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언어 러스트(Rust)가 세계 소프트웨어의 뼈대인 시스템 인프라를 바꿔 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커널 일부를 러스트로 재작성한 데 이어 2030년까지 회사 전체의 C·C++ 코드를 러스트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리눅스 커널 진영도 러스트를 '실험적 지원'이 아닌 공식 개발 언어로 확정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 러스트 도입으로 메모리 관련 취약점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하며 이 흐름에 무게를 실었다.

코드 에디터가 띄워진 개발자의 컴퓨터 화면 / 출처: PxHere

인기 순위에서도 확인되는 러스트의 체감 부상

프로그래밍 언어 인기 순위 서비스 TIOBE 지수의 2026년 10월 발표에서 러스트는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지분율은 1.44%로, 1년 전 같은 달의 16위에서 두 계단가량 올라선 수치다. 러스트는 올여름 7월에 처음으로 TIOBE 상위 10위권에 진입했고, 그 뒤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검색량 기반의 또 다른 순위인 PYPL 지수에서는 8위까지 올라 있다.

개발자들의 선호 조사에서는 러스트의 위상이 더 뚜렷하다. 세계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스택오버플로가 진행한 2025년 설문에서 러스트는 응답자의 72%가 '다시 쓰고 싶은', 즉 가장 존경받는 언어로 꼽혔다. 이 조사에서 러스트는 이미 여러 해 연속 같은 부문 정상을 지켜 왔다. 인기 점유율 면에서는 파이썬·C·자바 같은 거목과 격차가 크지만, 신규 시스템 개발에 대한 요구는 계속 커지는 중이라는 평가다.

"2030년까지 C·C++ 제거"…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대적인 선언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2023년 윈도우 커널의 핵심 라이브러리 일부를 러스트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당시 애저 최고기술책임자(CTO) 마크 러시노비치는 내부적으로 새 프로젝트에 C·C++을 쓰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윈도우 커널 약 3만 6천 줄을 러스트로 재작성했고, 폰트 렌더링 엔진 다이렉트라이트(DirectWrite)의 15만 2천 줄을 개발자 2명이 6개월 만에 러스트로 옮겼다고 회사 쪽에서 설명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스팅귀시드 엔지니어인 갤런 헌트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내 목표는 2030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C와 C++의 모든 줄을 없애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을 결합해 회사 최대 규모의 코드베이스를 다시 쓰겠다."— 갤런 헌트, 마이크로소프트 디스팅귀시드 엔지니어

팀이 내세운 기준도 눈길을 끈다. '엔지니어 1명이 1개월에 100만 줄을 고친다'는 목표를 내걸고, 소스 코드 위에 그래프를 만들어 코드를 이해한 뒤 AI 에이전트가 대규모 수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인프라를 이미 가동 중이라는 것이다. 채용 공고에는 시스템 레벨 러스트 경력 3년 이상이 핵심 자격으로 명시됐다.

리눅스 커널, 러스트에 정식 지위 부여

오픈소스 진영의 상징 리눅스 커널에서도 변화가 공식화됐다. 1991년 탄생 이후 C와 어셈블리만으로 개발돼 온 리눅스 커널에는 2022년 러스트 지원 인프라가 처음 반영됐고, 2023년 12월 첫 러스트 기반 드라이버가 커널 6.8 버전에 병합됐다. 그러다 2025년 12월 열린 리눅스 커널 개발자 서밋에서 러스트를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커널의 공식 핵심 언어로 격상시키기로 결정했다. 커널의 핵심 언어가 C, 어셈블리, 러스트 세 가지로 확대된 것이다.

러스트로 작성된 커널 구성 요소도 늘고 있다. 안드로이드 프로세스 간 통신에 쓰이는 바인더(Binder) 드라이버, NVMe 저장장치 드라이버, 애플 실리콘용 GPU 드라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러시노비치와 달리 커널 커뮤니티 내부에는 러스트 도입 속도에 신중한 목소리도 있어, 리눅스 진영의 전환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입증된 효과… 안드로이드 취약점 76%에서 20% 미만으로

러스트 도입의 실익을 통계로 보여준 사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구글 보안팀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전체 취약점 가운데 메모리 안전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6%였으나 러스트 신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2024년 24%까지 내려갔고, 2025년 11월 발표에서는 처음으로 20% 미만까지 떨어졌다. 메모리 안전 취약점의 절대 건수도 2019년 200건대에서 2024년 5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구글은 러스트 코드의 메모리 안전 취약점 밀도가 기존 C·C++ 코드에 비해 10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체제 커널이나 드라이버처럼 메모리를 직접 다루는 코드에서 발생하는 보안 사고는 곧 전 세계 사용자의 공격 표면이 된다. 러스트는 컴파일 시점에 소유권(ownership)이라는 규칙으로 메모리 오류를 차단해, 실행 성능은 C급을 유지하면서 치명적 버그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강점이다.

사무실에서 코드를 다루는 개발자의 모습 / 출처: PxHere

정부까지 움직인 '메모리 안전' 요구, 남은 과제는

러스트의 부상에는 정부의 규제적 힘도 작동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행실은 2024년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신규 소프트웨어는 메모리 안전 언어로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도 러스트를 대표적인 메모리 안전 언어로 명시해 왔다. C/C++로 오래 사용해 온 코드가 사이버 공격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안전한 언어 전환은 정책 과제로 옮겨진 셈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러스트는 소유권·수명(lifetime) 같은 개념 때문에 학습 곡선이 가파르다는 지적이 많고, 컴파일에 시간이 걸리는 점, 숙련 개발자 인력 풀이 좁다는 점도 산업계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C·C++ 코드를 한꺼번에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2030년 목표도 AI 재작성 인프라의 성패에 달려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윈도우, 리눅스 커널, 안드로이드라는 세 운영체제 축이 동시에 러스트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이 언어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C 언어가 반세기 가까이 지켜 온 왕좌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 향후 몇 년이 그 결론을 보여줄 것이다.

모니터를 가득 채운 소스 코드 / 출처: PICRY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