다. 숫자만 보면 폭발적이지만 관건은 다른 데 있다. 이 게임들이 실제로 팔리고 있는지다.

공개 숫자는 폭발적이다

스팀은 생성형 AI 사용을 게임 등록 과정에서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2025년 출시작만 놓고 보면 다섯 편 중 한 편(약 20%)이 AI 사용을 공개했다. 서드파티 추적 집계인 'AI 투명성 지수'는 2026년 신작의 공개 비율을 30% 안팎으로 본다. AI 사용을 공개한 게임들이 스팀에서 거둔 매출은 추정 6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스팀에서 AI 사용을 공개한 게임은 전체 라이브러리의 7%에 이른다. 출처: NegativeSpace (CC0)

쓰임새는 코드에 그치지 않는다. 공개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각 자산 생성이 약 60%로 가장 많고 오디오 생성, 텍스트 생성, 마케팅 소재, 코드 생성이 뒤를 잇는다.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이 공개는 개발자가 스스로 밝히는 자발적 방식이다. 따라서 7,818개라는 숫자는 실제 사용 규모가 아니라 최소 하한선으로 읽어야 한다. 공개하지 않은 게임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중은 더 높을 수 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흥행은 따로 놀았다

6억 6,000만 달러는 전체로 보면 작지 않지만 게임 편수로 나누면 평균은 낮다. 공개 게임 수가 급증하는 것과 개별 게임의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AI 슬롭' 논쟁이 나오는 이유다.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텍스트 기반 로그라이크는 스팀에서 82% 긍정 평가를 받았다. 다만 AI가 만든 서사가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 대화만 나눠도 캐릭터가 죽는 식의 일관성 문제가 리뷰에서 지적됐다.

리뷰 수를 기준으로 판매량을 추정하는 방식(박슬라이터 방식)을 적용하면, 최근 1년 사이 출시된 AI 공개 게임 가운데에는 250만 장 규모로 추정되는 인디 게임도 있다. 다만 이 추정치는 공식 판매량이 아니라 리뷰 수에 계수를 곱한 값이어서 참고 수준으로 봐야 한다.

런타임 AI는 성격이 다르다

게임 안에서 AI를 실시간으로 돌리는 방식은 코드 생성과 결이 다르다.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은 플레이어가 텍스트로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옷과 소품의 텍스처를 만들고, 이미지 입력으로 3D 오브젝트를 생성한다. NPC의 행동과 사고를 소형 언어모델로 제어하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프롬프트로 3D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게임도 등장했다. 이 방식은 제작비를 낮추는 동시에 게임 자체를 차별화 요소로 만든다. 반대로 AI를 실시간으로 돌리려면 서버 비용과 콘텐츠 검열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AI 활용은 코드 생성보다 시각·청각 자산 쪽 비중이 높다. 출처: PxHere (CC0)

개발자에게 남은 조건

AI가 개발 속도를 얼마나 높이는지에는 반대 증거도 있다. 2025년 7월 공개된 METR 연구는 숙련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I 도구를 쓸 때 작업 완료 시간이 19% 더 길어졌다고 보고했다. 개발자들은 스스로 빨라졌다고 느꼈지만 측정값은 반대였다. 표본이 작아 일반화는 이르지만 프롬프트 작성과 결과 검토에 드는 시간이 절약분을 상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 개발에서는 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게임은 '재미'라는 검증하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코드와 아트, 사운드, 레벨 디자인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여서 코드를 빨리 뽑아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엔진 쪽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니티는 에디터 내 AI 어시스턴트와 무료 MCP 서버, 공식 플러그인을 내놨고, 언리얼 엔진 5.8은 코딩 에이전트가 에디터에 직접 접속하는 MCP 플러그인을 실험 단계로 넣었다. 고도는 씬 파일이 텍스트 기반이라 에이전트가 프로젝트 구조를 읽고 고치기 쉽다. 웹 진영의 파이저JS는 에이전트용 스킬 파일을 공식 제공한다.

제도적 변수도 있다. 스팀의 공개 의무는 국내 개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임에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가 들어가면 등록 과정에서 밝혀야 하고, 실시간 생성 콘텐츠에는 플레이어 신고 체계가 적용된다. 공개 문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평판 리스크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AI는 제작 문턱을 낮췄지만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완성도다. 출처: PublicDomainPictures (CC0)

결론은 AI가 아니라 완성도다

AI로 만든 게임이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팔리는 이유가 AI인 것은 아니다. AI 도구가 흔해질수록 'AI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차별점이 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돈을 내는 이유는 그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6억 6,000만 달러라는 추정 매출도 수천 편 가운데 소수가 만들어낸 값에 가깝다. AI는 제작 시간과 비용의 문턱을 낮췄다. 그 문턱이 낮아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결국 차이는 완성도에서 갈린다. 그리고 그 완성도를 판단하는 주체는 끝까지 사람이다.

스팀의 AI 공개 정책과 각 게임의 공개 문구는 스팀 스토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는 개발자라면 등록 전에 공개 요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