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만 해도 "게임 하나 만들어줘"는 농담이었다. 지금은 프롬프트 몇 줄로 슈터의 뼈대를 세우고, 같은 대화창에서 "주인공을 판타지 기사로 바꿔줘"라고 덧붙인다. 코드를 읽지 않고 AI와 대화해 결과물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이 게임 제작의 입구를 넓혔다. 최근의 변화는 코드에 머물지 않는다. 게임의 얼굴인 캐릭터 디자인까지 AI가 맡기 시작했다.

실제로 업계의 실험은 제도권 행사로 번졌다. 에픽게임즈는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2026 에픽 AI 메가잼'을 연다. 최대 5인 팀이 AI 에이전트를 제한 없이 써서 언리얼 엔진이나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대회다. 앤트로픽, 구글, 오픈AI, 메시 등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생성형 AI로 뽑아낸 게임 캐릭터 콘셉트 아트. 최근 툴은 같은 캐릭터를 여러 각도와 표정으로 유지하는 데까지 진입했다. /

코드 다음은 그림…파이프라인이 통째로 흔들린다

바이브 코딩이 게임 제작에서 통한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 로직은 정답이 비교적 분명하고, 잘못 짜도 실행해보면 티가 난다. 아트는 다르다. 캐릭터 하나를 확정하려면 콘셉트 스케치, 턴어라운드, 표정 시트, 애니메이션 프레임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두 시간이면 그리는 캐릭터 하나에 여섯 가지 상태를 8~16프레임씩 채우면 몇 주가 붙는다. 적이 열 종류라면 핵심 재미를 검증하기도 전에 몇 달이 사라진다.

AI 툴이 노리는 지점이 여기다. 디자인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반복 노동을 걷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수량보다 어려운 것이 일관성이다. 같은 캐릭터가 대기와 공격 모션에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면 게임은 어디서든 어긋난다.

2D: 스프라이트 시트를 뽑고, 그리드에 강제로 맞춘다

가장 성숙한 영역은 2D 스프라이트다. 시나리오(Scenario)는 참조 이미지 5~15장으로 캐릭터 전용 모델을 학습시킨다. 30~60분 학습을 거치면 비율과 팔레트, 선 굵기가 고정된 채로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 전체를 찍어낼 수 있다. 16:9 캔버스에 8프레임을 격자로 한 번에 뽑는 빠른 길과, 기준 이미지를 첫 프레임으로 영상 모델을 돌려 포즈를 추출하는 정교한 길이 있다. 회사는 시댄스 2.0과 베오 3.1을 물리감 있는 동작 모델로 꼽는다.

픽셀 아트는 함정이 따로 있다. 이미지 모델은 격자 위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NES 픽셀 아트"라고 외쳐도 블록 크기는 제각각이고 갈색은 수십 가지로 갈라진다. 레이어(Layer)는 생성된 그림에서 원래 격자를 역추적해 모든 블록을 단일 색으로 바꾸고, 지정한 팔레트에 다시 스냅한다. NES나 게임보이 같은 실제 기기를 지정하면 팔레트와 픽셀 비율이 함께 따라온다. 회사는 400개 이상 스튜디오가 이 파이프라인을 쓴다고 밝힌다.

스프라이트 시트는 프레임마다 비율과 팔레트가 흔들리면 게임 안에서 다른 캐릭터처럼 보인다. AI 툴의 승부처는 생성이 아니라 정렬이다. / 출처: CraftPix.net / 라이선스: FREE

픽셀랩은 참조 이미지에 스타일을 맞춰 스프라이트를 뽑고, 로즈버드AI는 프롬프트만으로 게임과 에셋을 함께 만든다. 도구를 비교·중계하는 루도AI도 자리를 잡았다.

