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서늘해지면서 실내건조가 늘어가는 시기다. 그런데 빨래를 새로 돌렸는데도 옷에서 꿉꿉한 냄새가 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이런 냄새는 세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세탁기 자체의 오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세탁조 안쪽에 번식한 곰팡이와 세제 찌꺼기는 매 세탁 때마다 옷에 옮겨 붙기 때문이다. 전용 세탁조 클리너를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과탄산소다 한 컵으로 세탁조를 청소하는 '통세척'이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새로 빨아도 꿉꿉하다면, 범인은 세탁조 곰팡이
세탁기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의 주범은 대부분 세탁조 바깥면에 쌓인 오염물이다. 세탁조는 눈에 보이는 내통과 세탁기 몸체 사이의 외통으로 이뤄져 있고, 세탁물에서 빠진 물과 거품은 이 틈새를 지나 배수된다. 문제는 이 사이 공간이다.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고 습기가 오래 남아 세제와 섬유유연제 찌꺼기, 옷에서 나온 피지와 먼지가 계속 쌓이기 쉽다.
여기에 세균이 번식하면 점액질 막, 이른바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세제를 과하게 쓰거나 섬유유연제를 표시량 이상 넣으면 이 막이 더 두꺼워지고, 세탁을 할 때마다 미생물이 옷감에 옮겨 붙어 냄새로 이어진다. 세탁이 끝난 뒤에도 세탁기 문을 닫아 두면 내부 습기가 갈 곳을 찾지 못해 곰팡이 번식 속도는 더 빨라진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세탁조 안쪽 청소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세탁조 내부 오염은 새 빨래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 출처: Pixl Canada 왜 과탄산소다인가… 락스보다 안전한 산소계 세정
세탁조 청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세정제는 산소계 표백제인 과탄산소다다. 온수에 녹이면 산소를 내뿜는 성질이 있어 세탁조 틈새에 단단히 붙은 찌든 때와 곰팡이를 불려 떼어낸다. 과탄산소다 세탁조 청소법은 세탁기 업계와 가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안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락스로 불리는 염소계 표백제는 세척력은 강하지만 세탁조 청소용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고무 패킹과 금속 부위를 손상시킬 수 있고,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와 유독가스 위험도 있다. 주의할 점은 과탄산소다 자체도 화학물질이라는 것이다. 다만 사용법만 지키면 염소계보다 다루기 쉽고 세탁기 부품에 주는 부담도 적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특히 과탄산소다는 찬물에는 잘 녹지 않는다. 활성이 높아지는 온도는 40도 안팎부터다. 미지근한 물에 그냥 뿌려 효과를 못 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대부분 물 온도가 원인이다. 통세척의 성패는 온수와 불림 시간을 지키는 데 달려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통세척 3단계 — 온수 받기, 불리기, 행구기
통돌이 세탁기라면 세탁조에 뜨거운 물을 최고 수위까지 받은 뒤 과탄산소다 300~500g, 종이컵 기준 2~3컵을 넣는다. 몇 분간 가동해 분말을 완전히 녹인 후 세탁기 문을 열고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불려 찌든 때를 불린다. 이어 표준 코스를 한 번 더 돌려 오염물을 배수하면 끝난다. 세탁기에 통세척이나 통살균 코스가 탑재돼 있다면 그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드럼세탁기는 물을 적게 쓰는 구조라 과탄산소다 종이컵 3컵 안팎을 통세척 코스나 온수 코스에 넣어 가동하는 방법이 안내된다. 다만 드럼은 세탁조보다 문틀의 고무패킹에 곰팡이가 끼기 쉽다. 가동 전후로 고무패킹 안쪽 접힌 부분과 세제 투입구를 헌 칫솔로 닦아주는 것이 함께 필요하다. 세제 투입구를 분리해 굳은 세제를 제거하고 물구멍 주변까지 닦으면 냄새 재발을 줄일 수 있다.
| 구분 | 통돌이 세탁기 | 드럼세탁기 |
|---|---|---|
| 과탄산소다 사용량 | 300~500g (종이컵 2~3컵) | 종이컵 3컵 안팎 |
| 물 온도 | 뜨거운 물 최고 수위 | 통세척·온수 코스 활용 |
| 불림 시간 | 1~3시간 | 코스 가동에 맞춤 |
| 마무리 | 표준 코스 1회 추가 | 고무패킹·세제함 손세척 |
사용량과 불림 시간은 세탁기 용량과 오염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세탁기 설명서나 제조사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통세척은 세탁조 안쪽 틈새에 쌓인 찌든 때를 불려 제거하는 방식이다 / 출처: PICRYL냄새 재발을 막는 관리 습관 — 월 1회가 기준
통세척의 효과는 주기 관리에서 나온다. 전문가와 업계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주기는 한 달에 한 번이며, 곰팡이 냄새가 느껴지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돌리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세탁이 끝나면 문이나 뚜껑을 열어 내부를 말리고, 고무패킹과 세제 투입구는 주 1회 닦아주는 것이 권장된다. 세탁물을 세탁기 안에 두고 오래 지나가게 두는 습관도 냄새의 원인이 되므로 세탁이 끝나면 바로 꺼내는 것이 좋다.
세제 사용량 조절도 중요하다. 많이 넣을수록 깨끗해질 것 같지만, 과도한 세제는 다 씻겨 나가지 못한 채 찌꺼기로 남아 오히려 오염을 키운다. 물을 적게 쓰는 드럼세탁기라면 전용 세제를 정량대로 쓰는 것이 기본이다. 실내건조를 할 때는 빨래 사이 간격을 벌려 통풍을 확보하면 눅눅한 냄새를 예방할 수 있다.
세탁조 관리만 제대로 돼도 새 빨래의 꿉꿉한 냄새는 사라진다 / 출처: Freebie.Photography청소 전 꼭 알아야 할 안전 수칙
과탄산소다는 강알칼리성 화학물질이므로 고무장갑을 끼고 다루고, 사용 중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장 중요한 수칙은 산소계 표백제와 염소계 표백제를 섞어 쓰지 않는 것이다. 두 성분이 만나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절대 함께 사용해선 안 된다.
식초나 구연산과 과탄산소다를 같이 넣는 것도 피해야 한다. 산성과 알칼리성이 서로 중화돼 세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정제는 한 가지만 골라 쓰는 것이 원칙이다. 남은 과탄산소다는 습기를 피해 보관하고, 밀폐된 곳에 가둬 두지 않는 것이 좋다. 통세척이 번거롭다면 세탁기의 통세척·살균 코스와 전용 클리너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을 고르든 세탁조 안쪽 오염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겨울철 실내건조 시즌의 냄새 걱정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