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밤사이 급락세를 보이며 7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동반 하락했고, 미국 증시까지 흔들리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24시간 기준 하락폭은 5%를 넘겼고, 일부 시점에서는 7만5천700달러 부근까지 내려갔다가 되돌아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밤사이 5% 급락…시간당 6억달러 청산

비트코인은 밤사이 거래에서 7만6천달러선까지 순식간에 밀리며 7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4시간 기준 하락률은 약 5.21%로, 주요 암호화폐 20종으로 구성된 CD20 지수의 하락률(5.8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시장 전반이 함께 출렁인 셈이다.

특히 7만6천달러선이 흔들리는 순간 레버리지 포지션이 대거 청산됐다. 한 시간 동안 약 6억달러 규모의 청산이 집중되면서 하락 폭이 한층 커졌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국내 원화 시세도 이에 맞춰 1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급락세를 보인 비트코인 / 출처: Flickr(franganillo)

미국 증시 동반 약세…ETF서 자금 이탈

이번 급락은 암호화폐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증시는 AI(인공지능) 관련주를 중심으로 대거 하락했고, 지수 기준으로는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락세를 기록했다. 위험자산을 전반적으로 걷어내는 흐름 속에 비트코인도 함께 팔린 것이다.

기관 자금의 이탈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지난 10월 30일 하루에만 6억4천3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하루 유출이었고, 이로 인해 운용자산이 1천억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일의 절반 가까이에서 자금이 빠져나왔고, 누적 순유입은 12억달러 안팎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0월 말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한 점도 완화 기대를 눌러왔다. 금리 인하 카드가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약해졌다.

급락한 암호화폐 시장에 미국 증시까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 거래장 / 출처: 미국 의회도서관 퍼블릭 도메인 아카이브(GetArchive) 
바이낸스 해킹 후유증…시장은 아직 불안

지난달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해킹을 당하며 시장에 남은 불안감도 한몫한다. 핫월렛에서 1만8천270개의 비트코인이 빠져나갔고, 이 충격만으로 약 15억8천만달러의 청산이 촉발됐다. 비트코인은 해킹 직후 7만6천275달러까지 밀리며 10월을 7% 하락으로 마감했다.

거래소가 출금을 재개한 지난 11월 1일에는 3시간 만에 약 20억달러가 인출되는 등 고객 자금 이동이 이어졌다. 해커가 빼돌린 코인은 19개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어, 거래소로 옮겨지는 경우 추가 매도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온체인 데이터 업체 글래스노드 집계에 따르면 10월 말 하락 국면에서 하루 1만1천500개, 8천개 안팎의 코인이 거래소로 순유입되는 등 매도세가 강했다. 이후 며칠간 4만개 규모의 코인이 거래소를 빠져나왔지만, 이를 저가 매집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7만6천달러가 갈림길인 이유

시장이 7만6천달러선에 예민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을 매수한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가 이 부근에 형성돼 있다. 단기 보유자 손익비율(MVRV)이 1.02 부근이라는 것은 이들이 겨우 2% 안팎의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선이 무너지면 단기 투자자의 손절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차트상으로도 7만6천달러 부근은 21주 이동지수(EMA, 7만6천874달러)와 20주 이동평균선(7만3천779달러)이 이루는 '강세장 지지 밴드'에 해당한다. 다만 주간 차트의 추세 지표는 여전히 하락 흐름을 가리키고 있고, 일간 모멘텀 지수(RSI)는 38까지 내려와 과매도권에 접근하고 있다.

일부 지표는 더 불길한 신호를 보낸다. 해킹 직후 일간 추세 지표인 슈퍼트렌드가 적색으로 전환됐는데, 이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이 신호 이후 25% 안팎의 하락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이 반복되면 더 깊은 조정을 거론하는 전망도 나온다.

옵션 만기를 앞두고 단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Easy-Peasy.AI(AI 생성 이미지) 
오늘 26억5천만달러 옵션 만기…변동성 주의

단기 변동성 요인도 남아 있다. 오늘(6일) 미국 시간을 기준으로 약 26억5천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옵션이 만기를 맞는다. 콜옵션 2만4천912건, 풋옵션 8천223건의 물량이 몰려 있으며, 최대 고통(max pain) 지점은 7만9천달러로 꼽힌다.

시장은 향후 1주일간 7만5천800달러에서 8만4천200달러 사이의 변동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 만기를 앞둔 시점에는 옵션 시장의 포지션 조정이 현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지선 방어 여부가 당분간 관전 포인트다.

전망: 지지선 방어가 관건

요약하면 비트코인의 단기 흐름은 7만6천달러 지지선을 지키느냐에 달렸다. 이 선을 방어하면 단기 투자자 매물 부담이 줄어 반등 여력이 생기지만, 무너질 경우 손절 물량과 ETF 자금 이탈이 겹치며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옵션 만기와 미국 증시 흐름까지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