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레저(XRPL)가 스테이블코인 등 발행 토큰을 무단으로 추가 발행할 수 있던 취약점을 닫는 프로토콜 수정안을 오는 11월 4일(현지시간) 적용한다. 수정안 fixCleanup3_4_0은 추적 대상 신뢰 검증인 35곳 가운데 33곳의 지지를 받은 상태로, 지지율이 기준선 위에서 유지될 경우 4일 23시 46분(한국시간)경 네트워크에 활성화된다.

XRP레저가 발행 토큰 권한 체계를 정비하기 나섰다 

토큰 소각 권한만 줬는데 발행까지 가능했던 결함

이번 결함은 XRP레저의 세분화된 권한 위임 기능 가운데 'PaymentBurn'에서 비롯됐다. 발행자는 이 권한을 다른 계정에 넘겨 자신이 발행한 토큰을 대신 소각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조건에서는 소각 권한만 위임받은 계정이 신뢰라인 토큰이나 MPT(멀티퍼스 토큰)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결제 서비스에 상환된 토큰을 소각하는 권한만 줬다고 가정해 보자. 원칙대로라면 그 서비스가 새 토큰을 발행하려면 별도의 발행 권한을 따로 받아야 한다. 수정안은 이 경계를 다시 그어, 소각 권한으로 실행한 결제가 잔고 0을 넘어서는 순간 거부되도록 했다.

"수정안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PaymentBurn 권한의 위임을 피할 것"이라고 XRP레저 공식 문서는 권고한다.

공식 문서는 이 밖의 세분화된 권한들은 이 결함의 영향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버 소프트웨어인 xrpld 3.4.0의 지난 9월 16일 자 릴리스 노트에도 관련 수정이 반영돼 있지만, 서버에 코드가 포함됐더라도 검증인 투표로 수정안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실제 거래 규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지율 2시간 흔들림에 2주 카운트다운 재시작

XRP레저에서 거래 규칙을 바꾸려면 검증인의 80%를 넘는 지지가 2주 동안 끊기지 않고 유지돼야 한다. 추적 대상 검증인이 35곳인 현재 기준으로는 29곳이 문턱이다. 수정안은 현재 33곳, 지지율 94.29%를 기록 중이다.

변수는 지난 10월 21일에 터졌다. 지지가 26곳으로 잠시 떨어지면서 80% 선이 무너졌고, 약 2시간 뒤에는 회복됐지만 2주 연속 승인 기간은 처음부터 다시 계산됐다. 원래 10월 23일로 예상됐던 활성화는 이로써 11월 4일로 밀렸다. 추적 사이트는 지지율이 다시 80% 이하로 내려가면 기간이 또 초기화될 수 있다며 4일 일시를 '조건부'로 명시하고 있다.

검증인은 거래를 검증하고 네트워크의 장부 기록에 합의하는 독립 운영자들이다. 거래 규칙을 바꾸는 일은 특정 주체가 멋대로 배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의 투표로만 이뤄지며, 지지가 잠깐 흔들려도 기간이 초기화되는 까다로운 절차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검증인 다수결로 거래 규칙을 바꾸는 XRP레저의 거버넌스

XRP 공급량은 안전…악용 흔적도 확인 안 돼

이번 결함의 영향은 레저 위에서 발행된 토큰, 그러니까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발행 자산에 국한된다. XRP 자체의 공급량과 1,000억 개 발행 상한은 이 권한 결함과 무관하다.

실제 악용 사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된 기록에서 이 결함으로 토큰이 부정 발행됐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공식 문서와 릴리스 노트 역시 특정 발행사의 피해를 지목하지 않았다. XRP레저의 위임 구조상 발행사는 DelegateSet 트랜잭션으로 위임 권한을 언제든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어, 우려되는 권한을 스스로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한 위임은 계정마다 최대 10개까지 설정할 수 있어, 일상 운영용 계정과 핵심 키 보관용 계정을 나눠 쓰는 운영도 가능하다.

볼트와 대출의 계산 오류도 한 번에 정비

fixCleanup3_4_0은 권한 문제만 고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수정안에는 단일 자산 볼트의 입금·출금·자산 회수 과정에서 자산이 과다 또는 과소하게 인도될 수 있던 반올림 오차 교정도 들어 있다. 거래 풀 쪽에서는 회수 금액이 0으로 반올림되던 사례와 마지막 유동성 공급자의 잔액 처리 문제가 바로잡혔다.

대출 관련해서는 만기일이 지나기도 전에 대출이 연체나 부도로 표시될 수 있던 오류도 수정된다. 앞으로 대출 상태 판정은 만기일이 엄밀하게 지난 뒤에만 이뤄진다. 다만 네이티브 대출 서비스 본체 수정안은 19표, 전제가 되는 볼트 수정안은 21표로 아직 29표에 못 미친다. 두 안이 4일 문턱을 넘기면 대출 기능의 최소 활성화 가능 시점은 11월 18일이 된다.

스테이블코인 확장 국면의 보안 정비

이번 수정은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가 확장 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다. RLUSD는 지난달 28일 코인베이스 상장을 통해 소매와 기관 채널을 동시에 넓혔으며, XRP레저와 이더리움, 베이스 등 여러 네트워크에서 지원된다. 발행 주체는 뉴욕 주 규제 감독을 받는 한정목적신탁사인 스탠다드 커스터디 트러스트 컴퍼니다.

RLUSD 등 스테이블코인 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안 취약점이 정비된다
발행 토큰 생태계가 커질수록 권한 체계의 빈틈은 곧 시스템 리스크가 된다. 미승인 토큰 보유자를 차단하는 별도 제안이 추가로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활성화 여부는 결국 검증인 지지 유지에 달려 있으며, 수정안이 무사히 적용되면 소각 권한과 발행 권한의 분리라는 원칙이 프로토콜 차원에서 강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