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0월 28일(현지시간)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4 카본(Gemini 4 Carbon)'을 공개했다. 불과 2주 전 선보인 '제미나이 4 아르곤'을 잇는 후속 모델로, 구글은 사이버 보안과 장시간 이어지는 작업 수행 능력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최상위 모델 출시가 늦어지고 코딩 성능이 경쟁사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이 반격에 나선 셈이다. 다만 이 모델은 아직 일반에 풀리지 않았다. 첫 접근 권한은 사이버 위협 방어에 종사하는 일부 전문가에게만 주어진다.

구글의 새 모델 '제미나이 4 카본'은 복잡한 코드를 오래 붙들고 고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 출처: Freerange Stock / 라이선스: FREE

아르곤 이후 2주 만에… 다시 1위 자리로

구글은 공식 발표문에서 카본을 두고 "사이버 보안과 장기 과제 수행 능력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근거로 제시한 것은 독립 평가기관의 순위다. AI 모델 평가업체 아티피셜 어낼리시스가 최근 개편한 지능지수 v5.0에서 카본은 59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5.5'(58점), 3위는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57점)였다. 구글이 2주 전 내놓은 아르곤은 50점이었다.

이 지수는 추론, 과학, 지식, 코딩, 에이전트 작업 등 9개 세부 평가를 묶어 점수를 매긴다.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카본은 이 가운데 4개 항목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특히 추론과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구글 관계자들은 공식 블로그에서 연구진과 모델이 서로의 결과를 검증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보안이 승부처… 취약점 찾고 고치는 전 과정서 최고점

카본의 성능 개선이 가장 뚜렷한 영역은 보안이다. 구글은 취약점 발견, 악용 가능성 검증, 근본 원인 패치라는 방어의 세 단계 모두에서 외부 평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는 결함을 스스로 찾아내는 'SEC-bench Pro'에서 88.2%를 기록했고, 발견한 취약점이 실제로 공격에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익스플로잇짐(ExploitGym)'에서는 54.8%를 얻었다. 결함을 고치는 코드를 만들어내는 'CWE-bench'에서는 71.0%였다.

카본은 취약점 발견부터 패치까지 보안 전 과정의 평가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 / 출처: PICRYL(퍼블릭 도메인) / 라이선스: FREE

구글 내부 지표도 함께 공개됐다. 회사 측은 카본이 안전한 코드를 생성하는 성공률이 아르곤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크롬 개발팀은 카본이 다른 연구소의 대형 모델보다 10배 이상 우수한 품질의 보안 패치를 만들어냈다고 보고했다. 클라우드 보안 업체 위즈 역시 웹 모의 침투 테스트 평가에서 카본이 앞섰다는 관측을 내놨다.

'며칠짜리 엔지니어링' 겨냥… 웹 개발 평가도 4위

카본은 짧은 질문에 답하는 용도보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끝나는 작업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구글은 내부에서 카본을 며칠씩 계속 돌려 대형 코드베이스나 저수준 시스템에 얽힌 미묘한 버그의 원인을 추적하고 고치는 데 활용했다고 전했다. 중간에 막다른 길을 만나도 목표를 놓지 않고 다른 경로를 찾는 지속성이 개선점이라는 설명이다.

웹 개발 분야의 성과도 수치로 제시됐다. 개발자들이 만든 결과물을 겨루는 '웹데브 아레나'에서 카본은 직전 모델보다 89점 높은 1768점(엘로)을 얻어 4위에 올랐다. 구글은 코딩, 에이전트, 과학, 멀티모달 이해 등 전반에서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웹 개발 결과물을 겨루는 평가에서 카본은 4위에 올랐다. / 출처: Pickpik / 라이선스: FREE

숫자 뒤의 단서… 코딩 에이전트 지수에선 2위

종합 1위라는 표현이 모든 항목의 승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코딩 에이전트 지수'에서는 클로드 오퍼스 5.5가 카본보다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조작 평가에서도 경쟁 모델이 우위를 지키는 항목이 남아 있다. 결국 어떤 작업을 맡기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신뢰성 지표도 엇갈린다.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지식 평가(AA-Omniscience)에서 카본은 정확도가 올랐지만, 환각률은 아르곤의 4%에서 11%로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 방식이 달라 구글의 내부 측정과 곧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근거 없는 주장이 약 2배 줄었다"는 구글의 설명과 외부 지표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다는 점은 이용자들이 감안할 부분이다.

지금은 '보안 전문가 전용'… 가격은 아르곤과 같게

가장 실용적인 변화는 요금제다. 구글은 카본의 도입가를 아르곤과 동일하게 100만 토큰당 입력 2달러, 출력 10달러로 책정했다. 캐시에 저장된 입력 토큰은 입력 단가에서 95%를 깎아준다. 정가 기준으로는 입력 4달러, 출력 20달러다. 아티피셜 어낼리시스는 카본의 문맥 처리 한도를 약 100만 토큰으로 추정했다. 방대한 소스 코드나 문서를 한 번에 넣고 다룰 수 있는 규모다.

접근 경로는 좁다. 구글은 이번 주부터 사이버 방어 담당자 일부에게 카본을 열고, 자체 신뢰 파트너 프로그램인 '페어윈드'를 통해 순차적으로 대상을 넓힌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출시 전 모델 시험 절차에도 참여 중이다. 개발자와 기업, 일반 소비자가 제미나이 앱이나 API로 카본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구글은 안전장치를 점검한 뒤 "가능한 한 빠르게" 제품 전반에 투입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피차이 "카본 기반 에이전트 전환"… 과제는 검색 광고

카본 공개는 실적 발표와 같은 날 이뤄졌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알파벳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카본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에이전트가 검색과 제미나이 앱을 넘어 크롬, 안드로이드, 기업용 워크스페이스까지 아우르는 통합 계층이 된다는 구상이다. 그는 10억 명 규모 이용자에게 이를 배포하기 위해 카본을 경량 모델로 증류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도와 비용이 관건인 에이전트 서비스에서는 큰 모델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 성능 좋은 상위 모델의 답변을 학습 데이터로 삼아 더 작고 빠른 모델을 만드는 증류가 필수적인 이유다. 반면 수익 구조에는 부담이 남는다. 알파벳의 검색 광고 등 매출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직전 분기 17%에서 성장률이 낮아졌다. AI 개요와 AI 모드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기존 광고 노출 방식이 흔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본을 서비스 전반에 투입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과 비용 효율화가 뒤따라야 한다. / 출처: 이미지 검색(CC·퍼블릭도메인 필터 적용) / 라이선스: FREE

구글이 기술 우위를 되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그 우위를 수익으로 바꾸는 과제도 뚜렷해졌다. 카본은 성능표에서 앞서지만 아직 문이 좁게 열린 모델이다. 보안 전문가들의 초기 피드백이 안전장치를 얼마나 빨리 다듬는지, 그리고 증류 모델이 실제 서비스에서 어느 정도 품질을 유지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구글은 카본의 정식 출시 일정과 소비자용 요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