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다음 달 말 모바일 앱으로 다시 문을 연다. 운영사인 블록체인 기업 시그마체인은 10월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올해 안에 모바일 앱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서비스가 사실상 멈춘 2019년 이후 여러 차례 재출시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 일정이 실제로 지켜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10월 목표였던 베타, 한 달가량 미뤄져
시그마체인은 올해 8월 싸이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싸이월드 상표권과 회원 데이터, 서비스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10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실제 공개 시점은 한 달가량 뒤로 밀렸다. 회사는 과거 데이터 복원과 기존 계정 연동, 대규모 접속을 견디기 위한 안정성 검증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그마체인은 베타 오픈 직후 몰릴 트래픽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도 늘려 뒀다고 전했다. 일정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이용자에게 사과하는 입장을 내놨다. 서두르기보다 계정 연동 절차를 충분히 점검한 뒤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판단이다.
"계정 연동 절차와 서비스 안정성을 충분히 점검한 뒤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 시그마체인 관계자

베타의 초점은 '관계 복구'…일촌과 방문록부터
이번 베타는 새 기능을 얹기보다 잃어버린 관계를 되찾는 데 무게를 둔다. 이용자는 본인인증을 거쳐 예전에 쓰던 계정을 확인하고, 그 계정에 묶여 있던 일촌 목록을 다시 열어볼 수 있다. 휴대폰 번호나 개인정보가 바뀌어 계정을 찾기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확인·연동 절차도 마련된다. 기존 회원이 아니어도 베타 서비스에 새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다.
소통 방식은 지금의 SNS에 가깝게 바뀐다. 사진과 글을 올리는 피드, 게시물에 붙는 댓글이 기본 구성이다. 여기에 옛 방명록은 '방문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일촌의 공간을 찾아가 짧은 글을 남기던 경험이 그대로 살아나는 셈이다. 회사는 계정을 되찾은 이용자들이 다시 연결된 일촌에게 근황을 전하며 지난 시간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첩·다이어리는 내년 4월부터 단계적 복원
이용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과거 기록은 베타에서 볼 수 없다. 사진첩과 다이어리, 일촌평 등 옛 데이터는 내년 4월 정식 서비스가 열린 뒤 순차적으로 되살아난다. 시그마체인은 정식 서비스에서 모바일 앱과 함께 웹사이트도 공개하고, 일대일·단체 메시지를 주고받는 쪽지(DM) 기능과 미니룸 꾸미기 요소를 더할 계획이다.
수익 구조는 콘텐츠 거래 쪽으로 잡혀 있다. 이용자가 사진첩과 배경음악(BGM), 글꼴, 스킨 등을 사고파는 마켓을 열고 이를 미니룸과 연결하는 구상이다. BGM과 스킨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 거래하고, 글쓰기와 댓글, 일촌 활동에 보상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이 오래된 사진과 글을 정리해 주는 이른바 'AI 인생 미니홈피'까지 내놓겠다는 목표다.

3,200만 회원의 데이터, 복원 비용이 변수
싸이월드는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2001년 미니홈피를 내놓으며 국내 SNS 시장을 이끌었다. 한때 누적 회원 3,200만 명을 보유했지만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이후 인수와 재출시 시도가 거듭됐다. 이번에는 싸이월드 초창기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맡았던 곽진영 대표가 이끄는 시그마체인이 나섰다는 점이 이전 시도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건은 비용이다. 방대한 사진과 글을 복원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프라를 마련하려면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투자 유치 성과가 정식 서비스의 완성도와 복원 범위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일단락됐다. 싸이월드제트의 주주이자 채권자인 베타랩스는 2024년 사업권과 자산 양도 과정에서 주주총회 절차에 하자가 있었고 배임이 있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시그마체인은 이를 두고 사업권 양수도의 적법성이 확인된 의미 있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억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
싸이월드가 마주한 경쟁 환경은 2000년대와 다르다. 짧은 영상과 알고리즘 추천에 익숙해진 이용자에게 텍스트와 사진 중심의 미니홈피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30~40대의 향수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과거의 기록을 간직한 이용자층은 강력한 자산이다. 20년 가까이 쌓인 사진과 글이 다른 플랫폼에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베타에서 계정을 되찾은 이용자가 정식 서비스까지 남아 있을지, 그리고 이들이 데려오는 새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가 부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11월 말 베타는 완성된 서비스가 아니라 첫 단추에 가깝다. 사진첩 복원과 수익 모델이 예고대로 작동해야 재출시의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