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성격을 바꿔놓고 있다. 민주당은 텍사스·조지아 등 데이터센터 거점 7개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고, 이 가운데 공화당에서 주지사직을 넘겨받은 5개 주에는 미국 전체 건설·개발 계획 전력의 41%가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선인들이 신규 인허가 중단을 내세우면서 5년 새 10배 이상 불어난 건설 파이프라인이 조건부 승인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버지니아주 라우던군에 밀집한 데이터센터 단지 / 출처: Flickr(BeyondDC) 

공화당 넘겨받은 5개 주에 계획 전력의 41%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추적 기관 DCMap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지사직을 탈환한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네바다·아이오와 5개 주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는 505개, 발표 전력은 총 142.5GW(기가와트)다. 전체 1,599개 프로젝트 345.9GW 가운데 개수로 31.6%, 전력 규모로 41.2%에 해당한다. 발표된 장기 계획까지 포함한 수치라 중단이 확정된 용량은 아니지만, 인허가 권한이 이들 주와 지방정부에 있어 계획의 절반 가까이가 규제 사정권에 놓였다.

주별로는 텍사스가 전체 계획 전력의 26.9%인 93.1GW로 압도적으로 컸고, 조지아 19.8GW, 오하이오 17.6GW, 네바다 7.7GW, 아이오와 4.3GW가 뒤를 이었다. 투자은행 UBS는 2028년까지 텍사스에서 건설 예정인 신규 용량 18GW가 규제의 영향을 받을 위험에 놓였다고 추산했다.

데이터센터 서버룸 내부. 전력·냉각 인프라가 지역 부담으로 떠올랐다 / 출처: Rawpixel 

"보호 입법 전까지" 신규 인허가 중단 공약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 지나 히노호사는 취임 직후 긴급 행정명령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멈추겠다는 방침이다.

"주지사가 되면 텍사스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모든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중단하겠다." — 지나 히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

조지아의 키샤 랜스 보텀스 당선인은 경제·환경 영향 조사가 끝날 때까지 건설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의 에이미 액턴 당선인은 데이터센터 기업이 전력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 전까지 유예하겠다는 입장이고, 네바다의 애런 포드 당선인과 아이오와의 롭 샌드 당선인은 신규 시설 세제 혜택의 중단이나 폐지를 내세웠다.

연방 차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입법이 쉽지 않지만 실제 승인 권한은 시의회·카운티 위원회·공공요금위원회 등 지역 단위에 있고, 주지사는 기관에 인허가 발급 중단을 지시하는 식으로 즉각 개입할 수 있다. 애벗 전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8월 전력망 연계 승인을, 9월엔 환경 인허가를 중단한 전례가 있다.

주민투표 41건 중 40건 '제한' 표결

규제 압력의 축은 주민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10개 주에서 41건의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가 붙어 집계 이래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40건이 건설 제한이나 조건부 쪽으로 결론이 났고 허용·지지는 단 한 건이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제한 주민투표 46건이 통과했거나 가결 유력하다고 집계했고, 이 중 최소 17건은 대규모 시설 전면 금지 내용이었다.

오하이오에서는 18개 도시와 타운십에서 21건이 붙어 전부 반대 표결이 나왔다. 이 주에서는 이미 138개 지자체가 모라토리엄을 채택했고 23개 지역이 사실상 금지 상태다. 메타가 10억달러를 들여 추진하던 오하이오주 피콰 AI 데이터센터는 건설 승인에 관여한 공직자 3명이 주민소환으로 해임되고 건설 제한 안이 통과되면서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유권자 42%가 AI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을 중요 선거 이슈로 꼽았고, 휴스턴대 조사에선 텍사스 유권자 79%가 규모 제한에 찬성했다. 활동단체 추적 기관 데이터센터워치는 최근 2년간 지역 반발로 180억달러 규모가 중단되고 460억달러가 지연됐으며 24개 주에서 142개 단체가 움직인다고 집계했다. 공화당 인사는 세제 혜택과 전력망 부담을, 민주당 인사는 환경과 자원 소비를 내세우지만 전기요금·소음·용수를 둘러싼 반대는 정당과 무관하게 작동했다.

산업 구조가 바뀌는 지점

업계 조사기관 세미얼라이시스는 파급을 연도별로 나눠 본다. 내년 가동 목표인 2027년 파이프라인은 상위 20개 주 가동 예정 용량의 약 4분의 3이 이미 착공돼 있어 선거 결과가 뒤집을 수 없는 영역이다. 반면 미국 추가 용량의 대부분이 배정된 2028년 물량 약 62GW는 아직 착공되지 않아 인허가와 전력 연계가 정책 재협상과 함께 진행된다. 경합 주에서 중단 노선 후보가 모두 승리하는 시나리오에선 계획 용량 30.3GW가 잠재 리스크에 노출된다. 확정된 지연이 아닌 노출 규모다.

바뀌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거래 구조다. 연간 건설 규모는 5년 사이 수 GW에서 40GW로 10~20배 늘었지만 전력망·부지·용수는 따라가지 못해 협상력이 지역사회로 넘어갔다. 오하이오는 연간 1억3600만달러로 예상했던 인센티브 비용이 16억달러로 불어나면서 다수 후보가 철회를 공약했다. 앞으로의 승인 경로는 계통 증설비 분담, 냉각 방식 재설계, 지역사회 편익 협약 같은 조건부 승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버지니아에선 전압 강하 시 데이터센터들이 일제히 비상전원으로 전환해 1.5GW가 순간 이탈, 전력망이 마비될 뻔한 사례도 있었다.

네바다주 타호 리노 산업단지의 대형 시설 / 출처: Flickr 

내년 투자 5~7% 감소 전망…2028년 파이프라인이 관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만디프 싱 애널리스트는 이번 선거 결과로 2027년 기술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기존 전망 1조4000억달러 대비 5~7%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약 700억~980억달러에 해당하며, 인허가 지연으로 내년 가동 예정 용량 중 최대 10GW가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계획 용량의 최대 20%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타격은 고르지 않다. 가동 설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자금 조달로 GPU와 시설을 확보해 임대로 회수하는 네오클라우드와 개발업체는 지연 기간에 차입 이자를 그대로 안는다. 일부 유예 조치가 20MW 초과 시설에만 적용되는 만큼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멕시코·중동으로 옮기는 선택지도 검토된다. 게리 응 나티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AI 개발이 둔화되면 풍부한 전력과 저렴한 추론 서비스를 앞세운 중국 기업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변수는 텍사스다. 이 주 하나가 2028년 미국 추가 용량의 약 30%를 차지해 몇 달의 지연이 전국 수치를 움직인다. 전력망 운영기관 ERCOT의 계통연계 감사 보고서는 12월 초 목표다. 인허가가 12월이나 내년 초 재개되면 대부분 프로젝트는 일정 범위 안에서 흡수 가능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번 선거는 건설 자체를 멈추기보다 '누가 얼마나 조건을 붙여 승인하는가'의 정당을 바꾼 것이다. 2028년 파이프라인이 자리 잡을 때까지 이 조건 협상이 산업의 새 골격을 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