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가격은 정상이 아니다. 다만 '거품'이라서 비정상인 것은 아니다. 공급이 구조적으로 옮겨간 결과라는 점이 문제다. 2025년 초 1GB당 2,800~3,000원이던 DDR4가 2026년 7월 말 1만3,000~1만4,000원으로 4.5배가 됐고, DDR5는 5,400~5,600원에서 2만4,000~2만5,000원으로 4.7배가 됐다.

PC용 D램 가격은 2025년 초 대비 4배 이상 올랐다. 2026년 7월 말 기준 DDR4 16GB는 20만~22만원대에 거래됐다.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

더 이상한 신호는 따로 있다. 단종 수순인 DDR4가 최신 DDR5보다 비싸게 팔리는 역전 현상이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세대가 낮은 제품이 더 싸야 한다. 이 역전은 가격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 계획'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증거다.

숫자로 본 2026년 — 90% 급등에서 10%대로

2026년 1분기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기존 전망치 55~60%를 두 배 가까이 올려 잡은 결과다. 2분기에는 80% 안팎이 더해졌고, 5월 기준 DDR5 16GB 모듈 고정가는 205달러로 분기 대비 45~50% 올랐다. 서버용 64GB RDIMM 현물가는 7월 3,100달러를 넘어 6월 고정가 1,380달러의 2.4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속도는 꺾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을 10~15%로 전망했다. 1분기 90%대와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된 숫자다. 소비자용 PC 램 가격도 7월 말 기준 DDR5 32GB가 79만3,000원으로 1월(75만3,0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됐나 — 웨이퍼가 HBM으로 빨려갔다

원인은 단순하다. 같은 웨이퍼로 HBM을 만들면 일반 DDR5보다 훨씬 많은 면적이 든다. 비트당 웨이퍼 소모가 3배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AI 서버가 HBM과 고용량 RDIMM을 사들이면, 그만큼 PC와 모바일용 물량이 줄어든다.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2024년 8%에서 2026년 30%, 2027년 3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거래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분기 계약과 현물 거래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5년짜리 장기공급계약(LTA)이 표준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10개 고객사와, 삼성전자는 상위 5개 데이터센터 고객과 LTA를 맺었다. 마이크론은 16개 고객과 3~5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물량이 전체 D램 판매의 약 20%다. 가격이 내려가도 계약이 묶여 있으면 소비자 가격은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HBM은 같은 웨이퍼에서 일반 D램보다 훨씬 많은 면적을 쓴다. AI 서버 수요가 늘수록 PC용 물량은 줄어든다.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

2027년 — 물량은 이미 팔렸다

2027년은 더 팍팍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2027년 D램과 HBM 생산 예정 물량이 사실상 모두 고객사에 배정됐다. 고객사들이 요청한 물량의 60~70%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2027년 PC용 D램 공급이 오히려 줄 수 있다고 봤다. 생산능력이 서버 쪽으로 더 옮겨가기 때문이다. KB증권은 2027년을 "70년 반도체 역사상 가장 공급이 타이트한 해"로 표현했다.

CXMT는 변수인가, 착시인가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성장은 실재한다. 웨이퍼 투입 기준 생산능력은 월 28만장으로 마이크론(33만장)을 바짝 뒤쫓으며 D램 4위에 올랐다. 2026년 5월에는 24Gb DDR5 양산에 성공했고, EUV 없이 11.95나노 공정과 쿼드러플 패터닝으로 웨이퍼당 칩 수를 50% 이상 늘렸다.

그러나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누른다'는 시나리오에는 세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트렌드포스는 CXMT의 2026년 생산능력 전망을 월 40만장에서 32만5,000~35만장으로 낮추고 비트 성장률도 60~70%에서 35~40%로 내렸다. 둘째, 미국의 대중 장비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장비사 엔지니어들이 철수했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중국 매출 비중은 45%에서 31%로 떨어졌다. 선단공정 전환의 발목이 잡히는 구조다. 셋째, CXMT의 물량은 주로 중국 내수와 DDR4·LPDDR4 같은 구형 제품에 쏠려 있다. HBM은 2026년 말 HBM3 양산이 목표 수준이다.

CXMT는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의 장비 수출규제로 증설 속도가 둔화됐다. / 출처: PICRYL(퍼블릭도메인) / 라이선스: FREE

그래서 언제 내리나 — 세 가지 갈림길

첫째 시나리오는 '레거시부터 완화'다. 2027년 하반기 CXMT 증산분과 국내 3사의 구형 라인 전환이 맞물려 DDR4·소비자용 제품 가격이 먼저 꺾이는 경우다. 서버용과 HBM은 이때도 타이트하다. 둘째는 '2028년까지 지속'이다. HBM 생산능력이 2027년 말까지 전량 예약됐고, 마이크론은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셋째는 'AI 투자 꺾임'이다. 빅테크가 설비투자를 줄이면 반대 방향의 급락이 온다. 실제로 2026년 7월 메모리 3사 주가는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50~65% 빠졌지만 램값은 오히려 올랐다. 주가와 실물 가격이 따로 움직인 것이다.

소비자 입장의 판단은 명확하다. 당장 필요한 부품이 아니라면 2027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이라면 2027년 물량을 지금 협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미 LTA를 맺은 곳은 계약의 가격 조정 조항을 확인할 시점이다. 반대로 'AI 거품론'에 베팅해 구매를 미루는 것은 시장이 이미 반증한 선택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 가격은 수요 폭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공급 재배치가 만든 비정상 가격이다. CXMT는 그 판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외부 변수지만, 아직은 '구형 시장의 가격'만 건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