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1일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하나의 경계선이 될 예정이었다. 현행 소득세법은 이날 이후 발생한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과세하도록 규정한다. 2020년 12월 법 개정으로 제도가 도입된 뒤 시행 시점이 세 차례 미뤄졌고, 네 번째 출발선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그 출발선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0월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과세 시점을 추가로 늦출지를 논의한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27일 열린 당내 의원총회에서는 유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실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정협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효한 법적 기준은 여전히 '2027년 1월 1일 시행'이다. 유예는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다시 고쳐야 성립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출처: Pickpik / 라이선스: FREE

연 250만원 넘으면 22%… 계산의 뼈대

과세 대상은 가상자산을 팔거나 빌려줘서 생긴 소득이다. 매매·교환 대가와 대여료가 총수입금액이 되고, 여기서 취득가액과 취득·양도에 든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빼면 소득금액이 나온다. 이 금액에서 연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20% 세율을 적용하고, 소득세액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더해 실제 부담은 22%가 된다.

여러 거래의 이익과 손실은 같은 해 안에서 통산된다. 연간 순이익이 25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고 대상이 아니고, 순이익 1,000만원이면 250만원을 뺀 750만원에 22%를 적용한 165만원이 세액이 된다.

과세 대상 가상자산 양도(매매·교환)·대여 소득
과세 방식 기타소득 분리과세(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음)
기본공제 연 250만원
세율 소득세 20% + 지방소득세 2% = 22%
취득가액 평가 거주자별 총평균법
신고 기간 2028년 5월 1일~31일(2027년 귀속분)
비거주자 거래소가 원천징수

분리과세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근로·사업소득과 합산되지 않고 22% 단일 세율로 끝나므로, 소득이 높은 투자자에게는 유리하고 월 20만원 남짓의 차익만 내는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무겁다.

신고는 2028년 5월… 취득가액이 세액을 가른다

2027년 거래분의 첫 신고는 2028년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이뤄진다. 투자자가 직접 신고하고 거래 내역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취득가액은 거주자별 총평균법, 즉 보유분 전체의 평균 단가로 계산한다.

제도 시행 전부터 들고 있던 자산에는 경과규정이 붙는다. 2027년 1월 1일 전에 취득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가운데 큰 금액으로 인정된다. 시가는 국내 주요 거래소가 2027년 1월 1일 0시에 공시한 가격의 평균이다. 오래전 싸게 산 자산은 취득가액이 시가 수준까지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가상자산끼리 맞바꾸는 교환거래도 과세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때는 교환의 기준이 되는 기축가상자산(비트코인 마켓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마켓의 이더리움 등) 가액에 교환비율을 적용해 소득을 계산한다. 원화로 환전하지 않았더라도 과세 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자산 소득은 다음 연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기타소득으로 신고한다. 사진은 세무 서류를 연출한 이미지로 실제 한국 신고 서식과는 다르다. / 출처: Pexels / 라이선스: FREE

손실은 다음 해로 넘어가지 않는다

제도 논쟁의 중심에는 손실 이월공제가 없다는 점이 있다. 주식 양도소득 등에서는 인정되는 손실의 기간 간 통산이 가상자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손실을 봤더라도 내년 이익에서 빼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억원에 산 자산을 7,000만원에 팔아 3,000만원의 손실을 봤고, 이듬해 다른 자산에서 4,000만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자. 두 해를 합치면 실제 수익은 1,000만원이지만, 손실이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둘째 해에는 4,0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3,750만원에 22%를 적용한 825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번 돈보다 세금이 커지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미국·영국·일본 등이 자본 손실의 기간 간 조정을 인정한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변동성이 큰 자산인데 한 해의 손실이 다음 해와 무관하게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분은 없고, 오히려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10월 27일 의원총회 후

해외 거래소 정보 공백이 만든 변수

유예론의 실질적 근거는 과세 인프라의 공백이다. 정부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CARF)으로 해외 거래소 계좌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우리나라는 2027년 교환 개시를 예고한 반면 미국은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백이 메워지지 않은 채 과세가 시작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부담이 쏠린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27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해외 거래 정보 확보와 부담 집중 문제를 언급하며 시행 여건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과세 기준 고시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11월 중 관련 기준을 고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취득가액 확인이 어려울 때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최대 50%)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방안의 구체적 비율도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간 형평성 문제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출처: Pexels / 라이선스: FREE

지금 챙겨야 할 것, 남은 변수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준비할 것은 분명하다. 첫째, 거래소 화면 캡처와 입출금·체결 기록을 연도별로 남겨 취득 시점과 단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2026년 12월 31일 시가가 취득가액 산정의 기준점이 되므로 연말 보유 자산의 시가를 따로 기록해 두는 편이 좋다.

셋째, 연간 손익을 한 해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 손실 이월공제가 없으므로 해를 넘겨 손실을 확정하기보다 같은 해 안에서 이익과 상쇄하는 편이 낫다. 넷째,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정보교환 일정과 신고 의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유예가 확정되면 일정은 달라진다. 2년 유예가 거론되는데, 이 경우 시행일은 2029년 1월 1일, 첫 신고는 2030년 5월이 된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2029년 이후로 과세를 늦추는 개정안을 이달 발의했고,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3년 유예 법안을 냈다.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은 9월에 5만명을 넘어섰다.

업계 추산으로는 국내 3대 거래소 연간 거래대금이 2026년 860조원에서 2027년 602조원으로 30%가량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법 개정 속도다. 당정이 유예 쪽으로 의견을 모으더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시행일이 그대로 유지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정된 법률과 논의 중인 계획을 구분해 두고, 두 경우 모두에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과세 시행일까지 남은 시간은 6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