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직후 반등에 나섰다가 단 몇 시간 만에 급반락하는 요동을 겪었다. 시장이 기대했던 완화 신호는 나오지 않았고,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과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 청산, 아시아 증시 약세까지 겹치면서 8만 달러 방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어두운 배경 위 놓인 비트코인 동전. 비트코인은 연준 의사결정 직후 반등과 폭락을 오가는 출렁임을 반복하고 있다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FOMC 직후 반등은 길지 않았다
연준은 현지시간 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했다. 회의를 앞두고 8만500달러 근처까지 내려가 있던 비트코인은 결과가 발표되자 단기 반등해 8만1,800달러선까지 올라섰다. 결정 자체가 시장 예상과 같았다는 점이 안도 매수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반등은 오래가지 못했다. 의장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동안 매도세가 돌아왔고, 비트코인은 몇 시간 만에 7만9,60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24일 기록한 5주 만의 최저점 7만9,100달러와 고작 500달러 남짓 떨어진 수준이다. 29일 늦은 시각에는 8만127달러 부근에서 거래를 이어갔고, 시세 집계 업체 기준 30일에도 24시간 동안 1% 안팎의 추가 하락을 기록했다.
알트코인의 하락폭이 더 컸다. 이더리움은 2,320달러선까지 밀렸고, XRP는 1.29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솔라나는 100달러선을 지키는 데 급급했으며, NEAR와 비트코인캐시는 8% 안팎씩 떨어졌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1.5% 감소해 2조 6,8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고, 비트코인 지배력은 60% 부근에 머물렀다.
연준은 비둘기가 아니었다
이번 요동의 출발점은 금리 정책에 대한 해석 차이다. 연준은 지난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75~4.00%로 올린 뒤 이번 회의에서 동결에 나섰다. 문제는 동결의 성격이었다. 이사 두 명이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의장은 12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연준 의사결정 성명
인플레이션 데이터도 시장의 어깨를 눌렀다. 14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연간 상승률이 3.7% 안팎으로 불어난 것이다. 금리 선물 시장은 10월 중숍 기준 12월 인상 가능성을 85% 안팎으로 책정하고 있었다. 달러 가치도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자가 없는 자산인 암호화폐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기관 매수벽이 흔들린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의 자금 흐름 반전도 하락을 부추겼다. 10월 9일 종료주 한 주 동안 비트코인 ETF에서 6억7,9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3주 연속 순유입을 이어오던 흐름이 뒤집힌 것이다.
이더리움 ETF는 더 심각하다. 9월 29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고, 같은 주에만 5억4,210만 달러가 빠져나가 1월 이후 가장 많은 인출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이더리움 펀드에서만 4억7,700만 달러가 인출됐다. 22일에는 비트코인 ETF에서 하루 만에 6억3,550만 달러가 순유출되기도 했다.
26일과 27일에는 이틀 만에 2억8,600만 달러의 순유입이 기록되며 10월 누적 순유출 규모가 약 2,6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펀드 자금이 들어온 날에도 가격이 오르지 못한 만큼, 기관 수요의 기본기가 약해졌다는 진단이 시장에서 우세하다.
청산·증시·심리, 3중 압박
높은 레버리지가 하락의 속도를 더했다. 10월 중순 비트코인이 8만2,000달러 아래로 내려갔을 때 24시간 동안 7억7,100만 달러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이 가운데 약 89%가 상승에 베팅하던 롱 포지션이었다. 26일에도 1억5,400만 달러의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가격이 지지선을 무너뜨릴 때마다 롱 포지션이 순차적으로 청산되며 하락이 가속화되는 구조다.
증시 분위기도 호재가 없다. 13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5.46% 폭락해 6,035.35를 기록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33억5천만 달러어치 국내 주식을 팔았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반도체 경쟁 심화가 배경으로 꼽혔으며, 아시아 기술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암호화폐와 기술주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위험자산 전반의 회피 심리는 코인 시장 매도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심리 지표도 한풀에 가깝다. 공포·탐욕지수의 올해 평균은 24.2로 '극단적 공포' 구간에 가까웠다. 통상 상승 계절로 불리는 10월에도 비트코인은 월누적 약 4% 하락에 그치고 있어, 2년 연속 하락하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 12만6,198달러(2025년 10월 6일)에 비해 약 36% 아래 수준이다.
물방울 맺힌 동전 위로 흩어지는 푸른 빛 입자 연출. 불확실성 속에 가치가 증발하는 시장 심리를 상징한다 / 출처: Pixnio / 라이선스: FREE분수령은 12월 연준 회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시장 화면. 강제 청산과 ETF 유출이 겹치며 매도 압력이 커졌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단기 관전 포인트는 8만 달러 방어다. 해외 거래소 분석 자료들은 24일 최저점 7만9,100달러와 8만1,300달러 부근을 주요 지지·저항으로 꼽았다. 한 해외 거래소는 시장 평균 보유단가 성격의 지표가 7만7,400달러 부근이라며, 이 가격대가 하락 시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궁극적인 분수령은 연말 연준 회의다. 12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 여부와 물가 지표가 나오는 동안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TF 자금 흐름이 반전되지 않는 한 반등의 지속력도 제한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