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증시는 하루 안에 강세와 약세를 모두 보여줬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5,828.13까지 오르며 5,800선을 넘어섰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 5,421.72까지 밀렸다. 장중 진폭만 406포인트, 7%가 넘는다. 오후 3시를 앞둔 시점의 지수는 5,560선 부근으로 전일 종가(5,648.79)보다 1.5%가량 낮은 수준이다. 전일 3.59% 급락에 이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며 장중 5,500선을 내줬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CC0)

코스닥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715(1.61% 상승)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700선 아래로 내려섰다. 전일 코스닥은 704.39로 마감하며 4.08% 떨어졌는데, 반등 하루 만에 다시 700선을 위협받은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기준 1,337.7원을 기록했다.

개장 강세는 왜 오후에 사라졌나

상승 출발의 재료는 간밤 뉴욕증시였다. 최근 급락했던 반도체주에 저가 매수가 몰리며 나스닥지수가 0.83% 올랐고, 국제유가 하락도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삼성전자는 22만원대, SK하이닉스는 143만원대에서 강세로 출발했다.

방향이 뒤집힌 것은 오전 11시를 넘기면서였다.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며 지수를 아래로 끌어내렸고, 기관과 개인이 하단을 받치는 구도가 이어졌다. 전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298억원, 기관은 5,147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6,644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 자금이 빠지는 국면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사주 매수만으로 지수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는 장중 고점 5,828.13과 저점 5,421.72를 오갔다. 하루 변동 폭이 406포인트에 달했다.

美 중간선거 개표, 장중 내내 변수였다

이날 증시의 최대 변수는 한국시간 오후에 윤곽이 드러난 미국 중간선거였다.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과 하원 435석 전체, 주지사 36석이 걸린 선거에서 개표 초반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탈환을 확실시하는 흐름이 전해졌다.

하버드대 선거분석기관은 민주당의 하원 승리 확률을 96%, 상원 승리 확률을 78%(53석)로 전망했다. AP 통신의 유권자 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6명이 물가 상승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사전투표자는 6천만 명에 육박했다.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한국 증시 거래시간과 겹치며 장중 변동성을 키웠다.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CC0)

개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뉴욕 지수선물과 달러, 금리가 함께 출렁였다.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는 관망 심리가 우세했다는 분석이다.

국채금리 다시 들썩…'국채'가 증시 변수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일 4.95% 부근에서 움직이며 8주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개표 초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 수요가 국채로 몰린 결과다. 다만 30년물은 5.33%, 20년물은 5.35%로 장기물 금리는 여전히 5%대를 웃돌고 있다.

국내 국고채도 전일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내렸다. 10년물은 4.001%, 30년물은 4.089%로 각각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위험회피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겹친 결과다.

국채금리와 AI 투자 자금조달 부담이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졌다. / 출처: Public Domain Pictures / 라이선스: FREE(CC0)

관건은 방향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가면 정부 지출이 제한되며 재정적자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AI 규제 강화와 기업 감독 확대가 성장 전망을 누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국채금리가 내리면 주식의 할인율 부담은 줄지만, 그 하락이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빅테크 회사채 발행 러시…AI 투자 부담

이번 조정의 뿌리에는 AI 투자 자금조달 부담이 있다. 메타가 최소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오라클은 100억달러, 알파벳은 60억유로어치를 발행했다. 주요 빅테크 5개사의 올해 주식·채권 조달액은 10월 말까지 3,26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의 3배를 웃돈다.

AI 설비투자 재원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국채금리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동시에 주가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메타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점도 조달 비용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전망…남은 변수는 개표 결과와 고용지표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개표 완료 시점과 이번 주 후반 발표되는 미국 고용보고서가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지수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가 다시 확인된 만큼, 반도체 업종의 외국인 매매 동향과 원·달러 환율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결과 확인 전까지 지수보다 업종별 대응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책 수혜가 갈리는 방산·에너지와 규제 민감도가 높은 플랫폼·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