3D: 리깅까지 자동…그러나 '히어로 캐릭터'는 아직

3D는 속도가 더 극적이지만 난이도도 급격히 오른다. 메시는 올해 1월 메시-6에서 캐릭터 해부 구조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게임용 로우폴리 모드를 추가했다. 텍스트·이미지에서 모델을 뽑아 자동 리깅과 애니메이션을 붙여 FBX·GLB로 내보내는 흐름이 기본값이 됐다. 트라이포는 3.0 이후 자동 리깅과 8K 텍스처, 멀티뷰 입력을 앞세운다. 오토데스크의 원더 3D처럼 마야·3ds맥스 사용자를 겨냥한 도구도 나왔다.

'생성됐다'와 '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다른 말이다. 단일 뷰 입력은 뒷면과 관절을 추측할 수밖에 없고, 토폴로지는 변형이 아니라 겉모습을 따라간다. 어깨와 입가에서 메시가 찢어지는 이유다. 텍스처는 구멍 난 구조를 가려버리고, 스켈레톤과 가중치, 리타기팅, 표정 제어는 여전히 숙련 노동이다. 엔진은 재질·UV·LOD·모프 타겟이 맞물린 FBX를 요구한다. 정적 소품은 AI가 잘 먹히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주인공은 아직 사람 손이 필요하다.

AI가 만든 3D 모델의 진짜 관문은 토폴로지와 리깅이다. 화면에 보이는 겉모습보다 관절이 어떻게 변형되는지가 게임 적합성을 가른다. 

숫자로 본 현실: 쓰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기술의 진척과 별개로 산업의 표정은 복잡하다. GDC가 업계 종사자 2,300여 명을 조사한 '2026 게임 산업 현황'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쓰는 응답자는 36%다. 게임 스튜디오 종사자는 30%로 더 낮고, 퍼블리싱·마케팅·지원 조직은 58%로 격차가 크다. 용도도 보수적이다. 조사·브레인스토밍이 81%로 압도적이고, 코드 보조와 일상 업무가 각각 47%, 자산 생성 19%, 플레이어가 겪는 기능 5% 순이다.

반대로 부정적 영향이라는 응답은 52%로, 1년 전 30%, 2년 전 18%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긍정 응답은 13%에서 7%로 줄었다. 가장 부정적인 집단은 비주얼·테크니컬 아트(64%)였다. AI 아트 툴이 정조준한 직군이 가장 강하게 반대한다.

스팀 고지 데이터는 보급 속도를 보여준다. 2025년 1~11월 출시작 1만6,554편 중 20.9%가 AI 고지 문구를 달았고, 전체 라이브러리 기준으로는 약 7%다. 고지 항목의 60%가 캐릭터·배경·아트 같은 가상 자산 생성이다. 고지는 자발적이어서 실제 사용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선스라는 지뢰밭

경계 대상은 성능이 아니라 권리다. 상용 이용이 허용된 모델인지, 학습 데이터 소송이 붙어 있는지, 결과물의 재학습이 금지되는지를 에셋마다 기록해야 한다. 모델 버전과 프롬프트, 참조 이미지 권리를 남기는 '출처 추적'이 새 업무가 됐다.

국내 개발자에게는 더 직접적인 제약도 있다. 텐센트 훈위안3D 2.1은 가중치와 학습 코드를 공개했지만, 커뮤니티 라이선스가 유럽연합·영국·한국 사용을 제외한다. 무료라는 이유로 파이프라인에 넣었다가 나중에 걷어내야 할 수 있다.

결론: 속도는 AI가, 판단은 사람이

방향은 분명하다. 생성형 AI 게임 시장은 2025년 17억9,000만 달러에서 2026년 22억1,000만 달러로, 2030년 50억9,000만 달러까지 연평균 23.1%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 시선은 차갑다. 2025년 말 조사에서 85%가 게임 내 생성형 AI에 부정적이었다. 다만 AI 사용 게임을 피하겠다는 응답은 25% 수준에 그쳐 말과 지갑이 따로 움직인다는 분석도 있다.

남는 질문은 "AI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나"가 아니다.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캐릭터가 게임의 톤을 지켜내느냐다. AI는 한 시간에 스무 개의 후보를 뽑지만, 그중 무엇이 이 게임의 얼굴인지 정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바이브 코딩이 만드는 일의 문턱을 낮췄다면, 2026년의 게임 아트는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두 번째 문턱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