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애지봇(AgiBot·즈위안로봇)이 우한의 야간 관광지에 로봇 점원을 내보내 실제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LG전자와 미래에셋그룹이 지분 투자에 나선 이 회사의 전신형 휴머노이드 '위안정 A3 울트라'는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0월 19일까지 18일간 우한 한커우장탄의 스마트 매장에서 누적 827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애지봇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신 모습(자료사진) 야간 관광지에 등장한 로봇 점원
이번 매장은 애지봇이 우한문화관광그룹과 중윈웨이쉰과 손잡고 한커우장탄 관광지 내 '장우' 캠핑 부지에 조성한 스마트 리테일 매장이다. 매일 저녁 야간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맞춰 하루 8시간씩 운영됐다. 회사 측은 이곳을 세계 최초의 전신형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스마트 리테일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로봇은 점원 자격으로 상품 인식부터 집기, 고객 전달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간식과 음료 등 10여 종 상품을 취급하며, 관광객의 질문에 상황에 맞춰 응답하는 대화형 인터랙션 기능도 갖췄다. 개방된 야외 공간에서 변화하는 환경과 대규모 고객 흐름을 직접 마주한 점에서 통제된 시연과는 결이 다른 상용화 검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간 827건…집기 성공률 97% 넘었다
운영 성적표가 주목된다. 18일간 누적 827건의 주문을 처리했고 전체 상품 집기 성공률은 97%를 넘겼다. 주말에는 단일일 주문이 100건을 넘어섰으며, 이 기간 집기 성공률은 100%에 달했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45건 내외의 주문을 처리한 셈이다.
성공률 수치는 로봇이 매장 안에서 물건을 집는 동작이 실사용 수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는 간식과 음료 등 한정된 품목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취급 품목이 늘어나고 포장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집기 난이도는 올라가므로, 이 성적이 다른 소매 환경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실제 결제가 이뤄지는 주문 데이터로 운영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관광지 야간 매장은 계절과 요일, 날씨에 따라 수요가 요동치는 환경이라, 휴머노이드가 이런 변동성을 견디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실전 테스트 대상이 된다.
174cm 휴머노이드, 상업 환경 8시간 운영
위안정 A3 울트라는 키 174cm의 상업용 전신형 휴머노이드다. 라이다와 다중 카메라를 결합한 360도 융합 인식 시스템과 700 TOPS급 연산 성능을 갖췄고, 자율 지도 생성과 동적 장애물 회피 기능으로 야외 개방 공간에서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상품 집기에는 최대 20자유도의 촉각 감지 로봇 손이 쓰인다. 힘 제어를 통해 포장 음료나 과자 같은 물건을 정밀하게 잡아 전달한다. UWB와 RTK를 융합한 위치 측위 기술로 실내외 이동이 가능하며, 상업 환경 기준 배터리 운용 시간은 8시간이다. 자율 충전과 능동형 안전 보호 기능도 갖춰 긴 시간 운영 요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로봇이 매장에서 상품과 고객을 다루는 모습을 표현한 자료 사진 / 출처: PxHere / 라이선스: FREELG전자·미래에셋 투자, 홍콩 상장 절차까지
애지봇은 2023년 2월 상하이에서 설립된 회사로, 화웨이 출신 기술 인사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홍산캐피탈, 비야디(BYD), 차이나텔레콤,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앞서 투자했고, 2025년 8월에는 LG전자와 미래에셋그룹이 전략적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우한 장탄의 성공 경험을 더 많은 도시 랜드마크와 소비 현장으로 복제하겠다" — 애지봇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는 로보티즈, 로보스타 등 국내 로봇 밸류체인 확보와 별개로 중국 선두 로봇 기업에도 손을 뻗었으며, 애지봇 투자는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실적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애지봇은 지난 6월 말 누적 1만5000번째 로봇을 출하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8400대를 출하해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는 홍콩 증시 상장 절차를 개시해 자본시장 관심도 받고 있다.
로봇 점원이 투입된 우한 한커우장탄 강변 공원의 야경 / 출처: Project for Public Spaces 확장 전망
애지봇은 문화관광과 구현지능을 결합한 상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번 매장에서 쌓은 운영 경험을 다른 지역의 소비 현장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운영 부담이 큰 관광지와 야시장부터 휴머노이드 상용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LG전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이런 상용화 성과가 양산과 판매 실적으로 이어지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런 흐름은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로봇 기업들이 관광지와 백화점, 무인 매장 등에 로봇을 배치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매 서비스는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시험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인력난과 임금 상승이 겹친 소매업 현장의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만 로봇 점원 모델이 관광지 성과를 넘어 일반 유통 현장으로 퍼지려면 유지 보수 체계, 다양한 상품 대응, 안전 규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애지봇이 다음 무대로 꼽은 도시 랜드마크 복제가 어느 속도로 진행되는지가 휴머노이드 소매 서비스 상용화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