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이 서늘한 수준이던 날씨가 하루 사이에 초겨울로 바뀌었다. 기상청은 21일 오후 9시부터 내륙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했고, 22일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급격히 내려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아지면서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아침을 맞았다. 한겨울이 아닌 10월 하순에 이런 이례적인 추위가 닥친 만큼, 다가올 겨울이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겨울 거리로 달라지는 일상의 모습 / 출처: Freerange Stock 하루새 초겨울… 10월에 한파주의보
한파주의보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내려가 3도 이하가 되고,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봄가을에도 발령될 수 있는 특보인 만큼 기온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지는지가 기준이라는 뜻이다. 이번 주 들어 내륙 대부분 지역에 이 기준이 충족되면서 아침마다 호수공원처럼 서리와 얼음이 관측되는 곳이 늘었다.
사실 이번 겨울을 앞둔 가을은 처음부터 추위가 빨랐다. 10월 초 강원 태백과 평창 등 산지에 올가을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10월 초순에 한파특보가 나온 것은 2005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로 알려졌다. 북쪽 고위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남하하면서 하루 만에 기온이 10도 안팎씩 출렁이는 날들이 반복된 것이다.
기상청 전망, 겨울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 50%
기상청이 8월 23일 발표한 올겨울 계절 기후전망(2026년 12월~2027년 2월)에 따르면 이번 겨울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가장 높다. 평년과 비슷할 확률은 40%,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10%로, 확률 분포만 놓고 보면 아주 매서운 겨울보다는 포근한 겨울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겨울철 평년(1991~2020년) 평균기온의 범위는 영상 0.1~0.9도로 제시됐다.
가을철 3개월 전망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기상청이 9월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10~12월)에서는 10월, 11월, 12월 모두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1월과 12월 사이 일시적으로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초겨울의 따뜻함과 실제 체감 추위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겨울철 출근길이 되는 눈 내리는 거리 / 출처: Freerange Stock 강수량 전망도 기온과 비슷한 결이다. 올겨울 전국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 적을 확률은 20%로, 적게 내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기상청의 판단이다. 겨울철 평년 강수량의 범위는 71.2~102.9밀리미터다. 가을철 전망에서는 특히 11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50%로 가장 높아 비나 눈이 자주 내릴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강수량 수치에는 비와 눈이 함께 포함된다. 기온이 높으면 많은 수증기가 들어와도 비로 떨어질 수 있고, 충분히 차가우면 눈으로 쌓일 수 있어 현재 단계에서 폭설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기상청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수증기가 유입되어 평년보다 많은 비나 눈이 내릴 때가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일 뿐, 눈의 양 자체를 예측한 자료는 아니다.
변수는 '강한 엘니뇨'
이번 겨울 기후전망의 핵심 변수는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도 이상 1도 미만이면 약한 단계, 1도 이상 1.5도 미만이면 보통, 1.5도 이상이면 강한 단계로 분류된다. 통상 엘니뇨가 강해지면 겨울철 한반도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관측도 이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엘니뇨 감시구역인 니뇨3.4의 해수면 온도는 8월 말 기준 평년보다 2.6도 높았고, 월평균 온도 편차는 5월 0.8도에서 6월 1.4도, 7월 1.7도로 계속 커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가을과 올겨울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100%로 예측했고, 기상청 모델도 가을철 니뇨3.4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 지금 속도라면 겨울철 동안 '강한 엘니뇨'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엘니뇨가 강해질수록 우리나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어 기온을 끌어올리고 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엘니뇨만으로 겨울 날씨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등 다른 기후 요인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습 한파가 찾아온 한겨울 거리 / 출처: Freerange Stock '포근한 평균'과 '기습 한파'는 별개다
전망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기온 확률이 평년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겨울 내내 포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극의 해빙 감소가 이어질 경우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판단이다. 북극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해빙이 줄면 이 지역 위로 고기압이 발달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남하하면서 기습 한파를 일으키는 패턴이 알려져 있다.
이번 겨울은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높지만,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 계절 기후전망의 요지다.
최근 들어 이런 기복이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를 아우르는 엘니뇨 남방진동(ENSO)의 변동 폭이 최근 40년간 산업화 이전보다 36.5%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기온의 평균값과 극값이 벌어지는 겨울이 되면, 평소에는 온화하다가 며칠 사이 크게 추워지는 패턴의 체감 추위가 오히려 더 크다.
미리 준비하는 겨울, 확인할 것들
급격한 기온 하락은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아침 최저기온이 하루 만에 10도씩 오르내리는 시기에는 혈압 관리가 중요한 중장년층,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의 보온을 챙기고, 실내 난방기와 보일러 점검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눈이 내릴 가능성이 낮지 않은 만큼 빙판길 낙상과 수도계량기 동파 대비도 필요하다.
겨울철 구체적인 흐름은 앞으로 발표되는 자료에서 더 선명해진다. 기상청은 2026년 12월부터 2027년 2월까지의 상세 전망을 담은 3개월 전망을 11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매주 갱신되는 1개월 전망과 특보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평년보다 포근할 확률 50%'라는 전망과 '기습 한파' 가능성을 함께 품고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이다.
한파 대비를 위해 두꺼운 겨울옷을 갖춰 입는 모습 / 출처: PxHe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