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셀 구조로 평가받는 4F²(포에프제곱)를 적용한 서버용 메모리를 연내에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을 CXMT가 먼저 상용 제품에 적용하겠다고 나서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CXMT의 차오칸위(曹堪宇) 사장은 지난 10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회로·칩렛 콘퍼런스에서 "연내 4F²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DDR5 RDIMM 서버 메모리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RDIMM은 데이터센터 서버에 장착되는 등록형 메모리 모듈로, 일반 PC나 스마트폰용 제품보다 신뢰성과 안정성 요구 수준이 훨씬 높은 영역이다.

CXMT가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셀 면적 3분의 1로 줄이는 4F²…핵심은 수직 트랜지스터

현재 D램 시장의 주력은 각 메모리 셀이 최소 선폭(F)의 6배 면적을 차지하는 6F² 구조다. 4F²는 셀 하나가 2F 곱하기 2F, 즉 최소 선폭의 4배 면적만 사용하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같은 미세공정을 기준으로 셀 면적이 약 3분의 2로 줄어들기 때문에,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셀을 넣어 집적도를 30~50%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XMT가 내세운 핵심은 트랜지스터를 세우고 세 방향에서 게이트로 감싸는 수직 서라운드 게이트(VSG)다. 전기적 제어력을 높이고 누설 전류와 단채널 효과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셀 어레이 공정과 주변 회로(CMOS) 공정을 분리한 뒤 웨이퍼 레벨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연결하는 3차원 접근법도 함께 제시됐다.

차오 사장은 CXMT가 창립 이래 4F² 관련 특허 패밀리 300건 이상을 공개해 국내외 경쟁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2021년과 2023년, 2025년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2023년 국제전자소자학회(IEDM)에서는 8Gb급 시험 소자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8년"…2년 격차 계산의 근거

삼성전자는 올해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에서 4F² 셀과 웨이퍼-투-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을 결합한 16Gb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다만 상용화의 우선순위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 두고 있고, 4F²를 실제 제품에 통합하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F² 양산 시점을 2028년 전후로 본다. CXMT가 연내 제품 출시에 성공하면 약 2년 앞서는 일정이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수직 게이트를 적용한 4F² D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F²를 B1b 공정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공정은 D0a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4F² 셀과 하이브리드 본딩을 결합한 16Gb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지만 양산 시점은 2028년 전후로 거론된다. 

승부처는 서버 D램…삼성·SK하이닉스의 본진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CXMT가 겨냥한 시장이 소비자용이 아니라 서버용이라는 점이다. PC와 스마트폰용 D램에서는 중국산 채택이 늘고 있지만,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서버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사실상 시장을 나눠 온 고부가 영역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2월 인텔 제온 6 플랫폼용 256GB DDR5 RDIMM을 업계 최초로 검증받았다. 32Gb 칩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도 128GB DDR5-6400 RDIMM 등 서버용 라인업을 양산하며 고객 인증을 쌓아 왔다. CXMT가 4F²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서버 고객 검증까지 통과한다면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버용 DDR5 RDIMM 모듈. 데이터센터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왔다. 
수율 90% 돌파·점유율 9.5%…기반도 빠르게 다진다

CXMT는 이번 발표에 앞서 2026년 9월 자체 5세대 D램 플랫폼(G5)과 LPDDR6 양산 계획을 알렸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기준으로 CXMT는 4위에 올랐고, 점유율은 전분기 7.6%에서 9.5%로 상승했다.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 마이크론 23.3%가 뒤를 잇는 구도다.

수율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IT 매체 보도에 따르면 CXMT의 17나노급 DDR5 수율은 9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같은 세대 수율로 거론되는 92~93%와 2%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졌다는 평가다. 다만 16나노와 17나노 세대가 혼용돼 표기됐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서버용 D램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몸값이 치솟은 고부가 제품군이다.
남은 변수는 '양산'과 '고객 검증'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다만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Xtacking을 개발해 실제 양산에 적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중국 기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 발언(산업 매체 보도 인용)

업계 일각에서는 CXMT의 발표를 과도한 기술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26년 7월 상하이 과창판(커촹반)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에 유리한 수치가 잇따라 흘러나왔다는 지적이다. 서버용 제품에 4F²가 일부에만 적용될 가능성, 고객사 인증과 대량 양산이 별개의 관문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발표 직후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외신은 CXMT의 기술 진전 소식이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전망

CXMT의 4F² DDR5 RDIMM은 연내 출시 여부보다 실제 대량 양산과 고객 검증 통과 시점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품 출시와 고속 대량 생산은 다른 단계이며, 서버용 메모리는 장기간 안정성 검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F²와 하이브리드 본딩을 결합한 차세대 공정 개발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AI 수요에 대응한 서버용 제품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기술 발표를 넘어 양산과 인증 단계에서 어디까지 도달하는지가 향후 2~3년 D램 시장 경쟁 구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