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가상자산 시장이 일제히 들썩였다. 5일 오전 8시 7분 현재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비트코인은 1억83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1억431만2,000원)보다 3.86% 오른 가격이다. 같은 시각 장중 고점은 1억900만원, 저점은 1억212만3,000원이었다. 하루 안에서 저점과 고점을 오간 폭만 6%를 넘는다.

시장 전체로도 매수세가 뚜렷했다. 업비트 원화마켓 299개 종목의 24시간 거래대금은 1조2,72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리플(XRP)이 1,579억원으로 거래대금 1위를 차지했고, 비트코인(1,358억원)과 이더리움(949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더리움이 끌고 알트코인이 따라붙었다

이번 상승의 특징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이 더 가팔랐다는 점이다. 이더리움은 327만4,000원으로 6.82% 올랐고, 장중 329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1위 자산이 완만하게 오르는 동안 2위 자산이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알트코인 순환매도 함께 나타났다. 카르다노(ADA)가 5.10%, 수이(SUI)가 4.73%, 체인링크(LINK)가 4.30% 상승했다. 솔라나는 3.20%, 아발란체는 3.14% 올랐다. 중소형 종목의 변동은 더 컸다. 엘사(ELSA)가 60.59%, 캡(CAP)이 30.96%, 플루이드(FLUID)가 22.30% 급등했고, 엘에스케이(LSK)와 액시스(AXIS)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업비트에서 1억833만5,000원까지 오르며 1억원대에 다시 진입했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상승의 출발점은 '선거 전 급락'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번 반등은 직전까지의 하락이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3일 한 달여 만의 최저치인 7만7,300달러대까지 밀렸다. 10월 한 달 낙폭은 6%를 넘었고, 선거를 앞두고 규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불안이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이탈과 대형 거래소 사고가 겹쳤다. 선거 직전 ETF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는 약 63억 달러 규모의 무단 출금 사고가 발생해 기관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

야간 시장이 뒤집힌 계기는 개표 결과였다.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 다수당까지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불확실성이 일거에 걷혔고, 위험자산 전반으로 자금이 되돌아왔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장중 3% 가까이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2%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워싱턴의 권력 구도가 분할되면서 대규모 입법 변화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을 안도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책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매수 근거가 된 셈이다.

규제 악재인데 오히려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상승 이유가 직관적이지 않다.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밀어온 친가상자산 입법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핵심 법안으로 꼽히던 시장구조 법안은 이번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매수세가 유입된 배경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 악재가 이미 선거 전 급락에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둘째, 가상자산 정책의 실질적 집행 창구가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금융 규제 기관의 수장 교체권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 이후 행정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유지되고 있다.

과거 데이터도 매수 심리를 뒷받침했다. 2010년을 제외한 세 차례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동안 비트코인은 평균 50%대 중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 상승이 정치 이벤트의 효과인지, 4년 주기 반감기 사이클의 결과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비트코인은 이날 하루 6%가 넘는 변동 폭을 보이며 장중 1억900만원까지 올랐다. / 출처: PxHere 
정치 테마 코인은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정치 이벤트가 종목별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업비트에서 트럼프 테마 토큰은 1,724원으로 19.29% 급락했다. 전일 대비 낙폭으로는 이날 원화마켓에서 가장 컸고, 24시간 거래대금은 499억원에 달해 매도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도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확인됐다.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 주가는 9%대 하락했고, 공화당 후보를 적극 지원했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도 각각 3%대 약세를 보였다. 선거 결과가 특정 인물·기업에 집중된 베팅의 되돌림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2조7,060억 달러 수준으로, 비트코인 점유율은 59.5%를 기록했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아직 고점 대비 32% 낮은 자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과거 고점과 거리가 있다. 52주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11일 기록한 1억5,915만원으로, 현재 가격은 이보다 31.9% 낮다. 반대로 52주 최저가는 지난 8월 14일의 8,834만2,000원이었다.

국내 가격에 붙는 프리미엄도 사실상 사라졌다. 같은 시각 글로벌 시장 가격(8만510달러)에 원·달러 환율 1,343.93원을 적용하면 1억822만원 안팎이 계산된다. 업비트 가격과의 차이는 0.1% 수준으로, 해외 대비 국내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가총액 비중에서 비트코인이 59.5%를 차지해 여전히 자금이 대형 자산에 쏠려 있고, 이번 상승이 이틀 전 급락을 되돌린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등이 이어지려면 ETF 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서고 거래대금이 함께 늘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5일 국내 증시 개장 이후 가상자산 관련주와 거래소 수익 구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도 관전 포인트다. 밤사이 급등이 하루짜리 되돌림으로 끝날지, 1억원대 안착으로 이어질지는 이번 주 거래대금 흐름이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