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제 공해상의 상업 심해 채굴을 허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은 캐나다 심해채굴 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의 미국 자회사 TMC USA가 제출한 탐사면허·상업 채굴 허가 통합 신청서가 요건을 완전히 갖췄다고 판정하고 본격 심사에 나섰다. 공개 의견 수렴이 지난 10월 19일 마무리되면서 '세계 최초' 상업 채굴 승인 여부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수심 4km 해저에 깔린 '감자' 광물

태평양 중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펼쳐진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CCZ)의 수심 4km 안팎 해저에는 감자나 야구공만 한 검은 광물 덩어리가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돼 흩어져 있다. '망간단괴'로 불리는 이 돌에는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 전지와 전자제품,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이 다량 들어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심해저 광물이 2065년까지 세계 금속 수요의 35~45%를 충당할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은 바 있다. 백악관은 2025년 4월 '미국의 해양 광물 자원 개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심해 광물 개발을 국가안보와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격상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수심 4km 태평양 해저에 흩어진 망간단괴 군락 

인증 심사에 들어간 NOAA, 다음 관문은

TMC USA는 지난 2월 6일 NOAA에 탐사면허와 상업 채굴 허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대상은 CCZ 해역이다. NOAA는 기술 검토를 거쳐 신청서가 미국 심해저 광물자원법(DSHMRA)과 시행규칙의 정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정했고, 연방관보 공고와 함께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 지난 10월 19일 마무리했다. 10월 13일에는 온라인 공청회도 열렸다.

"NOAA는 과학에 기반한 심해 채굴 관행의 글로벌 표준을 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닐 제이컵스 NOAA 국장, 공식 보도자료)

인증이 확정되면 NOAA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까지 통과해야 최종 허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7년 1분기 무렵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에는 마리아나 제도와 미국령 사모아 주변 등 자국 관할 해역에서 심해 채굴 광구를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별도로 발표했다.

'바다의 헌법'과 충돌하는 미국의 손

국제사회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공해 심해저 자원을 국제해저기구(ISA)가 관리하도록 했다. ISA는 2001년부터 탐사 계약을 발급해 왔으며 CCZ에서만 17개 계약으로 123만㎢를 배정했다. 반면 미국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로, 1980년에 만든 자국 법률에 따라 자국 기업이 공해상에서 광물을 탐사·채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환경 전문매체의 최근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 신청했거나 권리를 받은 심해저 구역은 CCZ에서 약 72만7천㎢에 이르고, 기존 탐사면허 지역까지 더하면 총 96만2천㎢에 달한다. ISA가 관리하는 CCZ 채굴 대상 면적의 절반 가까이, 탐사 계약면적 기준으로는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부 신청 구역은 ISA가 개도국 이익을 위해 보전해 온 구역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탐사면허와 채굴 허가 발급에 나서면 다자주의 해양 거버넌스, 나아가 국제법 체계 전반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미국의 환경 전문 변호사 로리 오스문센)

ISA는 아직 한 건의 상업 채굴 신청도 받은 적이 없다. 46개국은 심해 생태계 피해 우려와 채굴 규정 부재를 이유로 업계 활동 일시 중단을 요구해 왔다. 미국 내에서도 보호단체들이 NOAA의 인증 결정이 법정 절차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심해 조사 무인잠정정이 촬영한 망간단괴 해저 평야 / 출처: GEOMAR ROV KIEL 6000 

세계 최초 상업 채굴, 경제성은 별개의 문제

기술적 난관도 만만치 않다. TMC는 2022년 시험 장비로 젖은 상태 3천t 이상의 단괴를 해수면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2025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연간 150만t 생산 목표의 극히 일부다. 수심 4km의 고압·저온 환경에서 집광 로봇이 고장 나면 회수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로 2021년에는 벨기에 기업의 집광기가 연결 케이블 이탈로 수심 4,500m 해저에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수요 전망도 갈린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절반 이상이 니켈·코발트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인산철리튬(LFP) 방식으로 옮겨 갔고, 볼보 등 일부 완성차 업체는 심해 광물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터빈과 항공 우주용 초합금이 미국 코발트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며 장기적인 수요 상승을 기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쿡제도에서는 미국과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항만 개발을 지원하며 심해 채굴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해저 망간단괴를 수거하는 집광 로봇과 무인잠정정 상상화 

한국에도 닥치는 파장

한국은 국제해저기구 후원투자자 자격으로 태평양 다금속 망간단괴 탐사 계약을 유지해 온 나라다. 니켈·코발트를 배터리 산업이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심해 광물이 현실적인 공급망 대안으로 부상하면 국내 소재·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에서는 고려아연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TMC의 허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선택이 국제 해양 질서에 내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리고 4km 아래의 광물이 정말 '공짜 돈'인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조금씩 답이 나올 것이다. NOAA의 인증 결정과 이어질 환경영향평가, 국제해저기구의 대응이 '세계 최초 상업 심해 채굴'의 분수령을 가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