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AI는 이제 개발 현장의 기본 도구다.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적으면 화면과 데이터베이스, 배포 설정까지 몇 분 만에 튀어나온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웹사이트를 실제로 열어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흐르는 그라디언트, 똑같이 둥근 모서리의 카드 세 장, "당신의 업무를 혁신하세요" 같은 문장. 기능은 돌아가는데 브랜드는 보이지 않는다.

AI가 채워 넣기 전, 화면은 백지에 가깝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느냐가 'AI 티'를 가른다. / 출처: Pexels / 라이선스: FREE

'AI 티'는 실력이 아니라 기본값의 문제다

디자인 업계는 이 현상을 'AI 슬롭(AI slop)', 또는 '분포 수렴(distributional convergence)'이라고 부른다. 언어 모델이 다음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단어를 고르듯, UI 생성 모델도 학습 데이터에서 가장 흔했던 패턴을 고른다. 결과는 평균값이다. Inter 서체, 모든 요소에 똑같이 적용되는 16px 라운드, 같은 회색 그림자, 어디서나 본 듯한 스톡 사진, 눌러도 아무 반응 없는 버튼.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925스튜디오는 자사 블로그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AI 웹사이트 빌더가 만드는 것은 대개 시작점이지 완성품이 아니다. 폰트 웨이트 조정, 아이콘 정확도, 커스텀 인터랙션은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문자가 최근 본 다섯 개 사이트와 형제처럼 닮은 페이지에서는 머릿속에 남길 이유 자체를 찾지 못한다.

'AI 티'를 걷어내는 규칙은 이미 문서로 나와 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프런트엔드 디자인' 스킬은 코드를 쓰기 전에 멈추라고 요구한다. 먼저 색 4~6개의 헥스값, 서체의 역할, 레이아웃 개념을 ASCII 와이어프레임으로 적고, 그 계획이 "어떤 비슷한 페이지에도 나올 법한 기본값"이면 고친 뒤에 코드로 넘어가라는 식이다. 이 문서가 'AI가 만든 페이지의 흔적'으로 꼽는 목록이 특히 유용하다.

크림색 배경(#F4F1EA)에 고대비 세리프와 테라코타 포인트, 검정 배경에 형광 초록 한 점, 헤어라인 규칙을 쓴 신문형 레이아웃, 모두 같은 라운드에 같은 그림자를 얹은 SaaS 카드 세트, 모든 제목 위에 붙는 자간 넓은 대문자 라벨, 링크 끝의 화살표. 하나하나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주제와 무관하게 반복될 때다. 그때 그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카피 지침도 함께 들어 있다. 버튼에는 '제출'이 아니라 '변경사항 저장'이라고 쓰고, 같은 동작은 흐름 전체에서 같은 이름으로 부르라는 원칙이다. AI 티의 절반은 색이 아니라 문장에서 나온다. "~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차세대"로 시작하는 문장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디자인 도구의 성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색·서체·문장을 정한 기준이다. / 출처: Pexels / 라이선스: FREE

전용 캔버스형: 구글 스티치와 피그마

구글은 2026년 3월 스티치(Stitch)를 'AI 네이티브 디자인 캔버스'로 개편했다. 프롬프트 하나로 최대 5개 화면을 만들고, 무한 캔버스에 나란히 펼쳐 비교하고, 클릭 가능한 프로토타입으로 바로 재생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기능은 DESIGN.md다. 브랜드의 색과 서체, 간격 규칙을 마크다운 파일로 내보내 다른 프로젝트나 코딩 도구에 그대로 불러올 수 있다. 매번 기본값을 새로 고르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구글랩스 실험이라 무료지만 안정성 보장은 없다.

피그마는 2026년 6월 컨피그에서 디자인 에이전트를 유료 플랜 전체에 열었다. 이미 쓰던 컴포넌트와 변수, 토큰을 읽고 그 위에서 변형을 만든다는 점이 강점이다. 디자인 시스템이 탄탄한 팀일수록 결과가 덜 제네릭해진다. 프로페셔널 풀 시트는 월 16달러에 AI 크레딧 3,000개가 포함된다.

코드 생성형: v0와 플로우스텝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화면을 뽑는 쪽은 속도가 무기다. v0는 React와 Tailwind 코드를 함께 내놓고, 플로우스텝은 여러 화면의 정보 구조를 잡는 데 강하며, 러버블은 생성 전에 질문을 던져 요구사항을 좁힌다. 디자이너 셰이 파르마가 2026년 6월 같은 CRM 대시보드 프롬프트로 여섯 도구를 비교했을 때 결론은 냉정했다. 도구마다 결과는 분명히 달랐지만, 어느 것도 손보지 않고 그대로 출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스티치는 빠르지만 정보 위계가 약했고, v0는 가장 세련됐지만 여전히 'AI가 만든 느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색은 브랜드를 설명하는 장치여야 한다. 장식으로 쓰인 그라디언트는 어느 서비스에나 붙일 수 있다. / 출처: Pexels / 라이선스: FREE

결국 순서의 문제다

도구를 바꿔도 기본값은 돌아온다. 해법은 생성 이전에 있다. 색 네다섯 개와 서체 두 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문서로 남긴 뒤(DESIGN.md, 디자인 토큰,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 AI에게 그 문서를 읽히고 화면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2026년 디자인 업계 조사에서 디자이너 91%가 매주 AI를 업무에 쓴다고 답했지만, 격차는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에서 갈린다.

출시 전에 다섯 가지만 확인해도 절반은 걸러진다. 기본 서체가 Inter인지, 색이 장식이 아니라 의미를 갖는지, 히어로 문구가 우리 제품만의 사실을 말하는지, 실제 화면과 사진을 썼는지, 움직임이 상태 변화를 설명하는지.

AI는 이제 '평균적인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에는 충분히 능하다. 그 평균에서 벗어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고, 다행히 그 판단을 AI에게 다시 가르치는 도구와 문서가 빠르게 늘고 있다. 디자인을 잘하는 AI를 찾고 있다면, 정답은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브리프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