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국 증시의 하루를 두 갈래로 갈랐다. 친환경 정책에 우호적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가져가는 이른바 '블루 쓰나미'가 현실화되자, 4일 코스피는 개장 초 강세와 급락을 오간 끝에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업종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된 4일, 국내 증시는 장중 400포인트 넘는 등락을 오간 뒤 상승 마감했다. / 출처: PICRYL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01포인트(0.62%) 오른 5683.8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5820선까지 올랐던 지수는 오후 한때 5421.72까지 밀렸다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시 올라섰다. 하루 등락 폭만 400포인트에 가까웠다.

수급은 개인과 기관이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는 구조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5095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1467억원, 1조13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코스닥도 10.56포인트(1.50%) 오른 714.95에 마감하며 710선을 되찾았다.

20년 만의 상·하원 석권…시장은 정책부터 계산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의회의 주도권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에너지 정책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비의 최대 30%를 세액공제해 주는 투자세액공제(ITC)는 원래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공화당 주도 입법으로 종료 시점이 2028년으로 앞당겨졌다. 육상풍력 지원 제도인 생산세액공제(PTC) 역시 조기 종료가 결정된 상태다. 의회 구성이 바뀌면 이 일정이 다시 늦춰지거나 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민주당이 지난 5월 내놓은 에너지 아젠다에 국가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확대 계획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추가로 밀어붙이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국내 셀 제조사에는 부담 완화 요인으로 읽혔다.

삼성SDI 9.9%, 한화솔루션 18.4%…코스닥 2차전지도 동반 강세

민주당의 ESS·송전망 투자 확대 기대가 부각되며 배터리 관련주가 일제히 뛰었다. / 출처: PICRYL
실제 매매에서도 정책 수혜 기대는 즉각 숫자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전 거래일보다 9.93% 오른 53만7000원에 마감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5.03% 상승했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10.96%, 에코프로가 9.54% 올랐다.

재생에너지 쪽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한화솔루션이 18.43% 급등한 2만7950원에 마감했고, HD현대에너지솔루션(12.72%), 두산퓨얼셀(12.04%), SK이터닉스(7.78%), 씨에스윈드(6.27%)가 동반 상승했다. 대원에너지는 29.96%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대로 반도체는 정책 리스크의 진앙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0.68% 내린 21만8000원, SK하이닉스는 0.2% 안팎 하락한 139만5000원선에 마감했다. 민주당이 AI 데이터센터의 인허가와 전력 사용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공개된 설문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AI 규제 강화에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AI 설비투자 둔화 우려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를 밑도는 등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기대와 신중론 사이…"전기차 수요는 별개 문제"

정책 기대가 곧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는 이미 지난해 행정부 조치로 종료된 데다, 연비·배출가스 규제 역시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의 손에 있어 의석 구도 변화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친환경 정책이 물가·이민 문제에 밀려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단기간에 큰 폭의 제도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관세와 통상 정책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자동차·철강 업종의 변화도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ITC·PTC 등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일정이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가 태양광·풍력주를 끌어올렸다. / 출처: PxHere 

추가 변동성 남아…"5200선 지지력 테스트"

당장의 방향성은 아직 열려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90원 내린 1342.1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고, 프로그램 매매는 1조5963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수가 반등했지만 수급의 무게추는 여전히 매도 쪽에 기울어 있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면 중단되지 않는 한 실제 업황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개표가 마무리되는 동안 업종별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은 추가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코스피 520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번 장세의 성격은 '경기'가 아니라 '정책'이다. 보조금 일정과 인허가 규제라는 두 개의 변수가 향후 몇 달간 배터리·태양광과 반도체의 주가를 갈라놓을 가능성이 크다. 4일의 롤러코스터는 그 갈림길이 열렸다는 신호에 가깝다.

항공에서 내려다본 미국 국회의사당 전경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확보하면서 에너지 세액공제와 AI 인프라 규제 향방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 출처: PICRYL 퍼블릭도메인 아카이브 / 라이선스: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