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공동창업자들이 "AI(인공지능)와 암호화폐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최근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다만 이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발언과 실제 사례, 진행 중인 기술 로드맵에 근거가 있다. 이더리움 재단과 컨센시스(Consensys) 등 관계자 발언을 시점별로 정리하면 통합의 실체가 좀 더 분명해진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얽히는 AI 신경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 출처: AI 생성 이미지

"기계 경제"의 기반으로 이더리움 꼽았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 최고경영자(CEO)인 조셉 루빈은 지난 4월 18일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와 암호화폐가 기계 주도 경제를 움직이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율 또는 준자율 AI 에이전트가 탈중앙화 네트워크 위에서 거래하고, 서로 조율하며, 상호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암호화폐 인프라는 기계 활동의 기반 지불 수단이 된다.

루빈은 다만 인간이 대체되는 그림은 아니라고 보았다. AI가 사람과 프로토콜 사이의 중간 계층이 되어 복잡한 절차를 대신 처리하고, 사용자는 의도만 전달하면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런 변화의 위험도 함께 지적했다. AI 인프라가 소수 빅테크에 집중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계들이 서로를 투명하게 검증하려면 탈중앙화 시스템과 암호학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7일 미국 경제방송 출연에서 기계 지능과 크립토는 자연스럽게 융합된다며, AI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제공하지만 그 자체로 신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뢰 계층의 역할은 여전히 블록체인이 담당한다는 취지다.

블록체인 위에서 가치를 주고받는 AI 에이전트를 상징화한 일러스트 / 출처: AI 생성 이미지

직접 해본 사례도 등장했다

공동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10월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OKX NOW 2026 서밋에서 2년 안에 AI 에이전트와 봇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의 상당 부분을 대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측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에는 전용 앱을 열고 지갑을 연결해 서명해야 했던 이더리움 네임서비스(ENS) 기록 갱신을, 로컬에서 돌아가는 AI 에이전트에게 지시해 약 5분 만에 마쳤다는 것이다.

부테린은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이 사라진다고 단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AI가 온체인 활동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할을 대신하고, 앱 계층은 배경으로 물러날 수 있다는 구도를 제시했다. 그는 이더리움이 검증 가능한 증명에 의존하는 "암호학적 세계 컴퓨터"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서울 무대에서도 반복된 메시지

9월 28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컨퍼런스 '이스트포인트: 서울 2026'에서도 같은 방향의 발언이 이어졌다. 루빈은 이더리움을 단순한 디지털자산이 아니라 새로운 신뢰 인프라로 정의하며, 생태계가 확대되면 궁극적으로 중립적인 결제·정산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길은 이더리움을 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이 토큰화되면 에이전트가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에이전트가 활동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더리움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조셉 샬롬 샤프링크 CEO, 이스트포인트: 서울 2026

함께 패널에 오른 샤프링크(SharpLink) CEO 조셉 샬롬은 블랙록 최고경영자가 모든 자산의 토큰화를 전망한 점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정책 변화를 근거로 들며 토큰화 확산이 AI 에이전트 경제의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한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평가하면서도, 규제당국이 에이전트 금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자산 경제를 표현한 일러스트 / 출처: AI 생성 이미지

로드맵에도 이미 반영됐다

통합 흐름은 구호가 아니라 개발 계획에도 나타나고 있다. 부테린은 지난 10월 이더리움의 '린 이더리움(Lean Ethereum)' 로드맵을 설명하면서 AI가 상당한 양의 연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로드맵 개발이 2040년에서 2050년까지 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빈은 지난 6월 이더리움이 3~5년 안에 영지식증명(ZK) 기반 프로토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레이어2에서 실시간 ZK 증명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으며, 이를 본체(mainnet)로 통합하는 단계를 '수렴(convergence) 단계'라고 불렀다. 네트워크 자체도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검증 계층으로 설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테린은 2027년으로 예정된 '헤갯(Hegot)' 업그레이드를 2015년 세대 개발자들이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포크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고와 과제도 함께 나왔다

통합 전망에는 경고도 따라붙는다. 부테린은 AI 기반 수학의 발전이 2년 안에 격자 기반 암호 기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AI 에이전트에 지갑 권한을 넘길 경우 개인정보 보호 약화, 악성 지시를 몰아넣는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 봇 자체가 해킹 표적이 되는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더리움 사용자 인터페이스 계층을 노린 대규모 해킹으로 약 14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고, 인간을 에이전트로 바꾼다고 이 계층이 자동으로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공동창업자들의 주장은 "AI와 암호화폐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통합된다"는 방향 제시이며, 그 뒤에는 이미 확인된 발언 기록, 에이전트가 온체인 작업을 수행한 실제 사례, 토큰화 확산, ZK 중심 로드맵이라는 구체적 근거가 놓여 있다. 다만 보안과 규제 과제가 풀리는 속도에 따라 통합의 실제 속도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