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광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상위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꺾인 곳은 한국이다. 베트남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9월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77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늘었지만, 한국인 방문객은 약 305만 명으로 같은 기간 약 5% 감소했다. 2025년에도 약 5%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다. 다낭처럼 외국인의 4할 가까이가 한국인인 도시는 이 변화를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
다낭 한강변 드래곤브리지 야경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CC0)숫자로 보면 '붕괴'가 아니라 '냉각'
먼저 규모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6년 1~9월 한국인 관광객 약 305만 명은 베트남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17.3%에 해당하며, 22.3%를 차지한 중국에 이어 여전히 2위 시장이다. 감소세를 보인 것은 상위 10개 시장 중 유일하게 한국뿐이었다. 다른 시장들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간 만큼, 상대 비중의 하락이 절대 규모 감소보다 더 크게 체감된다.
주목할 점은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인 해외여행은 1,900만 건을 넘겼고,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여행 자체는 늘었는데 베트남으로 향하는 흐름만 약해진 것이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리서치의 상반기 분석에서도 한국인 12대 인기 여행지 가운데 늘어난 곳은 일본(약 568만 명, 18.6% 증가), 중국 본토(약 171만 명, 16% 증가), 마카오 등 세 곳뿐이었고, 베트남은 2.1% 감소했다.
다낭에서 한국인은 아직 1등이다
다낭은 한국인의 '국민 휴양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 의존도가 높은 도시다. 2025년 다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410만 명 가운데 한국인이 40.6%(약 168만 명)로 가장 많았다. 2025년 8월에는 연간 누적 한국인 100만 명을 사상 가장 빠르게 돌파했고, 다낭시 관광당국은 기념 행사를 열며 한국 시장의 위상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다낭의 성장 동력은 달라지고 있다. 다낭 통계당국 보고에 따르면 1~9월 다낭 숙박시설을 이용한 외국인은 약 77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안팎 증가했고, 1~10월 누적 외국인은 830만 명으로 24.1% 늘었다. 성장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러시아를 비롯한 CIS 국가 방문객은 1~8월 41만1천 명으로 94.2% 급증했고, 골프 라운드 수도 상반기 17만5천 건으로 5.6% 늘었다. 즉 다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한국인 관광객의 '소멸'이 아니라, 다른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한국인 비중의 '희석'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인도를 제치고 다낭 최대 외국인 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이 다낭을 덜 찾는 이유
업계 분석은 원인을 몇 갈래로 짚는다. 첫째는 환율이다. 원화는 올해 6월 3일 달러당 1,536원까지 떨어지며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 1,3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출 여력이 줄어든 한국인 여행자는 고급 호텔 대신 홈스테이형 숙소를 택하며 지갑을 조이고 있다.
"베트남의 저비용 목적지로서의 강점이 더 이상 한국인 관광객을 붙잡아 둘 만큼 큰 격차를 만들지 못한다"는 진단이 베트남 현지 관광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둘째는 일본과 중국의 추격이다. 엔저가 이어진 일본은 짧은 비행시간과 서비스 품질까지 앞서며 한국인 여행객의 4할 가까이를 흡수했고, 한국인의 대일 지출은 2025년에만 57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과 직항 노선 확대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셋째는 항공 공급이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류비 상승으로 한국 저비용항공사들이 4~6월 사이 약 1,000편의 운항을 줄였고, 이는 동남아 노선 요금과 편의성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낭과 푸꾸옥 현지의 숙박 요금 인상이 겹쳤다. 여름 성수기 객실 공급 부족으로 요금이 오른 가운데 가격에 민감한 한국인 관광객이 다른 목적지로 발을 옮겼다는 것이 베트남 현지 여행사들의 공통 진단이다. 또 하나는 '목적지 피로'다. 다낭·나트랑·푸꾸옥은 2023년 무렵부터 한국 시장에서 집중 홍보됐고, 관광 전문가들은 그 주기를 3~4년으로 본다. 해변·골프·스파 패키지가 익숙해진 지금 새로운 경험의 부족이 재방문율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불법 콜센터 보도가 베트남 이미지에도 부정적 연관 검색을 남기며 부정 정서가 한때 18%까지 치솟았다는 조사도 있다.
다낭 도심 야경 / 출처: PickPik / 라이선스: FREE(로열티 프리)다낭의 반격: 방문객 수보다 체류 기간
다낭 당국의 대응은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는 방향이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체류이다. 올해 1~9월 다낭을 찾은 외국인의 평균 체류 기간은 2일에 미치지 못했다. 해변·구경·쇼핑 중심의 익숙한 일정으로는 체류를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다낭시는 골프·미식·문화·웰니스·MICE(기업 행사)를 연계한 상품 개발과 호이안·후에 등 중부 베트남 연계 노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 수 확대에서 여행 경험 개선, 체류 연장, 소비 촉진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다낭시 간부로부터 나왔다.
베트남 관광업계 역시 저가 해변 패키지 중심의 상품을 문화·생태·웰니스 체험형으로 다변화하고,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 시장 홍보를 강화하라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항공사·호텔·여행사·온라인 예약 플랫폼이 함께 참여하는 패키지 상품과, 예약 기간이 짧아진 한국인 소비 패턴에 맞춘 조기 프로모션도 대안으로 꼽힌다.
다낭 시내 야경 / 출처: PICRYL / 라이선스: FREE(퍼블릭 도메인)앞으로의 변수: 4분기 통계가 답을 가진다
지금의 감소가 일회성 가격 충격인지 구조적 변화인지는 4분기 통계가 가늠자가 될 것이다. 성수기 요금 인상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감소가 이어지면 업계는 이를 추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 반등 변수는 원화 가치 회복과 한국 저비용항공사의 좌석 공급 복원이지만, 둘 다 베트남 현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정리하면,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다낭에서 한국인이 사라졌다"는 표현은 통계상 과장이다. 올해 1~9월에도 3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베트남을 찾았고 다낭에서는 여전히 최대 외국인 시장이다. 다만 전체 관광객이 14.5% 늘어난 가운데 한국만 2년 연속 줄었고, 줄어든 몫이 일본과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 신호다. 다낭의 다음 관광 성적표는 얼마나 많은 한국인을 데려오느냐보다, 온 한국인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낭 여행, 참고할 만한 정보
| 대표 해변 | 미케비치(다낭 도심 인근 해수욕장) |
|---|---|
| 산악 관광 | 바나힐스·골든브리지(다낭 도심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
| 연계 여행 | 호이안 구도시, 후에 등 중부 베트남 연계 일정 가능 |
| 대표 축제 | 다낭 국제불꽃축제(DIFF, 매년 여름 개최) |
세부 요금·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베트남 관광 당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