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은 새로운 채굴 악성코드가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보안업체 체크포인트 리서치는 27일(현지시간) 가짜 ChatGPT·Claude 데스크톱 앱을 내세운 '요바(Yoba)'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 공격은 검색엔진 조작과 깃허브 인프라, 정상 서명 실행 파일을 하나의 사슬로 묶어 윈도우 사용자의 PC에 몰래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깐다. 채굴로 얻는 수익은 공격자가 가져가고 CPU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사용자가 대신 부담하는 구조라,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 피해가 돌아오는 유형의 위협으로 꼽힌다.

디지털 코드 화면에 손가락을 댄 모습. 검색 결과를 따라 악성 파일을 받는 사용자 상황을 상징한다 / 출처: PickPik / 라이선스: FREE

가짜 AI 앱을 내세운 유포 경로

요바는 깃허브에 가짜 저장소와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그곳에 "GPT-5.6 솔", "GPT-6 아스트라", "Claude 오퍼스" 같은 실존하지 않는 AI 데스크톱 제품을 내걸었다. 제품 설명과 다운로드 버튼이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었고, 버튼은 깃허브 릴리스 기능에 올라온 ZIP 압축파일로 이어졌다. 초기 유포 전 구간이 개발자와 직장인이 익히 신뢰하는 깃허브 안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가짜 저장소는 별(star) 수나 포크를 부풀려 인기를 흉내 내는 방식을 쓰지 않았다. 대신 구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데 의존했고, 체크포인트는 이를 SEO 포이즈닝(검색엔진 독살) 수법으로 판단했다. 사용자는 검색 결과를 누르고 깃허브 페이지를 거쳐 압축파일을 받을 때까지 낯선 도메인을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AI 앱을 찾던 바로 그 순간을 노리는 공격이다.

대상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시스템이다. 개인 기기는 물론, 소프트웨어 설치를 중앙에서 승인하지 않는 업무용 PC도 사용자가 가짜 설치 파일을 실행하면 함께 위험에 노출된다.

정상 서명 파일에 숨은 'DLL 사이드로딩'

압축파일 안에는 OpenAI나 Anthropic이 배포한 것과 동일한, 전자서명이 유효한 Setup.exe가 들어 있었다. 문제는 그 바로 옆에 공격자가 준비한 winmm.dll이 함께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윈도우는 프로그램이 라이브러리를 요청하면 자기 폴더부터 찾는 규칙이 있다. 공격자는 이 동작을 역이용해 정상 설치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순간 악성 winmm.dll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이 기법은 DLL 사이드로딩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보이는 실행 파일의 서명은 진짜이기 때문에 서명 기반 보안통제는 초기 프로세스를 정상으로 판단하기 쉽다.

다만 OpenAI와 Anthropic의 소프트웨어 자체가 공격당했거나 취약점이 터진 것은 아니다. 공격자는 진짜 파일을 그대로 재포장해 윈도우의 라이브러리 로딩 규칙을 이용했을 뿐이다.

"유효한 서명은 그 파일을 누가 서명했는지를 증명할 뿐, 함께 배포된 모든 파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체크포인트 리서치 분석 내용)
코드가 가득 찬 화면 근접 촬영. 서명 뒤에 숨은 악성 라이브러리 분석 과정을 상징한다 / 출처: PICRYL / 라이선스: FREE

요바드로퍼·요바로더, 텔레그램에서 명령을 받다

최초 악성 구성요소는 '요바드로퍼(YobaDropper)'다. 자신이 예상된 Setup.exe 프로세스 안에서 실행되는지 확인해, 압축을 풀어 격리 환경에서 임의로 실행하는 일부 자동 분석 샌드박스를 피한다. 러시아와 일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키보드 배치를 감지하면 감염을 중단하는 코드도 갖고 있었다. 체크포인트는 러시아 출신 정황과 UTC-4 시간대 중심의 활동 정황을 확인했지만 공격 집단의 실체는 특정하지 않았다.

드로퍼는 두 번째 구성요소 '요바로더(YobaLoader)'를 설치하고 예약 작업을 등록한다. 예약 작업은 마이크로소프트 구성요소처럼 위장했으며 컴퓨터 부팅 직후 실행되도록 설정됐다. 사용자가 가짜 설치 파일을 다시 실행하지 않아도 악성코드가 매 부팅마다 되살아나는 구조다.

요바로더는 고정 명령제어(C&C) 서버를 두지 않았다. 대신 텔레그램 채널 'yoba_fanclub'의 프로필 이미지를 시드로 삼아 '형용사-명사-동사-숫자.dedyn.io' 형태의 도메인을 계속 새로 생성하고, 구글 DNS-over-HTTPS를 통해 TXT 레코드를 조회하며 명령을 받는다. 명령은 Ed25519 서명으로 검증하고 AES 암호화로 내용을 숨겼으며, 실제 페이로드는 파일 호스팅 서비스 catbox에서 내려받는다. 개별 네트워크 통신은 텔레그램 접속이나 일반 DNS 질의처럼 보이기 때문에 도메인 평판만으로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페이로드는 XMRig 채굴기… 피해는 사용자 몫

분석된 감염 사례의 최종 페이로드는 XMRig 6.26.0이었고, 채굴 트래픽은 토르 네트워크를 경유해 출처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채굴 프로그램은 감염 PC의 프로세서 자원을 장기간 점유한다. 성능 저하와 팬 소음, 기기 과열, 전기요금 증가로 이어지며 노트북 사용자는 배터리 소모까지 겪는다. 자기도 모르게 자원을 빌려줬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피해를 키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단순 채굴 사고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요바로더는 범용 로더로, 공격자가 앞선 유포 경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윈도우 실행 파일이나 파워셸 페이로드를 내려보낼 수 있다. 채굴 대신 정보 탈취나 랜섬웨어 등으로 전환할 여지가 열려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체크포인트는 27일 기준 요바가 개념 증명이 아니라 실제로 유포 중인 캠페인이라고 밝혔다. OpenAI·Anthropic·깃허브 측의 공식 확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짜 Claude 사이트가 DLL 사이드로딩으로 백도어를 유포한 사례와 가짜 AI 도구 저장소가 악성코드를 퍼뜨린 사례가 각각 별도로 보고된 바 있어, 가짜 AI 앱 자체가 하나의 확립된 미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보안업계에서 나온다.

자물쇠가 떠 있는 컴퓨터 화면. 서명 검증과 출처 확인 등 점검 필요성을 상징한다 / 출처: PICRYL / 라이선스: FREE

사용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

AI 데스크톱 앱은 개발사 공식 도메인이나 공식 앱스토어에서만 내려받는 것이 원칙이다. 검색 상위 노출, 깃허브 저장소 존재, 유효한 디지털 서명은 어느 하나도 정상 배포 채널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사례가 남긴 교훈이다.

감염 의심 기기라면 ▲사용자 쓰기 가능 폴더의 DLL을 불러오는 서명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로 위장한 예약 작업 ▲catbox에 대한 다운로드 ▲비정상적인 DNS-over-HTTPS TXT 조회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기업 보안팀은 로컬 관리자 권한 축소, 애플리케이션 허용목록, 불필요한 동적 DNS·토르·외부 DNS-over-HTTPS 접속 통제를 적용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는 기술 보고서에 침해지표와 YARA 탐지 규칙도 함께 공개했다.

AI 도구를 미끼로 삼는 공격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설치 파일이 진짜라는 안심이 무너진 만큼, 공식 채널을 통한 출처 확인 습관이 개인 PC를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