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문을 연 직후 날씨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제31호 태풍 '인파(IN-FA)'가 해상에서 북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달 말 한파특보가 발효될 만큼 기온이 뚝 떨어지는 급강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태풍과 추위가 겹치며 아침마다 겨울옷차림의 출근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주에도 비와 찬 공기가 번갈아 찾아오는 구간이 예보돼 있다.

11월에도 이어지는 태풍…제31호 인파의 움직임

기상청에 따르면 제31호 태풍 인파는 지난 10월 말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진하며 세력을 키웠다. 당시 예보에서는 최대풍속이 초속 50m에 이르는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점쳐졌고, 예상 경로는 하루 만에 약 440km나 움직이는 등 예측 난이도가 높은 태풍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밤 발표된 태풍통보문에 따르면 인파는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 방면으로 이동하면서 36시간 이내에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에는 직접 상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태풍 주변을 따라 찬 공기가 남하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간접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기상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성사진으로 본 태풍의 모습위성사진으로 본 태풍의 모습(자료사진) / 출처: 더큐뉴스

올해 태풍은 양 자체가 평년보다 훨씬 많다. 9월 기준 발생 태풍 수는 이미 20개를 넘겨 평년 같은 기간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었고, 그런 와중에 11월까지 태풍이 이어지는 셈이다. 늦가을에도 태풍이 계속 발생하는 원인에는 따뜻한 해수면 온도와 엘니뇨의 영향이 거론된다. 열대 해상에서 공급되는 수증기가 줄지 않으면서 평년보다 늦은 시기까지 태풍이 만들어진다는 분석이다.

제주를 훑고 간 참피, 11월 태풍이 낯설지 않은 이유

인파보다 앞선 제30호 태풍 참피는 지난달 말 제주 남쪽 해상으로 접근하며 실제 피해를 남겼다. 한라산 산지에는 300mm에 가까운 비가 쏟아졌고, 산악 지역에는 순간시속 70k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영향으로 제주공항에서는 항공편 2편이 결항되고 80편 넘게 지연되는 등 운항 차질이 빚어졌고, 한라산 탐방로는 전면 통제됐다. 태풍 관련 피해 신고도 여러 건 접수됐다. 태풍이 실제로 한반도 인근을 지나면 11월 무렵이라도 항공·해상 교통과 산악 안전에 커다란 변수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역사적으로도 늦가을 태풍은 낯선 일이 아니다. 과거 11월에 상륙한 대형 태풍이 큰 인명 피해를 남긴 기록이 있어, 진로가 한반도와 멀어 보여도 기상청의 태풍통보문과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새 기온 10도 하락…급강추위의 정체

지난달 말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3.7도까지 내려가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을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영하권까지 떨어졌고, 서울 은평구는 영하 1.5도, 설악산은 영하 6.1도를 나타냈다. 파주·철원 같은 내륙 지역도 영하권 추위가 나타났다.

원인은 북쪽에서 내려온 강한 찬 공기다. 상공 약 5km 지점에 영하 20도 안팎의 한기가 유입된 데다, 맑은 밤에는 지표의 열이 빠져나가는 복사냉각 현상까지 겹치며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한파특보가 발효됐던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하루 사이 10도 이상 낮아진 곳도 있었다.

급격한 추위 속 출근길 시민들의 모습(자료사진) / 출처: 더큐뉴스

급격한 기온 하락은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기온이라도 더 춥게 느껴진다. 아직 중순까지 온화했던 날씨가 이틀 만에 겨울로 바뀐 만큼, 온도 변화에 민감한 어린이와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혈압 관리와 보온이 중요해지는 구간이다.

영상의 날씨에도 한파특보가 나올 수 있다

한파주의보는 단순히 기온이 얼마나 낮은지만 보지 않는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지고, 최저기온이 영상 3도 이하이며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이 때문에 한겨울 수준의 기온이 아니어도 급격한 하락이 전망되면 특보가 나올 수 있다.

기온이 영상권에 있어도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한층 낮아진다. 영상 0도 안팎의 날씨에서 초속 5m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5도 근처까지 내려갈 수 있다. 목이나 손목처럼 바람이 스며들기 쉬운 부위를 막아주는 옷차림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한파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결빙이 우려되는 도로(자료사진) / 출처: 더큐뉴스

이른 아침 농작업과 야외 작업 종사자는 저체온증 예방을 위해 짧은 주기의 휴식과 보온 용품을 챙겨야 한다. 젖은 낙엽이 쌓인 도로와 등산로는 미끄러지기 쉬우니 주말 나들이 시 주의가 필요하다. 가옥과 농작물 동해, 수도계량기 동파 대비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 점검하는 것이 좋다.

이번 주 전망…비가 그치면 다시 찬 공기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 중반인 11~14일 사이 아침 최저기온은 0~7도로 예보돼 있다. 낮 최고기온은 13~16도 수준이라 일교차가 크겠고, 아침과 밤에는 겨울옷에 가까운 차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기상청 3개월 전망은 11월부터 1월까지 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11월과 12월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월 평균이 높아도 중간에 강한 찬 공기가 들어와 기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기상 연구계에서는 올해가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바뀌는 전환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슈퍼 엘니뇨가 나타났던 해에는 11월 강수량이 역대 상위권을 기록한 사례가 많았고, 대기 흐름의 변화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정 시점에 한파가 온다고 단정한 예측은 아니지만,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기온의 등락 폭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주의 교훈은 간단하다. 태풍이든 한파든 예보가 바뀌는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단기·중기예보와 특보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비가 지나간 다음 날 아침 기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까지 체크해 옷차림과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급강추위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