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가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여행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떠나는 여행, 이른바 '혼행'이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8년 29.3%에서 2020년 31.7%로 꾸준히 늘었고, 1인 가구가 늘어난 만큼 혼자하는 여행의 수요도 함께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도 올해 솔로 여행 검색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혼행은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 올레 6코스의 쇠소깍 하구 풍경
제주 올레 6코스의 쇠소깍. /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 저작자: Jeju Olle Foundation / 라이선스: FREE(CC BY-SA 4.0) / 편집: 없음

일상이 된 '혼행', 시장도 함께 커진다

혼행의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카드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관광 부문 전체 소비액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한 비중은 14.58%로 전년 대비 약 5.5%포인트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가량인 구조에서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소개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혼자 여행한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혼행을 계획하거나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여행자 사이에서 혼행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한 여행자의 76%가 혼자 여행한 경험이 있고, 앞으로도 혼자 여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여성 혼행 설문조사

혼행 여행지로 자주 언급되는 곳엔 공통점이 있다. 치안이 안정적이고 대중교통이 발달했으며, 길을 걷기 좋고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식당과 카페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국내외 여행지 다섯 곳을 골라 정리했다.

제주 올레길, 걷는 속도로 보는 섬

혼행 트레킹의 대명사는 여전히 제주 올레길이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종달 포구에서 끝나는 정규 21개 코스에 섬과 오름을 걷는 알파 코스까지 총 26개 코스가 연결돼 있고, 전체 길이는 약 425km에 이른다. 코스마다 곤티(화살표 표지)와 리본이 길을 안내해 처음 걷는 사람도 길을 잃을 위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를 통째로 완주할 필요는 없다. 코스별로 거리와 난이도, 소요시간이 공식 홈페이지(제주올레트레일)에 공개돼 있어 반나절짜리 짧은 구간만 골라 걷는 여행자가 많다. 해안 절벽과 마을길이 이어지는 한림포구 방면 구간은 혼행객에게 꾸준히 인기인 코스로 꼽힌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도심 옆의 절경

하루 단위의 짧은 혼행이라면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가 대표적인 선택지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조성된 이기대 도시자연공원의 해안산책로는 절벽을 따라 이어지며, 끝에서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오륙도와 연결된다. 부산광역시는 공식 안내에서 이곳을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손꼽히는 해안 절경의 트레킹 명소로 소개하고 있다(부산광역시 공원 안내).

산책로 전체 구간은 약 4.7km로 걷는 데 2시간 30분가량이 걸리며, 입장료는 무료다.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버스로 갈아타면 접근이 가능하고, 기상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광안대교와 바다 뷰는 밤에도 인기가 높다. 하루 안에 완주할 수 있어 혼행 입문 코스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경주 대릉원·첨성대, 천년 도시의 느린 산책

역사 도시에서 혼자 걷는 매력도 커지고 있다. 신라 고분 23기가 모여 있는 경주 대릉원은 2024년부터 입장료가 없어진 상태다. 정문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리고 입장 마감은 오후 9시 30분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단, 내부로 들어가 천마총 관람을 하려면 성인 기준 3,000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대릉원에서 첨성대, 동궁과 월지로 이어지는 구간은 평지 위주의 산책로라 혼자 둘러보기에 부담이 없다. 가을에는 첨성대 인근 핑크뮬리 군락지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관람 시간과 요금은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경주문화재재단 등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부산 이기대 해안의 돌계단 좌석과 나무 난간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
부산 이기대 해안 풍경. /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 저작자: travel oriented / 라이선스: FREE(CC BY-SA 2.0) / 편집: 없음
경주 첨성대와 하늘이 함께 담긴 풍경
경주 첨성대. / 출처: PxHere / 촬영: Jong Myung Lim / 라이선스: FREE(CC0 1.0) / 편집: 없음

해외 입문은 가까운 곳부터, 후쿠오카와 타이베이

첫 해외 혼행지로는 비행 시간이 짧은 도시가 꾸준히 꼽힌다. 일본 후쿠오카는 서울발 직항으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이고, 공항에서 시내 중심까지 지하철 이동 시간이 짧아 도착 첫날부터 여행을 시작하기 수월하다. 야타이(포장마차)가 늘어선 나카스 강변과 하카타 일대 먹거리는 혼자 찾아가기 좋은 코스로 소개된다. 후쿠오카시 공식 관광 가이드(고후쿠오카)에서도 도시 걷기와 로컬 음식 체험을 중심으로 안내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는 직항으로 약 2시간 40분 거리다. MRT 노선이 촘촘해 이동이 단순하고, 스린 야시장 같은 먹거리 명소와 베이터우 온천까지 하루 안에 묶어 돌 수 있다는 점이 혼행객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베트남 다낭처럼 해양 레저와 휴식 중심의 동남아 도시 역시 솔로 여행객의 선택지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성의 다몬 망루 건물
후쿠오카성의 다몬 망루. /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 저작자: Pontafon / 라이선스: FREE(CC BY-SA 3.0) / 편집: 없음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여행지 핵심 정보 문의·공식 사이트
제주 올레길 정규 21개·알파 5개 등 총 26개 코스, 전체 약 425km, 코스별 거리·난이도 공개 제주올레트레일 공식 홈페이지
이기대 해안산책로(부산) 입장료 무료, 해안산책로 약 4.7km(도보 약 2시간 30분), 오륙도 방면과 연결 부산광역시 공원 안내
대릉원(경주) 무료 개방, 정문 09:00~22:00(입장 마감 21:30), 연중무휴, 천마총만 유료(성인 3,000원) 문의 054-771-8650 / 경주문화재재단
후쿠오카(일본) 서울발 직항 약 1시간 30분, 공항~시내 지하철 접근성 양호 후쿠오카시 공식 관광 가이드
타이베이(대만) 서울발 직항 약 2시간 40분, MRT 노선 밀집, 야시장·온천 연계 코스 가능 현지 MRT 공식 안내 참조

운영 시간과 요금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각 시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혼행이 만든 새로운 여행의 기준

혼행 수요가 커지면서 여행 서비스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1인 좌석 배치, 숙소의 1인 이용 옵션, 혼자 앉기 편한 식당 정보 등이 예약 단계의 선택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와 글로벌 솔로 여행 붐이 겹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혼행 특화 상품의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첫 혼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몇 가지 기본 수칙이 도움이 된다. 일정과 숙소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하고, 야간에는 사람 많은 길 위주로 이동하며, 여행자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다. 해외 혼행이라면 출국 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의 국가별 안전 공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권장된다. 준비가 앞서면, 혼자 걷는 길은 어디서든 나를 돌아볼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