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아래쪽을 향했다. 한국시간 3일 오전 7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3% 내린 7만6,72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0시(UTC) 7만8,294달러에서 출발한 가격이 밤사이 7만6,700달러 아래까지 미끄러진 결과다. 하루 낙폭은 1%대 후반에서 2% 안팎에 이른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2,247달러로 0.4% 소폭 하락했고, 솔라나는 91.66달러로 2.1% 떨어졌다. 리플(XRP)은 1.25달러로 오히려 0.4% 올랐지만,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5,975억 달러로 24시간 새 2.9% 줄었다. 시가총액 상위 자산 가운데 비트코인 비중은 59.2%, 이더리움은 10.5%다.

비트코인이 7만6천달러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

밤사이 2% 빠진 비트코인, 시장은 '공포' 구간

이번 하락은 하루짜리 사건이라기보다 열흘 넘게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3일 8만1,328달러에서 30일 7만7,839달러로 내려앉았고, 이후 7만7,000달러 안팎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3일 새벽의 추가 하락으로 7만6,000달러대 초반까지 매수 대기 물량이 몰려 있는 지점에 다시 접근한 셈이다.

투자 심리 지표도 가라앉았다. 주요 데이터 집계에서 공포·탐욕지수는 42로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지난달 30일에는 30~34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 참가자들이 신규 매수보다 손실 회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난해 10월 6일 사상 최고가(12만6,080달러)와 비교하면 39%가량 낮은 수준이다.

첫 번째 방아쇠는 63억 달러 규모 거래소 해킹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지목하는 것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이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이날 대규모 자금 유출 정황을 확인하고 모든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가 추산한 피해 규모는 63억 달러로,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다.

바이낸스는 사흘 뒤인 31일부터 단계적 인출 재개에 들어갔고, 영향을 받은 자산의 90% 규모에 대한 지급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피해 자금 가운데 약 30억 달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동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가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해킹 이후 레버리지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고,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헤지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 거래소의 보안 사고는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거래소에 맡긴 자산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신뢰 문제를 건드린다. 실제로 사고 직후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보여주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0.18~-0.27%로 마이너스권을 유지했다.

거래소 신뢰 훼손과 기관 자금 이탈이 겹치며 알트코인까지 매도 압력이 번졌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

현물 ETF서 하루 6억4,300만 달러 순유출

기관 수요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킹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이들 상품에서는 6억4,300만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5일 이후 가장 큰 규모이자, 상장 이후 12번째로 큰 하루 이탈이다.

블랙록의 IBIT에서 2억3,370만 달러, 피델리티의 FBTC에서 2억140만 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이날 하루 유출로 ETF 전체 운용자산(AUM)은 1,000억 달러 아래인 981억4,000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연초 이후 누적 순유입액 10억 달러 남짓 가운데 63.6%가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연초부터 쌓아온 자금이 대부분 되돌아간 만큼, 하반기 상승장을 떠받쳤던 수급 기반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달 19일과 21일 각각 5억 달러 넘는 자금이 다시 유입된 사례가 있어,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될 여지도 남아 있다.

비트코인은 50주 이동평균선(약 7만5,700달러)과 200일 이동평균선(약 7만3,200달러)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 출처: Traders Union / 라이선스: FREE

AI 관련주 매도세와 매크로 불확실성

가상자산만 흔들린 것은 아니다. 미국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며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졌다.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0%, S&P500지수는 4%가량 하락한 상태다. AI가 견인해온 자산 가격 상승이 되돌려질 경우 소비 심리와 실물 경기까지 압박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정치·경제 일정이 겹쳤다.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시작으로 6일 고용보고서 발표가 예정돼 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비영업성 기업 지수 편출 명단 확정도 대기 중이다. 대표적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와 메타플래닛이 후보로 거론된다. 지수에서 빠지면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매도가 발생해 이들의 추가 매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연방준비제도의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이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국제유가와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수개월 새 고점 부근으로 올라온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7만6,000달러 사수 여부가 분수령

시장의 시선은 7만6,000달러 부근에 쏠려 있다. 이 가격대는 5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지점으로, 지난여름 이후 여러 차례 저점을 지켜낸 심리적 지지선이다. 갤럭시디지털 리서치는 이 선을 종가 기준으로 이탈한 뒤 회복하지 못하면 자사의 강세 시나리오가 무효가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래로 내려갈 경우 다음 관찰 지점은 200일 이동평균선인 7만3,100달러 부근이다. 최대 기업 보유자인 스트래티지의 평균 매입단가가 7만5,451달러(보유량 84만9,327개)라는 점도 이 구간을 민감하게 만든다. 이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 진입을 우려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8만 달러 아래에서 손실을 확정하는 매도가 8월 중순 이후 가장 긴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물량 부담이 지지선 바로 위에서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조정이 길어지면서 알트코인과 관련 기업 주가까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 출처: Flickr / 라이선스: FREE

전망

단기 방향을 가를 변수는 3일 중간선거 결과와 6일 고용지표다. 두 이벤트를 통과한 뒤에도 7만6,000달러선이 유지된다면, 시장에서는 연말 8만~8만5,000달러대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나온다. 반대로 주간 종가가 이 선을 밑돌면 6만8,000달러대까지 저점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해킹 사고 후속 처리와 ETF 자금 흐름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는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지표와 수급을 함께 보며 방향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