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이 없어진다는 말은 기존 경기장을 가리킨다. 야구라는 기능까지 잠실을 떠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시는 현재 야구장 자리에 돔구장을 짓고, 그동안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인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홈경기를 치르도록 계획했다. 시민에게는 익숙한 장소와 작별하는 일이자, 야구를 보러 가는 일상을 새롭게 익히는 변화다. 출처: 서울시 대체 야구장 발표

기존 잠실야구장 전경. 2019년 시설 개선 안내에 실린 과거 자료사진으로 현재 공사 모습은 아니다. / 출처: 서울특별시 / 라이선스: FREE(공공누리 제1유형·출처 표시)

없어지는 야구장과 이어지는 야구를 구분해야

서울시가 공식 발표한 사용 계획은 기존 잠실야구장을 2026년 시즌까지 쓰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다섯 시즌은 주경기장을 대체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두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을 찾는 흐름을 유지하되, 관람 장소를 같은 종합운동장 안에서 옮기는 방식이다. 기존 건물을 남겨 두고 내부만 고치는 사업과는 다르다. 출처: 서울시 공식 발표

다만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 모든 공식 경기의 종료, 시설 폐쇄, 실제 철거 착수는 서로 다른 시점이다. 어느 하나를 확인했다고 나머지까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철거 계획이 있다는 사실과 지금 이미 철거됐다는 설명도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한 공식 대체 구장 자료만으로 철거 착수일이나 고별 행사의 최종 일정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이 구분은 방문을 계획하는 시민에게도 중요하다. 오래된 야구장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더라도 경기와 행사 일정, 일반인의 출입 가능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새 구장 건립 소식 자체가 기존 시설의 자유로운 관람이나 현장 접근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과거에 알던 출입구와 이동 경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옆 경기장으로 가도 관람 경험은 달라진다

대체 구장은 이름만 야구장으로 바꾸는 방식이 아니다. 서울시는 주경기장의 축구장과 육상 트랙을 프로야구 필드로 교체하고, 실내 일부를 더그아웃과 선수 지원 공간 등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관중에게 익숙한 주경기장의 외형과 실제 야구 관람을 위한 내부 구성이 서로 다른 역할을 갖게 되는 셈이다. 출처: 서울시 시설 전환 계획

관람석 계획도 살펴볼 대목이다. 서울시의 대체 구장 발표에서는 1~2층을 중심으로 약 1만8천 석을 조성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주요 경기와 포스트시즌에 3층까지 개방해 3만 석 이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최대 수용 규모와 평상시 운영 규모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 모든 경기가 처음부터 3만 명 이상을 받는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출처: 서울시 관람석 운영 구상

기존 구장의 익숙한 좌석 감각 역시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어느 구역에서 경기가 잘 보이는지, 가족이나 일행이 어느 쪽에 앉는 것이 편한지 등은 새 좌석 배치와 실제 예매 안내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할 문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좌석별 시야나 입장료를 기존 구장과 같다고 소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존 잠실야구장의 관람석. 대체 구장의 좌석 배치와는 무관한 2019년 자료사진이다. / 출처: 서울특별시 / 라이선스: FREE(공공누리 제1유형·출처 표시)

시민이 체감할 변화는 입장 전과 퇴장 후에도

주변 개발 공사와 야구 경기가 함께 진행되는 기간에는 경기장 밖 동선도 관람 경험의 일부가 된다. 서울시는 대체 구장 계획에서 봉은교 쪽 서쪽 진출입로와 함께 백제고분로 방향 동쪽 진출입로를 확보하고, 공사 구역과 구분되는 보행 전용통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관중 수용 규모를 정할 때 이동 안전을 함께 검토한 이유다. 출처: 서울시 진출입통로 계획

시민의 입장에서는 좌석 번호만큼이나 어디로 들어가고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해진다. 주경기장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동이 이전과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첫 방문 때에는 해당 경기의 구단 공지와 현장 안내를 기준으로 이동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보행 통로 계획도 향후 경기별 운영 안내를 대신하는 확정 동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생활·문화 관점에서 이 변화는 경기장 건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경기를 보러 가고, 같은 구역에 앉고, 경기가 끝난 뒤 빠져나오는 일련의 경험이 관람 문화를 이룬다. 대체 구장 운영을 평가할 때도 규모나 외형뿐 아니라 실제 입퇴장 과정과 안내의 명확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돔구장의 미래와 기존 공간의 기억 사이

새 야구장은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구상의 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야구장만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컨벤션 등과 연계한 복합공간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10월 공개한 설명자료에서는 야구위원회와 구단, 전문가 등의 의견과 장래 관람 수요 등을 고려해 돔야구장 규모를 3만 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서울시 복합개발 안내 · 출처: 서울시 돔야구장 규모 설명

서울시 설명자료에 등장하는 새 구장 개장 목표는 2032년이다. 그러나 목표 연도를 이미 확정된 개장일처럼 쓰거나, 현재 공개된 구상을 최종 운영 조건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대체 구장 사용 계획과 새 구장 개장 목표는 연결돼 있지만, 실제 방문을 결정할 때에는 각각의 후속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 출처: 서울시 설명자료

지금 잠실야구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은 철거와 공백을 같은 말로 취급하지 않는 데 있다. 기존 경기장은 새 시설에 자리를 내주지만 잠실에서 프로야구를 이어 가기 위한 대체 공간이 마련되는 계획이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새 돔구장의 모습만이 아니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 다섯 시즌 동안 시민이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지도 이번 전환의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