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던 시절은 끝났다. 지난 2월 공포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6월 1일 시행되면서 위험성평가 미실시에 과태료가 신설됐고, 부과 기준을 정한 시행령까지 정비되면서 사업주에 대한 제재 적용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과태료 대상이 된다.

위험성평가가 형식적 관행에서 법적 제재 대상으로 전환됐다 
미실시 1000만원…위반 유형별로 부과 기준 정해졌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215133호, 2026년 2월 19일 공포)은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평가를 했더라도 근로자나 근로자대표를 참여시키지 않았거나 평가 관련 사항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 평가 결과를 기록·보존하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각각 적용된다.

부과 기준도 구체화됐다. 올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은 위험성평가 미실시를 첫 적발 시 500만원, 두 번째 적발 시 700만원, 세 번째 적발부터 1,0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근로자를 평가에 참여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첫 적발 150만원, 두 번째 300만원, 세 번째 500만원의 과태료가 매겨진다.

"사업주의 관련 의무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과태료 최대 1,000만원)이 없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안내문

50인 이상은 내년 1월부터…소규모 사업장은 2028년

위험성평가는 원래 2022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 사업장의 의무가 됐지만, 지키지 않아도 법적 제재가 없는 '노력 의무' 성격이었다. 이번 개정으로 실시 의무에 제재가 결합되면서 사업장 안전관리의 실태가 곧 과태료 부과 여부로 직결되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

적용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개정법의 위험성평가 규정은 시행일인 지난 6월 1일 이후 실시하는 평가부터 적용되며, 과태료 부과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이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약 1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 셈이다.

근로자 참여와 결과 공유도 법적 의무로

이번 개정의 핵심은 평가를 서류 작업이 아니라 근로자가 함께하는 절차로 만든 데 있다. 사업주는 위험성평가를 할 때 순회점검, 설문조사, 인터뷰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하고, 근로자대표가 참여를 요구하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근로자의 참여와 알 권리가 법 조문에 명시된 것이다.

평가 결과의 공유 의무도 뚜렷해졌다. 실시 일정, 파악한 유해·위험요인, 수립한 개선대책과 그 이행 계획·결과, 작업 시 유의사항 등을 안전보건교육, 설명회, 사업장 게시,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등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주지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 참여가 위험성평가의 필수 요건으로 명문화됐다 / 출처: Pixnio / 라이선스: FREE

500인 이상 안전공시…사업주 리스크는 계속 커진다

대규모 사업장의 부담은 과태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행령 개정안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주와 연간 건설공사금액 1,200억원 이상의 건설사업주를 안전보건 현황 공시 대상으로 정했다. 이들은 매년 관계 수급인 근로자의 사망 사고 현황과 공공 건설발주공사의 사고 사망 현황을 공시해야 하며, 공시 의무는 지난 8월부터 적용됐다.

여기에 지난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별도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사망재해 과징금이 신설됐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산업재해로 최근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30억원 이내에서 부과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결국 위험성평가 과태료는 시작점에 가깝다. 재해가 반복되면 안전보건개선계획 명령, 작업중지 명령, 과징금으로 제재 수위가 단계별로 높아질 수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안전관리 투자를 미루는 일 자체가 경영 리스크가 되는 국면이 열린 셈이다.

평가 결과는 교육·설명회·게시 등으로 근로자에게 공유해야 한다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

제재 걸리기 전에…기록과 참여 절차부터

내년 1월 제재가 시작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평가 주기와 담당 조직 정비, 근로자 참여 방식 확보, 결과 공유 채널 마련, 평가 결과의 기록·보존 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미실시만이 아니라 참여 요건이나 기록 보존 위반도 과태료 대상이라는 점에서 절차 전반이 점검 대상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까지 준비 시간이 있지만,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2028년 1월 1일부터 동일하게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위험성평가가 선택이 아닌 제재를 동반한 법정 의무로 자리 잡은 만큼, 사업주의 대응 속도가 곧 리스크의 크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