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로 여겨지던 가을 해외여행 수요가 올가을 성수기급으로 커졌다 

여름 성수기를 넘어선 가을 하늘

호텔스컴바인과 카약은 한국인 여행객의 올해 10~11월 여행 관련 검색 데이터를 7~8월 성수기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해외 항공권 검색량은 약 40%, 해외 호텔 검색량은 34% 각각 증가했다. 한낮의 열기를 피해 여행을 미뤘던 이들에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떠나기 좋은 계절로 자리 잡으면서, 휴가가 끝나면 주춤했던 수요가 오히려 달아오른 것이다.

주요 여행 테마로 꼽힌 키워드는 '온천·야경·단풍'이었다. 더위가 걷히면 도시를 걷기 편해지고, 밤 경관을 감상하거나 온천에 몸을 담그기에도 좋아진다. 익숙한 대도시 관광을 넘어 계절 특색이 있는 지역으로 선택지를 넓히는 흐름도 뚜렷했다. 검색량 증가가 곧 출발 인원 증가를 뜻하지는 않지만,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름과 겨울 사이 비수기로 불리던 가을이 검색 지표상 성수기에 근접한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행 검색의 압도적 비중이다. 한국인 해외 항공권 검색량 가운데 일본이 차지한 비중은 52%로, 10편 중 5편 이상이 일본행을 알아보는 셈이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대표 도시에 더해 마쓰야마와 시즈오카, 나고야 등 지역 도시로 관심이 확대된 점도 두드러졌다. 가까운 거리와 편리한 이동, 익숙한 먹거리와 관광 환경을 갖춘 일본이 이번 가을에도 강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단풍 시즌을 맞은 일본의 가을 절경. 이번 가을에는 온천 소도시로 검색이 확대됐다 

일본 검색의 절반… 발길은 온천 소도시로

그중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마쓰야마다. 항공권 검색량이 여름보다 2.5배 늘며 일본 도시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히메현에 자리한 마쓰야마에는 약 3000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알려진 도고온천이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전통 목조 건축의 본관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장 모티브로도 알려져 있다.

온천 거리 주변을 거닐며 상점과 카페를 둘러보고, 전통 분위기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느린 여행' 일정도 주목받고 있다. 대도시 관광과는 다른 속도의 여행을 찾는 수요가 지방 도시 노선 검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호텔 검색에서도 온천지의 돌풍이 이어졌다. 시즈오카현 아타미의 호텔 검색량은 여름보다 약 5배 증가했고, 규슈 남부의 이부스키와 도쿄 인근 하코네도 각각 3배 이상 늘었다. 아타미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온천지로 도쿄에서 접근성이 좋아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에도 어울린다. 하코네는 온천과 산악 풍경, 미술관 관람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자연과 문화를 모두 원하는 여행객에게 맞다. 이부스키의 모래찜질 온천은 따뜻한 모래 속에 몸을 묻고 온기를 느끼는 방식으로, 일반 온천욕과 다른 특별한 경험으로 꼽힌다.

홍콩·대만은 야경, 핀란드는 '루스카'와 오로라

중화권에서는 밤을 즐기는 여행이 도드라졌다. 홍콩의 항공권 검색량은 여름보다 110%, 호텔 검색량은 35% 이상 늘었다. 빅토리아 하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홍콩 여행의 상징으로 꼽힌다. 매일 오후 8시면 하버 일대에서 고층 빌딩의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지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쇼가 펼쳐진다. 스타 페리를 타고 바다 위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도 대표적이다.

대만의 항공권 검색량은 104% 증가했고 호텔 검색량은 21% 늘었다. 타이베이의 호텔 검색량은 2배 이상 뛰었다. 야경과 야간 먹거리를 즐기기 좋은 계절 특성이 중화권 인기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는 북유럽의 상승세가 컸다. 핀란드의 호텔 검색량은 여름보다 13배 이상 늘어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도 헬싱키의 호텔 검색량도 약 5배 증가했다. 핀란드에서는 가을 단풍을 뜻하는 '루스카' 시즌과 오로라 관측 시기가 겹치는 것이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다른 북유럽 국가의 검색량도 함께 늘었다.

아시아 단거리 노선부터 북유럽 장거리 노선까지 가을 항공수요가 커졌다 / 출처: PxHere(저작권 프리 이미지)
"기존 인기 여행지를 넘어 계절적 특색이 있는 여행지로 선택지를 넓혀가는 흐름이 나타났다." — 최리아 호텔스컴바인 마케팅 상무

짧아진 단풍·오로라 시즌, 예약은 조기에

검색량이 여름 성수기를 넘어섰다는 것은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수요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신호다. 여행 플랫폼 검색이 몰리는 시기에는 같은 일정을 놓고 좌석과 객실 확보 경쟁이 붙기 쉽다. 특히 단풍과 오로라처럼 관광 적기가 몇 주로 좁혀지는 목적지는 물량도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만큼, 일정이 정해졌다면 항공권과 숙소를 조기에 확보하는 편이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조사는 특정 인기 도시에 수요가 쏠리던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계절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흐름을 확인시켜 준다. 여름과 겨울 사이 비수기로 불리던 가을이 온천·야경·단풍을 앞세운 '제2의 성수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다변화 기조는 다가오는 겨울 시즌 스키와 오로라 여행 기획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