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요리 채널과 커뮤니티에서 한 가지 조리법이 반복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라면을 끓일 때 면과 스프를 넣는 시점에 설탕을 반 숟가락만 추가하자는 것이다. "국물 맛이 확 달라진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단순한 유행인지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조리법으로 꼽힌다. 숟가락 하나만 추가하면 되니 진입 장벽도 없다. 흥미로운 점은 라면 스프에 설탕이 원래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조리법은 새로운 맛을 만드는 방법이라기보다 스프의 맛 구조를 국물 전체에 고르게 퍼뜨리는 방법에 가깝다.

방법은 간단하다, 면 넣을 때 설탕 반 숟가락

조리 순서는 일반 라면과 거의 같다. 물이 팔팔 끓으면 면과 스프를 넣고, 바로 이때 설탕을 반 숟가락 안팎(약 2~4g) 함께 넣는다. 물의 양은 봉지 표기 기준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2봉지 이상을 끓일 때는 봉지당 반 숟가락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후 계란이나 파를 올리는 과정, 면을 풀어 먹는 시점까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

레시피 공유 사이트와 요리 채널에서 제시하는 권장량은 대체로 반 숟가락에서 작은술 1 사이다. 너무 많이 넣으면 단맛이 앞서 본래 라면 맛을 해친다는 지적이 함께 따라온다. 넣는 시점은 면을 넣을 때가 기본이지만, 국물이 한 번 팔팔 끓어 오른 뒤에 넣어도 큰 차이는 없다는 후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양과 녹임이다. 처음 시도한다면 작은술 반부터 시작해 국물을 맛보면서 양을 조절하는 쪽이 안전하다.

끓는 라면 냄비와 설탕 한 스푼 / 출처: tehQnews

라면 스프에는 이미 설탕이 들어 있다

이 조리법이 우연한 반전이 아닌 이유는 라면 봉지 뒷면에 적혀 있다. 스프 원료 표기를 확인하면 정제염, 감칠맛을 내는 성분, 설탕 순으로 표기돼 있다. 감칠맛 성분은 L-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라면의 감칠맛을 좌우하는 대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과 설탕, 고춧가루 등 기본 조미료가 혼합된 가루가 라면 국물의 뼈대라는 것은 업계에서 일반적인 설명이다. 스프는 소금과 당, 감칠맛 성분이 맛의 삼각축을 이루도록 설계돼 있으며, 스프 외에 설탕을 추가하는 것은 이 배합의 당 비중을 살짝 올리는 작용을 한다.

짜고 매운 국물 맛을 완성하기 위해 설탕이 함께 배합되는 셈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스프의 구성 비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라면 스프의 30~40%는 짠 맛을 내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2000년 오뚜기중앙연구소가 라면 스프의 감미 성분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나트륨과 감칠맛 성분, 당 함량이 높은 스프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비자의 혀가 이미 단맛과 짠맛의 균형 위에서 라면 맛을 익혀 왔다는 뜻이다. 설탕 반 숟가락 조리법은 이 균형을 국물 전체에 더 고르게 만드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설탕이 국물 맛을 바꾸는 원리

단맛은 짠맛이나 매운맛처럼 강한 자극을 부드럽게 눌러 주는 성질이 있다. 요리에 설탕을 소량 넣으면 소금기의 자극이 완화되고 여러 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은 조리 과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원리다. 짠맛이 지나치다고 느껴질 때 설탕을 조금 넣어 맛을 다듬는 것도 같은 원칙이다.

라면 국물은 나트륨 농도가 높고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여기에 당분이 소량 더해지면 짠맛과 매운맛의 날카로운 느낌이 다듬어지고, 국물의 감칠맛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진다. 짠맛 자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간이 옅어진 것 같지만 맛이 밋밋하지는 않은 국물이 완성된다. 국물의 맹맛이라 부르는 자극이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설탕은 국물이 끓는 동안 녹아 국물 전체에 균일하게 퍼지므로, 스프만 물에 풀었을 때보다 맛의 결이 매끄러워진다는 평가다.

설탕 반 숟가락이 국물 맛의 균형을 바꾼다 / 출처: theQnews

주의할 점은 양 조절

이 조리법의 성패는 양에 달려 있다. 작은술 1을 넘기면 단맛이 국물의 주인공이 되어 맵고 짠 맛의 구조가 흐트러진다. 설탕을 넣었다면 간은 스프량 그대로 두는 것이 원칙이고, 추가 간이 필요한지는 국물을 맛본 뒤에 판단해야 한다.

계란을 함께 넣는 사람이라면 타이밍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계란을 국물에 풀면 계란이 스프의 염분을 흡수해 국물 맛이 옅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커뮤니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설탕 조리법과 함께 적용한다면 계란은 마지막에 살짝만 익히는 편이 좋다.

건강 측면도 참고할 만하다. 라면 자체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식품인 만큼 설탕 추가 역시 당 섭취를 늘리는 행위다. 소량이면 부담이 적지만 당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이라면 시도 빈도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설탕 대신 당분이 많은 채소를 국물에 넣는 조리법도 있지만, 재료 손질이라는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완성된 라면 한 그릇 / 출처: theQnews

국민 음식의 사소한 진화

한국은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나라다. 그만큼 끓이는 방법에 대한 관심과 시도도 다양하다. 치즈나 떡, 만두를 더하는 조합이 인기를 끌어 왔다면, 설탕 반 숟가락은 재료를 하나도 사지 않고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조리법이다.

결국 이 조리법의 본질은 스프 안에 이미 있던 설탕을 국물 전체에 균일하게 퍼뜨리는 일이다. 입맛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 저녁 라면 한 끼를 달리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실험이다. 다음 라면을 끓일 때 스프와 함께 설탕 반 숟가락을 넣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