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면 배포된 윈도우11 26H2 업데이트가 저사양 PC에서도 체감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사용자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번 변화의 핵심은 메모리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짧은 순간에 CPU를 최대한 끌어올려 반응 지연을 없애는 방식이다. 램 사용량 감소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윈도우11 26H2는 메모리 자체를 크게 줄이기보다 반응 지연을 줄이는 방향으로 최적화됐다 / 출처: Freerange Stock 시작 메뉴와 앱 실행을 빠르게 만든 '저지연 프로파일'
26H2에서 체감 변화를 만든 장치는 '로우 레이턴시 프로파일(Low Latency Profile)'이다. 사용자가 시작 메뉴나 검색, 알림 센터, 앱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을 윈도우가 감지하면, CPU 클럭을 최대치에 가깝게 1~3초간 끌어올려 화면 전환과 창 생성 작업을 끝낸 뒤 곧바로 대기 상태로 되돌린다. 통상 '레이스 투 슬립(race to sleep)'으로 불리는 기법으로, CPU가 놀고 있는데도 화면이 한 박자 늦게 뜨는 현상을 겨냥한다.
이 기능은 올해 6월 보안 업데이트(KB5094126)에서 셸 영역에 처음 적용됐고, 8월 업데이트를 통해 앱 실행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능을 단계적으로 켜는 방식을 택하면서, 같은 업데이트를 설치한 PC라도 적용 여부가 갈렸다는 점이다. 26H2는 지난 몇 달간의 변경분을 한 번에 묶어 이 기능을 사실상 전 기기에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 IT 매체 윈도우즈 레이티스트가 한 대의 PC에서 비교한 결과에서는 엣지와 아웃룩 같은 네이티브 앱 실행이 약 40%, 시작 메뉴와 인터페이스 반응은 최대 70%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이 1대에 그친 실측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사용자 체감과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6H2는 시작 메뉴와 앱 실행 반응을 끌어올리는 저지연 프로파일을 사실상 전 기기에 켠다 /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배포 이미지 저사양·8GB PC를 겨냥한 별도의 개선
메모리가 적은 PC를 위한 조치는 별도로도 이뤄졌다. 8월 중순 배포된 누적 업데이트(KB5101684)는 시스템 메모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잠금 화면과 로그인 화면이 보다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손봤다. 부팅 직후 시작 메뉴와 작업 표시줄이 뜨는 속도, 점프 목록과 최근 파일을 여는 반응성, 파일 공유와 가상 데스크톱 전환의 신뢰성도 함께 개선 항목에 포함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업데이트 직후 체감 속도다. 기존 윈도우는 업데이트 설치 뒤 정리 작업이 상당한 자원을 잡아먹어 한동안 PC가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업데이트는 이 정리 로직을 가볍게 바꿔, 재부팅 직후부터 평소 성능에 가깝게 돌아오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개선이 램 용량과 무관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가 부족한 노트북에서는 잠금 화면과 로그인 화면의 안정성이 함께 개선됐다 / 출처: NegativeSpace 사용자들이 본 '램 2GB 감소', 공식 설명은 없다
26H2를 설치한 뒤 유휴 상태의 메모리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보고도 나온다. 한 사용자는 48GB PC에서 부팅 직후 사용량이 약 2GB 줄었다고 전했고, 32GB 환경에서는 9.1GB에서 7.5GB로 내려갔다는 사례도 공유됐다. 16GB 노트북을 26H2로 올린 뒤 재시작 직후 사용량이 7.0GB(전체의 45%)를 기록했다는 실측, 16GB 게이밍 노트북의 유휴 사용량이 8.5~9GB에서 6.7GB로 떨어졌다는 리뷰도 있었다.
반대 사례도 분명하다. 8GB PC 사용자는 업데이트 후에도 사용률이 96%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6H2의 변경 사항 목록에 메모리 사용량 감소를 올리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백그라운드 앱 구성과 캐시 정책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개별 측정값을 업데이트 자체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다른 변수는 윈도우의 메모리 운용 방식이다. 윈도우는 남는 메모리를 미리 캐시로 채워두고, 앱이 메모리를 요구하면 이를 비워주는 구조다. 따라서 작업 관리자의 '사용 중' 수치가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성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메모리가 부족한 PC에서 90%대 후반에 붙어 있던 사용률이 여유를 갖게 됐다면, 다른 앱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버벅임은 줄어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예고한 다음 단계
회사는 올해 초부터 성능과 안정성, 메모리 효율을 3대 과제로 내걸었다. 7월 말 공개한 윈도우 품질 점검 글에서는 네 가지 새 과제를 추가로 제시하며 메모리 최적화를 명시했다.
"8GB 이상을 위한 메모리 최적화. 윈도우의 메모리 풋프린트를 줄여, 고객이 매일 쓰는 PC 전반에서 빠르고 반응성 좋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품질 업데이트, 2026년 7월 31일)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오버헤드를 줄이는 메모리 할당자, 메모리 사용을 전제로 설계를 다듬은 WinUI 3, 운영체제에 포함된 크로미움·웹뷰2 컴포넌트의 효율 개선이 거론된다. 회사는 9월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서 부팅 속도와 8GB PC 성능 개선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8GB·16GB 기기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과제라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업데이트를 받았다면 확인할 점
26H2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아니라 기존 24H2·25H2와 같은 서비스 브랜치 위에 얹히는 활성화 패키지다. 즉 새 기능을 처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순차 배포로 일부 PC에만 적용됐던 개선 사항을 한꺼번에 켜는 성격이 강하다. 설정의 윈도우 업데이트에서 최신 상태를 확인하면 적용 여부를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저사양 PC가 더 빨라졌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직이다. 시작 메뉴와 앱 실행, 로그인 화면, 업데이트 직후 반응성은 실제로 개선됐다. 반면 메모리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작업은 회사가 예고한 다음 단계에 남아 있으며, 8GB PC에서의 체감 개선 폭은 기기 구성과 실행 중인 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