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빨랫줄 대신 건조대와 건조기를 찾는 집이 늘고 있다. 해는 짧아지고 실내외 온도 차는 커지는데 빨래는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어제 널었는데 아직 축축하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지는 시기다. 이맘때마다 세탁 커뮤니티에서 다시 올라오는 팁이 있다. 건조기에 빨래를 넣을 때 완전히 마른 수건 한 장을 같이 넣으면 건조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해가 짧아지는 11월에는 실내 건조대와 건조기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난다.  한국 아파트 실내에서 빨래 건조하는 사진해가 짧아지는 11월에는 실내 건조대와 건조기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난다. / 출처: 더큐뉴스

마른 수건이 하는 일은 '흡수'보다 '분리'

원리는 두 갈래다. 첫째는 흡수다. 마른 테리 수건은 젖은 옷에서 빠져나오는 수분을 일부 머금는다. 둘째는 분리다. 젖은 빨래가 한 덩어리로 엉겨 있으면 뜨거운 공기가 안쪽까지 파고들기 어렵다. 부피가 있는 수건이 빨래 사이를 벌려주면 열풍이 닿는 표면적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드럼 안에서 물이 증발할 자리가 넓어지는 셈이다.

가전 업체들도 이 가능성은 인정한다. 미국 휘풀풀(Whirlpool)은 자사 안내 페이지에서 젖은 옷을 넣을 때 수건을 함께 넣으면 습기를 흡수해 건조 시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확실히 보장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효과가 빨래 양과 재질, 탈수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건이 빨래의 습기를 일부 흡수하고, 뭉친 빨래를 풀어 열풍이 더 잘 순환하도록 돕는다." — 매트 코넬리, 영국 세탁·다림질 서비스 '아이헤이트아이어닝' 대표

측정 결과도 있다. 영국 소비자 매체의 실험을 진행한 굿하우스키핑 인스티튜트는 마른 수건을 넣었을 때 건조 시간이 30분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주장보다는 완만한 수치다. 그만큼 기대치를 낮추고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조기 안에서 빨래가 뭉치면 열풍이 안쪽까지 닿지 못한다. 마른 수건은 이 뭉침을 푸는 역할을 한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15~25분 뒤에는 수건을 꺼내야

주의할 점이 있다. 수건은 영원한 흡수재가 아니다. 15~25분이 지나면 수건 자체가 젖어 더는 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드럼 안에 습기를 다시 뿌린다. 코넬리 대표는 수건을 건조 코스 내내 두면 도리어 빨래를 축축하게 만들고 건조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타이머를 맞춰두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수건 선택도 중요하다. 두꺼운 면 테리 소재가 적합하고, 고급 수건은 마찰로 올이 상할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좋다. 오래된 수건이나 색이 옅은 수건을 '건조 전용'으로 따로 두는 방법도 있다. 젖은 빨래와 수건을 넣을 때 드럼을 3분의 2 이상 채우지 않아야 공기가 돌 공간이 남는다. 수건을 넣었는데도 드럼이 꽉 찬다면 빨래를 두 번에 나눠 돌리는 편이 빠르다.

수건보다 먼저 손봐야 할 것들

건조 시간을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는 사실 탈수에서 나온다. 세탁기 탈수 단계를 '강'으로 올리거나 한 번 더 돌리면 옷에 남은 물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서비스 안내도 건조 시간이 길어질 때 탈수 세기를 높이고 보풀 필터를 청소하라고 안내한다. 필터에 보풀이 쌓이면 바람길이 막혀 같은 코스라도 시간이 길어진다.

빨래를 두께별로 나눠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수건과 청바지처럼 두꺼운 것, 셔츠와 속옷처럼 얇은 것을 한 통에 넣으면 얇은 것은 이미 마른 뒤에도 두꺼운 것 때문에 계속 드럼을 돈다. 옷감 손상과 전기 사용량 모두에서 손해다.

실내건조라면 습기 계산을 따로 해야

건조기를 쓰기 어려운 집이라면 실내건조의 습기를 관리해야 한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젖은 빨래 한 번에 거의 2리터의 물이 실내로 방출된다고 설명한다. 빨래를 널면 실내 습도가 최대 3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겨울철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사람이 87%에 이른다는 조사도 이 연구팀이 함께 내놨다.

문제는 곰팡이다. 데이비드 데닝 교수(감염질환)는 습한 환경에서 자라는 곰팡이 포자가 천식 환자에게 기침과 쌕쌕거림을,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실내 습도를 30~60%로 유지하고, 욕실과 건조기 등 습기 발생원의 공기를 밖으로 빼내며, 결로가 생기는 창과 벽에는 단열을 보강하라고 권고한다.

"빨래는 바깥이나 건조기에서, 실내라면 침실과 거실을 피해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 말려라." 

실내건조를 해야 한다면 창문을 오래 활짝 열기보다 맞통풍으로 짧게 여러 번 환기하고, 빨래를 널 방은 문을 닫아 습기를 다른 공간으로 퍼뜨리지 않는 편이 낫다. 제습기를 함께 쓰면 건조 시간도 줄고 곰팡이 위험도 낮아진다. 습도계를 거실 눈에 띄는 곳에 두고 60%를 넘지 않게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얇은 셔츠와 두꺼운 수건을 한 코스에 넣으면 마른 옷이 계속 드럼을 도는 손해가 생긴다. / 출처: 더큐뉴스

오늘 저녁 바꿀 세 가지

정리하면 마른 수건은 만능 해법이 아니라 보조 수단이다. 효과를 보려면 탈수를 최대로 올리고, 두꺼운 빨래와 얇은 빨래를 분리하고, 건조기라면 마른 수건을 넣되 15~25분 뒤 빼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여기에 실내건조를 병행한다면 환기와 습도 관리가 마지막 조건으로 붙는다. 고지서와 곰팡이, 두 가지 걱정을 함께 줄이는 방법은 결국 이 작은 습관들의 조합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