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잠수함 어뢰 발사의 핵심 장비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됐다. 회사는 11월 1일 국방과학연구소와 약 10년간 공동 개발한 '워터램 방식 수평발사장치'를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온 장비인 만큼 조달 비용 절감과 납기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 발표 직후 첫 영업일인 2일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9.8% 상승한 5만4900원에 마감했다.
잠수함이 수중에서 어뢰를 발사하는 모습 수압으로 어뢰를 밀어내는 '워터램' 방식
수평발사장치는 잠수함 내부 발사관에 담긴 어뢰 등 무장을 선체 밖 바다로 내보내는 장비다. 잠수함의 공격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국내 잠수함 사업에서는 이를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다. 무기를 물속으로 내보내는 동작은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수심에서 정확한 속도로, 안전하게 이뤄야 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물의 압력으로 무장을 밀어내는 워터램 방식을 채택했다. 무장에 가해지는 힘을 조절해 정해진 속도로 안정적으로 발사하는 제어 기술도 함께 확보했다. 발사 정밀도가 높아지면 어뢰가 목표 지점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국방과학연구소와 10년…안전성 설계가 관건
깊은 바다에서 발사관 바깥쪽 문을 열고 무장을 내보내려면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개발팀은 장비가 수압과 강한 충격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고 오작동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여러 단계로 적용했다. 장비 구조도 단순화해 정비와 운용 부담을 줄였다.
잠수함마다 다른 조건에 맞춰 장치를 설계할 수 있는 발사력 해석 기술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이 기술을 후속 장비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장비를 수입해 오는 대신 스스로 설계하고 시험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것이라는 평가다.
국산화가 바꾸는 것…비용·납기·수출 경쟁력
국산화의 성과는 조선소의 수익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다. 수입 장비를 국내 기술로 대체하면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해외 발주와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공급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 잠수함 건조 원가와 일정 관리가 개선되는 셈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성과가 차세대 잠수함 탑재 장비 개발과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잠수함은 상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선가 선종으로, 핵심 장비 자체 개발 능력은 수주 경쟁에서 가점으로 작동한다.
잠수함과 방산 파이프라인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월 12일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준비하는 '장보고N개발단'을 신설했고 9월에는 약 6833억원 규모 태국 차세대 호위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지난달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는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남겼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착공식 모습 호재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당일 시장에서 확인됐다. 주말 발표가 나온 뒤 첫 영업일인 2일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9.8% 오른 5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조선·방산주는 해외 수주 기대감에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며 기술 국산화 소식도 시장 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한화오션의 52주 주가 범위는 4만8600원에서 15만4800원으로 현재가는 최고가 대비 약 65% 아래에 위치한다. 시가총액은 약 16조8000억원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7배 수준이다.
시장의 기대치는 더 높다. 투자정보 집계 플랫폼 기준 애널리스트 21명이 제시한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10만1333원으로 현재가 대비 약 85% 높다. 최근에는 IBK투자증권이 9만원, DS투자증권이 10만원(각각 지난달 28일), KB증권이 11만원(9월 30일)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각 증권사의 추정치이며 실제 주가와 다를 수 있다. 본 기사는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관건은 수주 전환과 특수선 수익성
기술 국산화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산화 성과가 주가 모멘텀이 되려면 장비 자체 개발 역량이 잠수함 수주와 후속 사업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실적 체질 개선도 과제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상선 부문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68% 늘렸으나 특수선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방산 계약은 계약금과 진도율 기준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주에서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걸린다.
조선소 도크에서 잠수함이 건조되는 모습결론적으로 이번 국산화는 단기 이벤트이기보다 잠수함 사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안정적인 수주와 자체 장비 기술이 앞세운 해외 수주 성과가 나오는지가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할 요소다. 어뢰 발사장치 국산화가 잠수함 사업의 새로운 성장 신호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